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배진건 우신클 평가단장
2019년 7월 3일 우정바이오에서 전화가 왔다. 광교 차세대융합기술원에 있는 우정을 방문해 달라고 했다. 방문할 이유가 없다고 거절하자 댁까지 차를 보내고 4시간 후에는 집에 도착하실 수 있게 시간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그래 가보자. 만나자고 하면 처음은 만나는 것이 나의 원칙아니던가. 우정바이오? 사람 사이의 그 우정(友情)을 따라 이름을 지었나?
도착하자 천병년 대표가 반갑게 맞았다. 우정의 뜻이 무엇이냐고 먼저 물었다. 집 우(宇)에 바를 정(正)이라고 했다. 집을 바르게 세우겠다는 뜻이라고 앴다. 집(宀)인데 조물주가 입김(于)을 뽑아내서 만든 무한히 큰 집이 우주(宇宙)다. 우정바이오 신약클러스(우신클)를 경부고속도로에서 잘 보이는 한미약품 중앙연구소가 가까운 동탄에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16층 건물의 멋진 조감도 사진과 광교 사무실에서 동탄 공사현장을 시시각각 볼 수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렇기에 지금 바르게 짓고 있는 우신클은 건물 하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실리콘밸리, 보스턴-MIT클러스터와 같이 동탄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제약 연구소와 아주대병원을 축으로 국내 신약개발 산업을 선도할 클러스터의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SRT 동탄역이 5분 거리라 수도권 중심으로 전국을 이어갈 클러스터가 될 수 있는 지역적 장점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천 대표와 대화 중 신약개발에 관련된 여러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천 대표의 서클과 나의 서클 사람들이 많이 중복되고 심지어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 그래도 우리는 처음 만났다. 천 대표가 내가 올리는 SNS 페북 글을 통해 필자를 먼저 알았지만 드디어 사람사이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어 점심을 먹고 청담동 집으로 돌아왔다. 약속된 4시간이었다. 현재가 아니라 미래의 '우신클'을 그리는 그런 멋지고 높은 목표에 이끌리어 2019년 7월 15일 우정 임원들과 첫 인사를 나누고나서 필자는 '우신클 평가단장' 직책을 맡았다. 그후 매주 목요일에는 꼭 우신클로 출근하였다.
암울한 코로나 19가 2020년 봄에 쳐들어오자 움찔하였다. 하지만 2020년 4월 1일 이종욱 박사가 당시 광교에 있던 우정바이오에 회장으로 첫 출근하였다. 3월 31일 대웅에서 부회장으로 은퇴하고 바로 그 다음날 온 것이었다. 신약개발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기 때문에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하루도 쉴 수 없는 분이었다. 1988년 필자가 근무하던 쉐링플라우 객원 연구원으로 4개월 오신 후 시작한 인연이 여기 우정에서도 이어진 것이었다.
2021년 10월 1일 드디어 우정의 동탄시대가 시작되었다. 우정바이오 신약 클러스터 준공식 행사와 출범 기념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제약 바이오 업계의 많은 분들이 오셔서 우신클이 추구하는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이라는 목표에 많은 관심들을 보여주었다. 우신클의 기획자인 천병년 대표는 우신클이 국가대표 신약개발자들의 신나는 놀이터, 장터를 약속하였다. 바이오스타트업과 다양한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이 쉽게 창업을 할 수 있는 인프라 및 플랫폼을 구축하기를 원했다. 건강한 바이오 투자 생태계 구축을 위한 작은 모퉁이 돌이 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 이후도 신약개발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이 우신클을 방문하였다. 천병년 대표는 필자가 출근하는 목요일로 방문객들의 약속을 많이 잡아 놓았다. 아무래도 필자가 아는 분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글로벌 제약사 근무 경험이 있는 MD 문한림, 지동현 박사의 방문이다. 우신클을 통해 신약개발의 지경이 넓혀지고 있는 증거가 이런 분들의 참여다.
우신클에 입주하고 싶은 기업의 비전과 신약개발 전략을 듣고 같이 갈 수 있는 좋은 스타트업인가 점검하는 일도 계속하였다.
필자의 우신클 근무는 2023년부터 새로운 환경이 펼쳐졌다. 나의 고등학교 3학년 8반 같은 반 친구였던 서울약대 김영철 교수님이 우정 사외이사를 맡았다. 또한 천 대표와 서울약대 동창인 서영준 교수(그들은 약대 밴드까지 같이 하였다고 한다.)가 은퇴하고는 목요일에 출근하는 3인방이 되었다. 서영준 교수와 인연도 특이하다. 그분의 스승인 이상섭 교수님은 위스콘신 약대의 Charles Sih교수님의 첫 제자여서 필자가 Sih 랩의 대학원생일 때 가끔 오시면 인사를 드렸다. 서 교수는 또한 필자가 맥아들 암연구소에서 포닥을 하고 있을 때 'Miller & Miller교수' 방에 대학원생을 시작한 인연이 있다. 우리 목요일 3인방은 우정에 CRO 일을 맡긴 기업을 위하여 연구과제 보고서를 어떻게 작성하는 것이 더 유익한가를 두고 연구원들과 토의하고 생각을 나누는 회의를 일년이상 가졌다.
안타깝게도 천 대표의 건강에 적신호가 찾아왔다. 2025년 4월 3일 둘이 가진 마지막 대화에 "전 PD-1을 맞은 다음에 더 나빠진 것 같습니다." 암 환자를 살리는 "Magic Bullets"이 마술이 빠져버리고 총알이 되었다. 5월 16일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조문을 갔다. 거기서 19일 발인한 후 마지막으로 우정에 들른다는 말을 들었다. 다시 이른 아침 우정에 갔다. 대부분 직원들이 검은 정장을 입고 도열하고 있었다. 운구차가 도착하고 천 대표가 동물이 호텔처럼 편안해야 실험 결과도 잘 나온다는 그 소신대로 지어진 동물실부터 시작하여 그의 꿈과 비전이 담긴 우신클 한층 한층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15층 그의 사무실을 마지막으로 들르고는 하늘나라 소풍을 떠났다.
"우정바이오는 지난 3일 콜마홀딩스를 대상으로 3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전환사채가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콜마홀딩스는 약 47% 수준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번 거래는 형식상 CB 투자지만 시장에서는 최대주주 변경을 전제로 한 거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기존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전환사채 인수자인 콜마홀딩스 측에 위임되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라는 3월 6일 히트뉴스를 접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정바이오가 콜마홀딩스에 매각되며 명함에 '우신클 평가단장'이란 타이틀을 지닌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분들은 우정이 추진해온 신약클러스터가 어떻게 될 것인가? 향방에 이목을 집중하게 된다. 바라기는 콜마홀딩스가 집 우(宇)에 바를 정(正)의 이름처럼 신약개발의 집을 바르게 세워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콜마가 신약개발만이 대한민국의 살 길인 것을 증명해주면 좋겠다.
'우정(宇正)'은 필자가 한국에 돌아온 첫 직장인 JW중외에서 3년 동안 같이 일하였던 4명 임원들로 구성된 '감사회'가 더욱 '우정(友情)'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분기마다 운동 예약을 도와주었기에 개인적으로 감사드린다. 감사합니다. 그립습니다. (고)천병년 회장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