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릴리, 수천개 GPU 확보… AI 연구 인프라 구축 속도
삼성바이오·셀트리온 등 국내도 AI 운영 확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AI 모델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약업계에서도 연산 자원 확보 경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로슈와 일라이릴리는 반도체 선도 기업 엔비디아와 협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GPU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로슈·릴리 잇단 투자… 신약개발에 GPU 존재감↑
로슈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AI 공장'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로슈는 엔비디아 블랙웰 GPU 2176개를 추가 확보하며 총 보유량을 3500개 이상으로 늘렸다.
회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연구개발과 데이터 분석, 임상시험 프로세스를 넘어 제조 및 진단 영역까지 AI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세부적으로 연구개발 단계에서는 엔비디아의 바이오니모 플랫폼을 활용해 대규모 가설 검증을 수행하고 실험과 AI 모델을 연결하는 '랩 인 더 루프' 환경 강화에 나선다.
제조에서는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생산 라인 가상 복제본)을 적용해 공정 설계와 운영을 최적화하고, 진단과 디지털병리 분야에서도 대용량 데이터 분석과 이미지 기반 질병 패턴 탐지에 AI를 활용한다. 신약 발굴부터 생산, 진단 등으로 AI 적용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모습이다.
릴리는 한발 앞서 대규모 AI 투자 계획을 내놨다. 회사는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엔비디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 공동 AI 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5년간 최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자사 슈퍼컴퓨터 '릴리팟'을 공개했다. 릴리팟은 엔비디아 DGX 슈퍼팟 기반으로 구축됐으며 블랙웰 계열 GPU 1016개가 탑재됐다.
회사는 이 인프라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소분자 설계, 유전체 기반 분석 등 다양한 AI 모델을 동시에 학습시키는 환경을 구축했다. 기존 물리적 실험 중심 연구 방식과 병행해 대규모 연산 기반 가설 검증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약 후보물질 탐색 과정에서 요구되는 연산량 증가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단일 표적에 결합하는 후보물질을 찾기 위해 수백 개 수준의 GPU 자원이 필요하다는 점이 업계에서 언급되면서 연산 인프라가 연구 효율과 직결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도 AI 도입 확대… 제조·운영 효율화에 무게
글로벌 흐름에 따라 국내 기업들도 AI 도입을 확대하는 추세다. 다만 빅파마처럼 초대형 GPU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제조 공정과 운영 체계, 사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중심으로 접근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AI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지능형 공장 구축 계획을 밝히며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 강화 의지를 나타냈다. 생산 공정과 품질 관리, 설비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AI 적용이 주요 방향이다.
셀트리온도 전사 차원의 AI 활용 계획을 제시했다.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해 연구개발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AI 플랫폼을 도입하고 업무 효율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대웅제약은 디지털헬스 영역에서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병원과 가정을 연결하는 AI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을 구축하고 병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의료 현장 중심 활용 사례를 늘리고 있다.
이밖에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들도 AI 기반 신약개발 기술을 활용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설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등 연구개발 영역에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