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행정기관 '요청’' 있어야 검사 가능…전문가 "관리 공백 되풀이 우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긴급사용승인 의약품에 대한 품질 검증 체계를 마련한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이물 혼입 논란과 관련한 감사원 지적에 따른 후속 조치다. 다만 약물 안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대책이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라기보다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식약처는 10일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3월 중 고시 개정을 통해 긴급사용승인 품목을 대상으로 한 품질검사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의료기관으로부터 총 1285건의 코로나19 백신 이물 신고를 접수했지만 동일 제조번호 백신 접종을 계속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된 이물 가운데는 곰팡이, 머리카락, 이산화규소 등 ‘위해 우려 이물’이 포함된 사례도 127건에 달했다. 그러나 질병청은 이 가운데 상당수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하지 않은 채 제조사 자체 조사 결과를 회신받는 방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긴금사용승인 품목 대상 품질검사 절차를 마련한다.
현행 제도에서는 '약사법' 제31조와 제42조에 따라 허가된 국내 백신의 경우 수입자 품질검사와 국가출하승인(국가검정)을 통해 품질 검증이 이뤄진다. 그러나 긴급사용승인 백신의 경우 별도의 품질검증 절차가 명확히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의료제품의 긴급사용 승인 신청 및 처리 절차 등에 관한 규정'(식약처 고시) 개정을 추진해 긴급사용승인 의약품에 대한 품질검사 절차를 신설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중앙행정기관장은 제6조에 따라 긴급사용 승인된 의약품에 대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품질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어 "의뢰제품 정보(제품명, 제조번호, 시험항목, 검체수량 등)를 명시하여 문서로 요청하면 식약처장은 중앙행정기관장에 검사결과를 신속하게 통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품질 관리 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중대형 제약사 출신 GMP 전문가는 "일반 백신 출하 제도와 달리 긴급사용승인 백신에 대한 명시적인 품질 관리 시스템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당시 코로나19 백신이 매우 부족했기 때문에 질병청이 식약처에 통보하지 않고 접종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정제는 위액이 산성이라 살균효과라도 있는데, 무균제는 정맥이나 피하로 직접 투입되는 것이라 인체의 방어기제가 없다"며 "그렇다면 '할 수 있다' 정도의 즉 식약처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요청이 오면 할 수 있다는 식의 대응은 향후에도 미봉책이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약물 감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의사)는 "백신 생산 과정에서 이물 혼입이라면 제조사가 식약처에 반드시 통보하도록 시스템이 돼있다"며 "그런데도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시스템 상의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제조와 품질 관리 부실의 문제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구나 일본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문제가 발생했을 때 품질을 검증하고 같은 로트의 100만여건 이상의 백신을 폐기헀다"며 "식약처장에 향후 백신 품질 검사를 요청할 수 있다 정도 수준의 개정안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2021년 모더나 백신에서 금속 이물이 발견되자 약 163만 회분의 동일 로트 백신 사용을 즉각 중단하고 전량 회수·폐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백신은 무균 주사제로 안전성이 완전히 확인되지 않을 경우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라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식약처 개정안이 실제 품질 관리 강화로 이어질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정안은 중앙행정기관장이 식약처장에게 품질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에 그쳐, 품질 이상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