제형과 가격이 승부처... 노보와 릴리 시장 선점 속 화이자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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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빅파마들이 체중의 20~25%를 감량하는 비만 치료제를 잇달아 내놓으며 효능 경쟁은 사실상 정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누가 더 합리적인 가격에 편리한 투약 모델을 제시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공개된 노보 노디스크의 차세대 복합제 '카그리세마' 임상 3상 결과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카그리세마는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와 진행한 직접 비교(Head-to-head) 임상에서 84주 기준 23%의 감량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젭바운드가 기록한 25.5%를 넘어서지 못하며 통계적 비열등성 입증에는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20% 이상 감량이 가능한 약물들이 이미 줄지어 등장한 상황에서 절대적 감량 수치만으로 승부를 가르는 시대는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더 이상의 감량 수치 경쟁은 소모적"이라며 "효능은 이미 상향 평준화됐으며, 향후 시장의 향방은 약가와 복용 편의성이 결정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값 인하 '위고비' vs. 커피값 '오프글리프론'

효능이 일정 수준에서 포화 상태에 이르자 시장은 월 1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와 먹는 약인 경구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월 미국에서 경구용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 정제'를 공식 출시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 약물은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 형태로 주 1회 주사제와 동등한 수준인 약 15%의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으며, 주사제 대비 편의성을 앞세워 비만 치료 접근성을 넓혔다.

일라이 릴리 역시 경구용 신약 '오포글리프론'의 상반기 출시를 준비하며 반격에 나섰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오포글리프론은 이르면 올해 4월 중 최종 승인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릴리는 출시 전부터 약 15억 달러 규모의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즉각적인 시장 점유 의지를 드러냈다.

빅파마들의 공세는 가격 인하 전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내년 1월부터 미국에서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인 오젬픽과 위고비의 정가를 각각 최대 35%, 50% 인하하여 월 675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단백질 및 펩타이드 약물을 경구용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보유한 비브텍스와 21억달러 규모의 공동 개발 계약까지 체결하며 비만 치료제의 경구 전달 효율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일라이 릴리 또한 오포글리프론을 한 달 기준 149달러, 즉 하루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인 약 5달러 수준에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위고비 정제 대비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2중·3중 작용제에서 4중 작용제까지?

다만 효능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완전히 멈춘 것은 아니다. 제약사들은 이제 단일 작용제가 아닌 다중 작용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중국 유나이티드 래버러토리스와 공동 개발 중인 삼중 작용제 'UBT251'의 2상 임상에서 24주 차 최대 19.7%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릴리는 삼중 작용제 '레타트루타이드'로 68주 기준 28.7%라는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화이자 역시 최근 중국 사이원드 바이오사이언스의 '에크노글루타이드' 권리를 도입하며 빅3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국내 기업인 셀트리온 등도 이러한 경쟁에 합류했다. 기존의 이중, 삼중 작용제를 넘어선 4중 작용제 및 경구제 개발을 공식화하며 후발 주자로서의 기술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국 장기적으로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는 감량 수치 1~2% 차이보다 가격과 복용 편의성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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