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2026 파주 경제자유구역 바이오 컨퍼런스' 개최

(왼쪽부터) 양재혁 한국지능웰케어산업협회 기획이사,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업혁신본부 상무, 이호 국립암센터 산학협력단장,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신철희 SK증권 신기술투자부 팀장, 김재경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 사진=김선경 기자.
(왼쪽부터) 양재혁 한국지능웰케어산업협회 기획이사,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업혁신본부 상무, 이호 국립암센터 산학협력단장,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신철희 SK증권 신기술투자부 팀장, 김재경 카이스트 수리과학과 교수. 사진=김선경 기자.

파주시가 경기 서북부의 글로벌 첨단 비즈니스 거점 조성을 목표로 '파주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핵심 전략인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 실질적인 기업과 인재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26 파주 경제자유구역 바이오 컨퍼런스'에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모여 파주시 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후발주자로서 극복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이번 행사는 파주시가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후원했다.

 

기업 유치 핵심은 '부지' 아닌 '실질적 연구 지원'

양재혁 한국지능웰케어산업협회 기획이사.

파주가 바이오 산업의 후발주자로서 극복해야 할 구체적인 과제들이 제시됐다. 이현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2027년 목표로 조성 중인 파주 경기 바이오 클러스터의 성공을 기대한다면서도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성공 모델로 제시하며 파주시가 바이오 산업을 안착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짚었다.

그에 따르면 보스턴은 2016년부터 세계 1위 바이오 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세계 20대 빅파마 다수가 하버드와 MIT 사이의 켄달 스퀘어에 헤드쿼터 또는 글로벌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 지역은 하버드·MIT의 지속적 인재 유입,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벤처캐피털(VC)과의 연계, 글로벌 제약사와 협력 및 인수합병(M&A)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는 "보스턴의 성공이 결코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는 하버드와 MIT의 인재 공급과 2008년 '매사추세츠 생명과학법' 같은 제도적 뒷받침, 특히 연구실 담장을 넘어 맥주를 마시며 아이디어를 나누는 '비어 엔 디어(Beer and Dear)' 문화에서 시작했다"며 "혁신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파주 역시 이러한 소통의 인프라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상무는 파주 바이오 클러스터 발전을 위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파주가 일단은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을 제시해야 된다고 본다. 입주 기업들이 온전히 연구와 혁신에 몰입할 수 있도록 원스톱 지원체계를 갖추고 일정 기간 동안에는 파격적인 세제 인센티브라든지 규제 혁신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왜 파주를 선택해야 되는지 명확한 명분과 차별화된 답을 제시를 해야 될 것 같다. 이제 글로벌 기업의 앵커 기업이라든지 연구기관 유치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 부지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비 지원이라든지 산학 인프라, 공동연구 프로그램 실적을 낼 수 있는 위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상 데이터 활용 가능한 규제 샌드박스 기대"

김이랑 온코크로스 이사.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규제 혁신과 데이터 활용에 대한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는 "한국의 의료 데이터는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축적되어 있으나, 정작 국내 기업들은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미국이나 유럽의 데이터를 사다 써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인구가 전 세계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빅파마들이 아시아인의 임상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러한 데이터 갈증을 해소해준다면 수많은 AI 바이오 기업들이 파주에 자리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경 카이스트 교수도 이에 동의하며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김 교수는 "스마트워치를 활용해 다양한 질환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데, 현재 활용하는 데이터는 미국과 유럽에서 수집된 것"이라며 "한국의 세금으로 해외 인구에 더 적합한 진단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 데이터가 사장되지 않고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파주와 같은 지역에 특례를 적용해 관련 데이터 활용을 보다 유연하게 허용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임상 데이터 공공화 노력할 것"

국립암센터의 참여는 파주 바이오 클러스터의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축이다. 이호 국립암센터 산학협력단 단장은 "국내 건강보험 기반의 의료 데이터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규제 이슈와 표준화 이슈라는 두 가지 장벽이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공공·민간 의료기관의 EMR(전자의무기록) 기반 데이터가 흩어져 있고 표준화가 되지 않아 활용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 단장은 "임상 데이터와 프로테오 지노믹스 데이터, 영상 데이터까지 세 가지를 결합해 표준화시켜 국가 데이터로 만들고, 이를 공공 데이터화해서 일반 기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갈 길이 멀지만 정부에서도 의지를 가지고 있고, 기업들이 꾸준히 목소리를 내주면 풀어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구체적인 성과로 보건복지부가 국립암센터 내에 구축한 국가 암 데이터 센터를 소개했다. 이 단장은 "민간과 공공기관에 있는 의료 데이터를 취합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특히 파주 메디컬 클러스터(PMC) 미래 혁신 센터에 국가 암 데이터 센터의 일부 기능과 백업 서버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국내 양질의 의료 데이터가 아직은 EMR 기반으로 흩어져 있지만, 국가 암 데이터 센터가 그중 하나의 성과다. 파주 내에서라도 특별법에 의해서 규제가 풀리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20개 넘는 바이오 클러스터...실효성 우려도

질의응답 세션에서 클러스터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현장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보스턴의 성공 이면에는 기술과 인재를 효과적으로 관리한 전문 경영인들이 있었다"며 "전국에 20개가 넘는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지만 성공 사례는 드물다. 파주가 또 하나의 '무늬만 클러스터'가 되지 않으려면 바이오 산업 특유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이끌 수 있는 전문 경영 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파주시와 전문가들이 함께 깊이 고민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기존의 여러 바이오 클러스터 사례를 거울삼아 파주만의 명확한 차별화 메시지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머물며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인재 유지(Retention)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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