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개편의 생존자는 결국 제네릭 포트폴리오가 적은 기업
새 약가개편의 물결 위에 떠 있을 배는 지금부터 만들어가야

기획 제약산업 생존 공식이 달라진다
1편은 고령화가 시장을 어떻게 다시 쓰고 있는지, 2편은 그 성장하는 시장 위에 약가개편이라는 충격이 어떻게 겹쳐지는 지 살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흔들리는 판에서 어떤 기업이 버티고, 어떤 기업이 흔들리는가. 데이터가 보여주는 답은 단순하다. 제네릭이 아니라 독자 허가체계 품목, 특허보호 품목, 별도산정 기준 제품 뿐이다.
① 노인이 의약품 시장을 다시 쓰고 있다
② 약가개편이 바꿀 '틀' 누가 울고 웃나
③ 제네릭 많은 곳에 제약사야 가지마라
제네릭 울타리 밖 '물건'이 필요하다
약가개편의 핵심 타깃은 동일제제 기준 13번째 이상 제네릭이다. 기본 산정률이 43%이든 50%이든 60%이든 계단식 인하는 그 위에 별도로 쌓인다. 기업 등급은 인하를 막아주지 못한다.
방어력의 원천은 등급이 아니라 제품의 허가 유형과 특허 상태에서 나온다는 당연한 사실이 데이터로도 보인다. 실제 우리 시장에서 제네릭 외 제품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①특허가 남은 신약 ②별도 허가 체계가 적용되는 개량신약 ③독자 성분 조합으로 허가된 독자복합제 ④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구분되는 바이오시밀러다.
이 4가지 유형은 이번 개편의 계단식 약가와 다른 궤에 놓여있다. 실제 40호가 넘어선 국산신약 가운데 조사 데이터 내 시판 중인 품목 내 이 중 2025년 기준 급여 매출 100억원 이상인 품목은 18개다. 아이큐비아 데이터 기준 이 18개 품목의 2025년 합산 급여 유통액은 약 8240억원이다. 2021년 대비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5.3%에 달한다. 전체 급여 시장 성장률 7.1%의 두 배를 웃돈다. 이 중에서도 특허존속 기간이 2028년 이후인 품목은 성분 기준 12개다.
HK이노엔의 '케이캡'을 비롯한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현대약품 ‘디엠듀오’ 등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등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은 특허존속 기간 동안 제네릭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며 약가 산정 기준도 별도 체계를 따른다. 이번 개편의 영향권 밖이다.

약가 폭풍 운명까지 고친 '개량신약'
개량신약은 제네릭과 달리 자체 허가 이력을 보유하며 약가 산정 기준이 구분된다. 2025년 아이큐비아 기준 국내 주요 개량신약 품목의 급여 합산 매출은 약 6100억원 수준이다.
독자복합제는 이보다 더 명확하다. 두 가지 이상의 성분을 특정 비율로 조합해 독자적으로 허가 받은 제품은 해당 조합 자체가 하나의 허가 단위가 된다. 동일제제 카운트 기준에서도 별도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아이큐비아 데이터 기준 성분명으로 확인된 국내사 독자복합제는 38개 품목이다. 이 중 2025년 급여 매출 100억원 이상 품목은 14개다. 14개 품목(패밀리 제품 포함) 합산 매출은 약 38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예로 들만한 것이 코데인 기반 복합 진해거담제 계열이다.
성분 조합의 독자성 덕분에 약가 개편을 피하면서도 2025년 기준 해당 성분 복합 카테고리 내 시장점유율 상위 품목인 '코대원' 제품군 등은 매출 방어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칼슘채널차단제+ARB 복합제도 마찬가지다. 오리지널 ARB의 특허 만료 후에 도 복합제 허가 자체는 유지돼 계단식 인하의 직접 대상에서 비껴난다.
수치로 정리하면 평균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국산신약+개량신약+독자복합제 합산 매출 비중이 전체 급여 포트폴리오의 40% 이상인 기업군은 이번 약가개편 시뮬레이션 기준 매출 감소폭이 전체 평균(16.0%) 대비 절반 수준인 7~9%대에 그친다. 반면 이 비중이 20% 미만인 기업군은 평균 이상의 타격을 받는다.
'우리는 괜찮다' 외쳤지만, 공동판매 제품 어려운 장기전
결국 '내 것'의 구성비가 핵심 라이선스인 제품은 해외 오리지널 제약사로부터 국내 판권을 확보한 제품이다. 오리지널 허가를 그대로 가져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제네릭 산정 체계와는 다른 선로 위에 있다. 다만 라이선스인은 계약 기간과 조건에 따라 수익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유비스트의 목록 기준 2025년 국내 상위 50개 원외처방 품목 중 공동판매 및 판권을 사들이는 구조로 유통되는 품목은 19개다. 이 중 국내사가 수익의 50% 이상을 확보하는 구조인 품목은 11개다. 나머지 8개는 판매대행 또는 마진 구조가 제한적이어서 약가 인하 시 국내사 실수익 감소폭이 더 직접적이다.
약가는 피했지만 공격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상한금액이 내려가면 계약 구조상 마일스톤이나 로열티가 함께 조정되는 경우가 다반사임을 감안하면 그저 매출을 유지하는 용도일 뿐 제약업계의 수익성은 하락하는 것이 업계의 정설처럼 여겨진다.
이 같은 제약조건을 모두 따져보면 이번 분석은 결국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국산신약·개량신약·독자복합제가 차지하는 자체 제품군의 비중이다. 여기에는 일부 독점적 구조의 제품생산판매 군도 포함된다.
아이큐비아 기준 2025년 주요 품목 보유 기업군을 자체제품(약가인하 비대상 제품 등)의 비율로 보면 50% 이상 기업군은 이번 시뮬레이션 기준 평균 매출 감소율이 10% 내외다. 치료분야별 포트폴리오도 중요하다. 1편에서 나온 고령화 수혜 분야(상관계수 0.85 이상 86개)에 자체자산이 되는 제품을 보유한 기업은 이중 구조의 수혜를 받는다. 시장이 구조적으로 커지면서 수익도 늘고 약가 개편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깎인다.
반면 고령화 수혜 분야이지만 제네릭만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는 시장 성장의 과실이 약가 인하로 상쇄되는 구조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는 2025년 급여 매출기준 연평균 성장률 23.6%로 고성장 분야다. 이 분야에서 국산신약 보유 기업은 성장의 직접 수혜를 온전히 가져간다.
반면 같은 분야 소화성궤양 제네릭(688개 품목) 보유 기업은 성장하는 시장 안에서도 계단식 인하의 직격을 피하기 어렵다.

