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K2B 테라퓨틱스 정세호 대표
"'PDC', ADC의 독성·약물 방출 효율 한계 극복 가능… 확장성 충분"
"35년 간 산·학·FDA 경험 살려 글로벌 허가, 빅파마 기술이전 추진"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이끌었던 정세호 대표가 단백질약물접합체(Protein-Drug Conjugate, PDC)를 개발하는 K2B 테라퓨틱스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를 뛰어넘는 범 종양 항암제를 개발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정세호 대표는 작년 상반기까지 HLB 간암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 캄렐리주맙 간 병용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프로세스를 총괄했다. 그러다 10월 미국 보스턴 소재 K2B 테라퓨틱스로 둥지를 옮겨 대표이사를 맡았다.
K2B 테라퓨틱스는 KIST로부터 도입한 다양한 암종 타깃이 가능한 조작된 SIRPα(Engineered signal regulatory protein alpha)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특정 바이오마커를 가진 암세포에 페이로드(Payload)를 전달하는 PDC를 개발하고 있다.
히트뉴스는 정세호 대표를 작년 말 서울에서 만나 K2B 테라퓨틱스의 사업 목표와 주요 파이프라인의 특장점 그리고 향후 개발 계획과 포부 등을 들었다.
K2B 테라퓨틱스 정세호 대표
정세호 대표는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약학 박사학위를 취득 후 약 35년간 산업계와 규제기관, 학계 등 전반에 걸쳐 활동했다.
정 대표는 미국 BMS와 다케다(Takeda)에서 다양한 글로벌 신약개발을 이끌었으며, 이후 미국 앨라일람(Alnylam)에서 부사장을 맡아 파티시란(Patisiran), 지보시란(Givosiran), 루마시란(Lumasiran) 등 RNAi 치료제 등에 대한 연구와 신약 인허가 관련 업무를 총괄했다.
서울대 약대 교수로 교육 및 연구를 수행했으며, FDA에서 항암제 임상시험계획 승인(IND)과 신약 품목허가(NDA) 심사 업무를 수행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 대표이사로 활동 후 같은 해 10월 K2B 테라퓨틱스 대표에 올랐다.
FDA 심사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신약개발 회사 대표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약바이오 회사들이 FDA와 미팅을 어려워합니다. 심사관 말 한마디에 신약 개발이 1~2년까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FDA는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지 호기심이 들었는데, 다행히 기회가 생겨 심사관으로 근무했습니다. FDA에서는 임상 약리학, DMPK(약물대사약동학) 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심사관을 마치고 산업계로 돌아와 FDA를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졌습니다. 어떤 부분을 FDA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부분은 FDA와 논의를 거쳐야 하는지 알게됐습니다. 비임상∙임상 부담을 줄이는 등 인허가 절차에서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FDA 경력은 회사 내부 의사 결정에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우선 순위를 가려 필수 부분을 먼저 수행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연구 등은 FDA와 상의해 추후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엘레바에서 첫 대표를 맡아 라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병용허가를 이끌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루지 못하셨어요. 그 기간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대표를 처음 맡은 회사다 보니, 과학자로서 겪지 못했던 경험들을 많이 했습니다. 투자와 관련한 재정관리 역할부터, 인허가를 위한 FDA와 상호 커뮤니케이션, 임상과 생산을 위한 CMO(제조수탁기관)와 CRO(임상수탁기관)도 컨트롤 해야 했습니다.
리보세라닙은 기존 표준요법 대비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OS) 개선을 보였습니다. FDA도 임상적 데이터 관점으로 전혀 지적하지 않았는데, 항서제약 CMC 문제로 2번이나 허가가 불발돼 안타까웠습니다.
캄렐리주맙이 중국에서 연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약물인데 FDA 실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는 게 상상이 안됐습니다. 공동 개발사로서 항서제약 CMC 문제를 대처할 수 있는 포지션이 아니었기에, 고민스러웠습니다."
엘레바를 떠나 작년 10월 K2B 테라퓨틱스에 합류해 새로운 챕터를 열게 되었는데,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계기는 있었습니다. K2B는 siRNA(소형 간섭 RNA)을 이용해 항암 치료를 하는 콘셉트의 회사입니다. 과거 앨나일렘에서 근무하면서 4년 이상 siRNA 관련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siRNA 치료제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K2B 측에서 자사 파이프라인 개발 총괄을 부탁해 왔을 때 매력적으로 느꼈습니다."
