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이 없었다? 작년 성과 컸다… 빅파마, 한국엔 열린 창"
중국·AI라는 변수 속 '기회는 있으나 맞춤전략 관건' 지적도

이 날 열린 행사에는 협회 강당을 가득 메울 정도의 사람이 모였다. 사진=이우진 기자.
이 날 열린 행사에는 협회 강당을 가득 메울 정도의 사람이 모였다. 사진=이우진 기자.

생각보다 큰 M&A와 빅딜이 적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회가 거기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중국과 AI라는 큰 벽을 넘고 빅파마의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준비는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28일 '불확실성의 시대, 2026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의 방향과 K-BIO의 기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JPMHC) 현장과 참석자들의 리뷰, 국내 기업의 대응 전략 등이 논의됐다.

허혜민 키움증권 팀장과 조영국 글로벌벤처네트워크 대표는 글로벌 제약산업 전망과 현장 분위기, 한국기업을 향한 조언을 전했으며 패널토론에서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원종헌 LG화학 부문담당 등이 참여해 AI와 중국이라는 두 변수 속에서 한국 바이오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내용의 결은 다소 달랐으나 두 발제자의 결론은 "기회는 열려있고 국내 제약업계는 그 틈을 파고들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닮은 꼴이었다.

허혜민 키움증권 팀장
허혜민 키움증권 팀장

올해 빅딜 안나왔다? '지난해 너무 잘했을 뿐'

발제자들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이전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허혜민 팀장은 "작년에 우리 기업들의 기술 거래가 글로벌 최고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예전 연간 기술이전 한 건 하면 잘했다고 봤고 최근에는 연간 서너 건을 평균으로 봤지만 작년에는 일곱 건이 진행됐고 일본 등과 협력은 물론 기술이전 금액의 질 자체도 코로나 시기를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특기할 만한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머크의 키트루다 피하주사 제형에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ALT-B4) 기술이 적용되는 등 플랫폼에 집중한 것 역시 지난해 좋은 성적의 주요 요소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허 팀장은 "중국은 에셋(파이프라인)을 잘하고, 한국은 플랫폼을 잘한다"며 "키트루다가 메가트렌드 약물이었기 때문에 알테오젠 기술이 주목받았듯 향후 비만 치료제에 플랫폼을 적용하는 회사들도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JPMHC의 성적이 다소 부진했던 이유와 관련, 허 팀장은 "올해 6건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작년에 기술이전을 목표로 했던 회사들이 너무 일찍 넘어갔기(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올해 과연 대규모로 잘 할 수 있는지 단순히 JPMHC가 아닌 상반기를 봐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조영국 글로벌벤처네트워크 대표
조영국 글로벌벤처네트워크 대표

'특허 절벽' 다급한 빅파마, 빅딜은 숨죽였을 뿐

글로벌 빅파마의 M&A와 기술도입은 적극적이다. 특허와 약가 문제 때문이다. 조영국 대표에 따르면 머크는 2027년부터 2030년 사이에 '키트루다' 등을 비롯해 주요 품목의 특허만료로 전체 매출의 56%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제시된다. 화이자는 50%, 릴리 역시 32% 수준으로 집계된다. 2028년부터 2032년까지 특허 절벽이 집중된 만큼 지금 당장 대체 품목을 확보하지 않으면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팀장도 "대부분의 빅파마들이 이번 발표에서 특허 절벽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2028년부터 2032년까지 있을 특허 절벽의 급한 불을 꺼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회사 인수나 빅딜은 없었지만 이같은 미래 찾기는 국내 기업에게는 기회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올해 JPMHC에서도 이중항체, ADC(항체약물접합체), 비만 치료제,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았다. 이 중  가장 화제가 된 딜은 애브비의 중국 3D메디슨 리니벨(Linvevel) 도입이었다. 애브비가 미국 서레벨(Cerevel)을 인수하지 않고 중국 회사에서 기술을 사왔다는 점, 그리고 애브비마저 비만 치료제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고 허 팀장은 분석했다.

특허 뿐만 아니다. 미국 내부의 불확실성도 한국에게는 기회 요인이다. 최혜국 대우 등의 문제 너머로 FDA 내 사기 저하가 역사적으로 컸고 조직 변화가 컸다는 점을 지적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 바이오 경쟁력 우려가 있는 이상 우리 나라가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는 게 허 팀장의 말이다.

 

빅파마와 눈 맞추고... 중국 기업과 협력하는 시대 

"예전에 한 회사 대표에게 미팅을 주선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는 '이 회사 뭐 하는 곳이에요?'라고 물어봤다. 동물용 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수위를 차지하는 회사였다. 그러니 담당자가 얼마나 황당했었겠나."

조영국 대표는 쓴소리를 남겼다. 한국 기업이 여전히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빅파마들은 연초에 '올해 우리는 어떤 분야, 어떤 모달리티, 어떤 수준의 아이템을 찾는다'는 위시리스트를 공개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기술을 어필하기 위해 회사의 개발방향과 맞지 않는 파이프라인을 들고가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팔려면 살 사람을 알아야 한다는 점을 들며 연구개발할 때부터 '이것을 누구에게 팔 것인지' 염두에 두고 사업 개발을 해야할 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벽은 중국이다. 작년 글로벌 기술이전 딜에서 중국 바이오텍은 금액으로 전세계의 40%를 차지했다. 한국은 4~5% 수준이다. 조 대표는 그 배경을 소위 '리턴 인재'를 향한 지원과 이를 통한 역량으로 봤다. 미국에서 일하던 이들을 다시 중국으로 데리고 오면서 막대한 돈과 인프라를 지원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LG화학 원종헌 부문담당은 "작년 중국 신약 허가가 70개, 임상 시작부터 FDA 승인까지 3~4년이다. 한국이 이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원 부문담당은 "중국과 경쟁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원종헌 LG화학 부문담당,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왼쪽부터 원종헌 LG화학 부문담당,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

AI도 변수다. 김이랑 온코크로스 대표는 이번 JPMHC에서 엔비디아(NVIDIA)가 AI 신약개발 회사와 협업을 발표한 것을 이슈로 꼽으며 "엔비디아 같은 빅테크 기업이 이 영역에 들어온다는 건 시장이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우리 같은 AI 신약개발 바이오텍 입장에서는 엄청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경쟁자로 들어오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빅테크를 이기려면 그들이 안 하는 걸 해야 한다. 아시아 인구가 전 세계 60% 이상을 차지하는데 위암 같은 아시아 특이적 질환 데이터는 글로벌 빅테크도 부족하다"며 "이같은 고유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충분히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은 국내 업계에 단비와 같다고 참석자들은 강조했다. 허 팀장은 "사람만 열심히 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며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한 박자 빨라지면 산업의 르네상스는 반드시 온다"고 말했다.

조 대표도 "중국이 먼저 치고 나갔지만 아직 늦지 않다"며 "정부 지원이 좀 더 유연하고 빠르고 활발하게 된다면 좋은 기회"라며 "인재, 자금, 정부 지원에 더해 상장과 투자 관련 금융 시스템도 선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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