정리해보니 답이 나온다
제네릭+포트폴리오+자체제품+파이프라인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이번 약가 개편의 생존자는 결국 제네릭 포트폴리오가 적은 기업이다.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이번 약가 개편의 타격이 크다. 시뮬레이션 기준 최대 16.0%의 매출 감소는 2000억원 이상 순 제네릭 기업에 가장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로 약가 개편 방어력의 힘은 복지부가 지정한 기업 등급(혁신형·준혁신형)이 아니라 제품 포트폴리오다. 기본 산정률 차이(혁신형 49% vs 일반 45%)는 일부 완충 역할을 하지만 계단식 인하는 등급과 무관하게 작동한다. 제품 허가 유형이 방어선을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고령화 수혜 분야에 자체자산 제품을 보유한 기업은 시장 성장과 약가 방어라는 두 가지 변수를 동시에 유리하게 가져갈수 있음이 매우 당연하다. 또다른 변수는 퇴방약 약가우대다. 모든 약품이 똑같이 깎이지 않음을 고려해가며 제품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또 하나는 파이프라인의 방향이다. 고령화 수혜 분야(치매·당뇨·골다공증·전립선·항암)에서 자체 허가 기반 제품 개발 및 도입 여부가 향후 5년 이후를 먹여 살리는 힘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꺾이지 않으려면 '대'를 단단히 기르는 것이 답이라는 제약업계의 오랜 이야기는 결국 이번 약가 개편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셈이다. 새로운 약가개편의 물결 위에 떠 있을 배는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한편 분석은 아이큐비아 2025년 4분기 급여(NHI) 데이터를 기준으로 했다. 여기에 국산신약 목록과 성분명 기반 교차 매칭을 통해 시판 중인 국산신약 품목(패밀리 포함)을 확인했다. 이 중 2025년 급여 매출 100억원 이상 품목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개량신약 및 독자복합제는 아이큐비아 데이터 내 ATC5(성분명) 기반 조합 분석을 통해 품목을 도출했다.
일러두기 회사별 제품 판매 추이는 아이큐비아를 기본치로 놓고 산정했다. 아이큐비아의 경우 유통업체 데이터 표본을 사용하는 만큼 원내와 원외처방을 함께다룰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표본 외 업체를 통한 유통과 제약사 직영 온라인몰 등을 감안해 유비스트의 데이터를 제품명 및 코드로 별도 매핑해 추이를 함께 분석하는 지표로 활용했다.
통계청 고령화 인구 구조는 자료를 그대로 쓰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주요 질환별 환자 추이는 2021년부터 가장 최신 지표인 2024년까지를 활용했다. 2025년의 수치는 4년간의 연평균증감률을 계산한 예상치다.
자체 품목 비율은 기업별 전체 급여 유통액 대비 국산신약·개량신약·독자복합제 합산 유통액 비중으로 산출했다. 주요 30개 상병 분야 제네릭 조사의 경우 오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2026년 3월 기준 퇴방방지의약품 목록을 추가로 넣었다.
해당 수치는 2025년 약가 기준으로 적용됐으므로 실제 이와 다른 약가 인상이나 인하가 있을 경우 차이가 날 수 있다. 회사 별 집계 매출과 차이도 있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