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지적 이후 의견 조회…업계 소급 적용 여부 촉각
"제품명 변경은 절차 복잡, 표시 강화가 현실적 대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 간 제품명 혼동 문제와 관련해 고시와 가이드라인 정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는 규정 손질 방향에 따라 기존 제품의 존속 여부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 바이오의약품허가과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등 관련 단체 측에 관련 의견 조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문에는 국감 지적 사항과 함께 명칭 가이드라인 정비 필요성에 대한 검토 취지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작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서 일반의약품 제품명과 유사한 의약외품명 사용에 대해 소비자 혼동 가능성을 지적한 바 있다. 오유경 식약처장 역시 가이드라인 정비 필요성에 동의 의견을 밝히면서 후속 검토가 예고됐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언급된 사례는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대표적으로 대웅제약 우루사와 우루샷이 언급됐다. 전자는 UDCA(우르소데옥시콜산)를 주성분으로 간기능 개선 등에 효능·효과를 인정받은 일반의약품인 반면, 후자는 피로 회복·자양강장 등을 표방하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최보윤 의원은 제품명과 패키지 디자인이 유사해 소비자가 같은 라인업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간 건강' 이미지에 기대어 의약외품이 의약품과 유사한 효능을 있는 것처럼 오인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동국제약 마데카솔연고와 마데카솔케어연고가 거론됐다. 마데카솔케어연고는 상처 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받은 일반의약품이며 항생제 성분 등을 포함한 치료 목적 제품이다. 반면 마데카솔연고는 상처 보호·피부 관리 목적의 의약외품으로 1970년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됐지만 2011년 의약외품으로 전환됐다.
특히 이들 제품이 약국 내에서 동일 진열대에 놓일 경우 일반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에 식약처는 명칭 가이드라인 정비에 나섰다. 문제는 식약처가 유사 제품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고시를 개정하는 것이 기허가 일반의약품과 의약외품 대상으로 '소급 적용'될 가능성이다.
현실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일반의약품(OTC)이 보다 의약외품 제품명을 수정해야 하는데 업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제약사 RA 본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일반의약품(OTC)보다 의약외품 명칭을 수정해야 한다. 제품명 변경은 글자 몇 개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라벨지와 패키지는 통상 최소 3~4개월치 이상을 먼저 인쇄해 두고 운영하며 일부 품목은 1년 전부터 포장용지를 대량 구매해 라벨을 부착해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식약처 고시 변경이 이뤄져 의약외품 제품명을 바꿔야 하면 기존 인쇄 자재는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며 "변경 허가와 등록을 새로 받는데 걸리는 시간도 상당하다. 상표권 재출원과 권리 정비는 물론 이미 지불한 등록·유지 비용 문제도 뒤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가 발간한 "의약외품 제품명 설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에는 일반의약품과 유사한 주성분·유사 효능·효과를 가진 경우 동일 상표명 사용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조항이 적시돼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의로 틈을 비집고 들어간 사례가 아니라, 식약처가 이미 인지하고 열어둔 구조"라며 "이미 OTC와 비슷한 제품명을 의약외품 제품명으로 사용하도록 식약처가 허용을 했기 때문에 제약사들은 제도 틀 안에서 움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OTC 브랜드 자산이 축적된 일반의약품 명칭을 의약외품에 활용하면 소비자 연상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을 인정할 필요는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만 의약품과 의약외품의 제품명 혼동은 약국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약사 복약지도가 이뤄지는 환경임을 감안할 때 전면적인 명칭 재정비는 과도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전면적인 제품명 변경 보다는 의약품·의약외품 표시 문구 크기를 키워 표시 구분을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중대형 제약사 RA 본부 관계자는 "소비자 혼동이 문제라면 제품명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표시 구분을 강화하는 방안을 대안일 수도 있다. 약사법상 의약품·의약외품 표시 문구는 일정 글자 포인트 이상으로 기재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7포인트에서 9포인트 이상으로 상향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표시 문구를 키우는 방법이 국회 지적에 대한 대응 논리를 확보하면서도 구조적 비용과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완충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국회 지적 사항과 관련해 업계 의견을 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 개정 방향이나 범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