K2B가 주력하고 있는 플랫폼 기술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K2B에서는 siRNA를 중점적으로 개발하다가 25년 초부터 ADC와 비슷한 콘셉트의 PDC를 메인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PDC는 ADC와 유사하지만, 항체보다 작은 펩타이드를 통해 체내 항원물질(Antigen)을 타깃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작년 11월 초 미국에서 개최된 ‘ADC WORLD 2025’에 참석해서 많은 연구들과 논의했습니다. 연구자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이 ADC의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독성 반응과 약물 내재화 효율 등을 그 이유로 드는데, PDC가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현재 종양세포 사멸에 관여하는 페이로드인 'MMAE(Monomethyl auristatin E)'를 사용하는 ADC는 5개뿐입니다. K2B는 이를 페이로드로 활용하면서 CD47을 타깃하는 파이프라인인 'KBA651'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PDC가 ADC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 개발 중인 KBA651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CD47은 대부분의 종양에서 발현됩니다. 그러나 CD47은 적혈구(RBC)나 일반 세포에서도 발현됩니다. 종양세포 외 세포들에 작용하면서 이상반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길리어드도 CD47 타깃 약제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호중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등 심각한 이상반응으로 연구를 중단했습니다. 이에 비해 PDC는 신호 조절 단백질의 서브 알파 부분을 변형시켜서 종양 CD47에 더 잘 달라붙게 했습니다. 종양세포 안으로 페이로드가 더 잘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ADC는 종양세포 내로 들어가는 페이로드의 양이 0.1%도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혈중에서 오래 순환하게 되고, 정상 세포에도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면 PDC는 페이로드가 순환하는 반감기가 짧고, ADC 대비 배출도 잘 됩니다. 이 특징으로 효과와 효율이 굉장히 높으면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PDC의 확장성은 어느 정도라고 예측하나요?
"글로벌 시장에 허가된 PDC 약물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 해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PDC는 ADC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기술이어서, 다양한 페이로드와 타깃 단백질의 조합이 가능합니다. 즉, MMA 외 다른 세포독성물질, CD47 외 다른 바이오마커를 타깃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파이프라인 확장은 쉬워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더불어 CD47은 대장암, 난소암, 자궁암, 소세포폐암 등 고형암 외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과 같은 혈액암에서도 많이 발현돼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MMA를 페이로드로 가진 ADC들은 이들 암에 대한 적응증이 없습니다. PDC가 해당 3가지 적응증을 획득할 수 있다면, 충분히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회사가 보유한 파이프라인들을 어떻게 개발해 나갈 예정인가요?

"KBA651은 주력 적응증으로 대장암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IND enabling study 상태인데, 이 단계는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을 지 확인하기 위한 예비 연구 단계를 뜻합니다. 특히 FDA가 요구하는 안전성, 약동학, 독성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숭이 시험 등 많이 비용이 수반됩니다. 거기다 CRO도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유치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만 해결되면 금방 시작할 수 있는 단계입니다.
이후 2027년 1분기부터 IND 자료 제출을 준비하고, 3분기에 신청 및 진행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론 그 사이에 FDA와 PRE-IND 미팅도 수행할 것입니다. 임상은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할 계획입니다.
향후 신속 허가 트랙을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휴면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은 만큼 무리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1상 임상시험을 진행해 객관적 반응률(ORR) 등 임상 지표를 확보해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해 혁신 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른 이야기지만,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도 논의되고 있나요?
"K2B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 벤처지만, PDC라는 플랫폼 기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파이프라인 확장은 굉장히 수월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다만, K2B만의 힘으로 해당 파이프라인들을 상업화까지 다 이어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점에서 빅파마와 협업이 굉장히 중요할 것입니다. 벌써 몇몇 빅파마들과 CDA(비밀 유지 계약)를 맺어가면서 디스커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 빅파마와 함께 공동 개발을 하는 것 자체가 배우는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빅파마가 우리 도움 없이 자체 개발하는 식으로 기술이전해 간다고 하더라도 나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기술이전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다른 파이프라인들을 계속 발굴해내는 것이 우리 비즈니스 모델이니까요."
대표 맡은지 두 달 지났습니다. 소회와 포부, 동시에 듣고 싶습니다.
"엘레바에서 과학자로서 연구 활동과 좀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연구자로 성장해왔다 보니, 실험실 업무에 굉장한 애정이 남아있습니다. K2B 대표직을 맡고 좋았던 점은, 회사 내부에 있는 연구실(LAB)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랩 안에 있는 실험기기들을 활용해 연구를 하다 보면, 초심으로 돌아간 생각이 들어 하루하루 즐겁게 보냈습니다. 연구원들과 실험 데이터 등을 논의할 때와 제 아이디어들을 제시하고 반영할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이가 있기 때문에, 이런 연구 활동과 회사 운영업무를 병행하는 건 마지막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35년 경험을 100% 다 쏟아부어 K2B에서 글로벌 항암 신약을 개발해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