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화이자 시작으로 지난달 애브비까지 16개사 합의
약가인하·R&D투자↔관세 면제 '맞교환 딜'

글로벌 제약사들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최혜국(MFN) 약가 정책'에 따라 약가 인하와 직접판매(DTC) 전환, 미국 내 투자 확대를 묶은 이른바 ‘맞교환 딜’에 잇따라 합의하고 있다. 2025년 9월 화이자를 시작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노보 노디스크 등 주요 빅파마들이 차례로 미국 정부와 합의안을 발표한 가운데 약가 인하와 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한 투자 약속이 공통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7개 바이오제약사에 서한을 보내 최혜국 약가 정책에 따라 약가 인하 조치를 취할 것을 요청했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의료비 절감과 함께 의약품 생산의 미국 회귀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첫 합의 사례는 화이자였다. 화이자는 작년 9월 미국 정부와 합의해 자사 주요 의약품에 MFN 가격을 적용하고, 환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는 'TrumpRx' 플랫폼에 참여하기로 했다. 유크리사, 젤잔즈, 자브스프레트 등 주요 제품은 평균 50%에서 최대 85%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되며, 그 대가로 화이자는 향후 3년간 의약품 관세 면제 혜택을 확보했다. 동시에 미국 내 제조와 연구개발에 7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듬달엔 아스트라제네카와 EMD세로노가 합류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천식 및 COPD 치료제에 MFN 가격을 적용하고, 에어수프라와 브레즈트리에어로스피어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최대 98%까지 인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미국 내 제조 및 연구개발에 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11월엔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도 MFN 정책에 대응했다. 릴리는 젭바운드의 가격을 기존 1086달러에서 346달러로 인하하는 등 GLP-1 계열 제품을 포함한 가격 조정에 나섰고, TrumpRx 참여를 결정했다. 노보 역시 오젬픽과 위고비의 가격을 959달러에서 274달러로 대폭 인하하고 TrumpRx를 통한 직접 판매에 참여하기로 했다.
12월에는 백악관이 BMS, 길리어드사이언스, 암젠, MSD, GSK, 노바티스, 로슈/제넨텍,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까지 9개 제약사와의 MFN 합의를 공식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MFN 약가 적용과 함께 TrumpRx를 통한 직접판매 할인 등을 약속한 가운데 합산 최소 1500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제조시설 투자 계획을 제시했다.
개별 기업별로 세부내용을 보면 암젠은 고지혈증 치료제 레파타 가격을 573달러에서 239달러로, BMS는 HIV 치료제 레이아타즈를 1449달러에서 217달러로 인하했다.
길리어드는 C형간염 치료제 엡클루사의 가격을 2만4920달러에서 2425달러로 낮췄으며, MSD는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가격을 330달러에서 100달러로 조정했다.
노바티스는 다발성경화증 치료제 메이젠트 가격을 9987달러에서 1137달러로 인하했고, 사노피는 플라빅스 가격을 756달러에서 16달러로 낮추는 한편 인슐린 제품을 월 35달러에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GSK와 BMS, MSD는 핵심 의약품의 원료(API)를 전략 비축 프로그램(SAPIR)에 기부하기로 했다. GSK는 알부테롤 98.8㎏, BMS는 아픽사반(API) 6.5톤, MSD는 에르타페넴 3.5톤을 제공한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1월 12일 애브비가 16번째로 MFN에 합의했다. 애브비는 알파간, 콤비간, 휴미라 등을 TrumpRx에 공급함과 동시에 향후 10년 간 미국 내 R&D 및 생산인프라에 총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까지 MFN에 합의한 16개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약가 인하와 미국 내 투자 확대를 조건으로 향후 3년간 의약품 관세를 면제받는 구조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리제네론은 아직 공식 합의가 발표되지 않은 유일한 주요 기업으로 남았다. 다만 업계에 따르면 리제네론 역시 정부와 MFN 약가 적용과 투자 조건을 둘러싼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조만간 합의 여부가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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