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에서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AI
"5~10년 후, AI 활용으로 사람 업무 중 30% 이상 전환 예상"
전주기 지원 AI로의 발전, 신뢰성 검증 환각 극복 등 보완 해결 숙제

[신년기획] 제약바이오 산업에 스며드는 인공지능(AI)의 효력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인공지능(AI)이 뉴 노멀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청춘이 AI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시대, 히트뉴스가 제약바이오산업 현장의 'AI 감염 실태'를 살펴본다.
① AI 활용, 지금도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② 생성형 AI, 업무 효율성 극대화
③ 불순물부터 CTD 심사까지, AI 항해 돌입한 식약처
④ '도구'에서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AI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규제 환경 조성 그리고 AI 전문 인력 양성 등 국가 차원의 대비와 AI 시스템을 내재화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공유됐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내에서 복잡한 패턴을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다. 이 특성으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유전체, 단백질 구조, 화합물, 임상데이터처럼 규모가 크고 복잡한 데이터를 동시에 다루면서 숨은 상관관계를 찾아낼 수 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그 영역은 예측을 넘어, 새로운 텍스트부터 화합물·단백질까지 직접 설계할 수 있게 됐다. 점차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로 발전하면서, 유전체·이미지·임상정보를 통합 분석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제약바이오 분야의 AI 선구자들은 이를 활용해 반복적인 실험 설계, 데이터 처리, 리포트 작성 등 업무를 자동화하기 시작했고, 방대한 논문, 특허, 임상시험 정보 등을 신속하게 검색·요약하고, 필요한 지식을 구조화하고 가설을 제시하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클라우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발전과, 인프라 확충 등과 맞물려 AI는 제약바이오 R&D 전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융합연구원 표준희 원장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분야가 타깃 발굴 질환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히트(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초기 단계 후보 물질, Hit Compound) 발굴, 리드(선도 물질, Lead compound) 최적화, 전임상 연구 자동화, 임상시험 등 R&D 단계를 넘어 의약품 제조 및 생산(CMC), 유통, 인허가, 마케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표 원장은 "기존 수십만~수백만 화합물을 하나씩 돌려 확인하던 스크리닝 과정을 딥러닝 기반 결합 친화도 예측 모델로 사전에 '될성부른' 후보만 골라 도킹 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 확산모델, 트랜스포머 기반 기초모델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인실리코 메디슨이 AI로 설계한 특발성 폐섬유화증 신약 후보 'INS018 055'가 2상 임상에 진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개발 단계에서도 임상시험 설계, 환자 모집에 활용할 수 있고, 웨어러블 앱 데이터(활동량, 수면, 음성, 인지 테스트 등)를 이용해 질병 진행을 추적하고, 약효를 민감하게 측정하는 ‘디지털 유효성평가변수(Digital endpoint)’ 개발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의약품 생산 공정 조건과 품질 특성(CQAs)를 학습해, 최적 공정창(Process design space)를 찾아주는 모델도 활용되고 있으며, 인허가(RA) 문서 작성에 필요한 논문, 가이드라인, 규제 문서를 요약해 임상시험계획(IND) 또는 신약 품목허가(NDA) 신청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AI 시장은 AI 기반 신약물질 도출과 임상시험 최적화가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제조·공급망·안전성·마케팅 분야가 뒤를 잇고 있다. 그 규모는 신약 탐색 영역에서 2023년 기준 대략 15~25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고, 연평균 25~30%씩 성장해 약 600~1000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약개발 전주기 지원 AI로의 발전,
신뢰성 검증, 환각 극복 등 보완점 해결이 숙제
효율과 예측∙분석 능력에서 완벽해 보이는 AI지만,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은 남아있다. AI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검증, 거짓 정보를 제공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어떻게 분간해 낼 수 있을 지, AI에 축적된 데이터 보안을 위한 거버넌스 마련, AI 데이터 활용에 대한 규제기관의 가이드라인 구축, AI 활용 능력을 키우기 위한 인재 양성 교육 등이 바로 그것이다.
칼리시 박영빈 이사/최고과학책임자(CSO)는 "제약업계는 AI가 단순 분석을 넘어 신약개발 전 단계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End-to-End' 지능형 시스템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러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바이오실험 데이터 품질, 바이오 데이터 결과 분류 표준화, 모델 신뢰성 확보, 생성형 AI의 환각 문제 등은 간단히 기술 발전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AI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검증된 데이터가 없다면 잘못된 결론을 반복할 위험이 있으며, 편향된 데이터가 누적되면 향후 모델 학습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박 이사는 규제 측면으로도 AI 모델의 검증 방법, 재현성, 버전 관리 기준 등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으며,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한계점으로 꼽았다.
즉, 이 분야는 단기 유행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지속적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해외 기술을 단순 도입하면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이러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준희 원장도 규제 산업인 제약바이오 특성상 AI 도입을 위해선 몇 가지 보완점이 해결돼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표 원장은 "AI 도입에 있어 환각을 포함한 오류 가능성을 관리하기 위한 엄격한 검증, 검토 체계가 필요함과 동시에, 환자 데이터와 회사 기밀이 모델 학습, 프롬프트 과정에서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과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AI를 통해 창출해낸 특허, 저작권 문제, 규제 가이드라인 마련, 그리고 내부 인력의 재교육 등 제도, 조직 차원의 준비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일환으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산하 AI신약융합연구원은 '제약 기업의 AI 기반 신약개발 및 디지털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AI 신약개발 R&D 기획 및 연구 수행 △인재양성·교육 플랫폼 △산·학·연·병 네트워크·생태계 조성 △기업의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의 역할을 수행 중이다.
표준희 원장은 "우리 연구원은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사업'을 통해 'AI 기반 신약개발 임상시험 설계·지원 플랫폼'을 구축·개발하고, 전임상‧임상 단계를 연계해 국내 AI 전주기 신약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더해 "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 아래, 인공지능 활용 신약개발 교육·홍보사업을 통해 온라인 교육 플랫폼(LAIDD) 구축, 프로젝트 기반 실습 교육 및 부트캠프 등을 통해 현장형 실무 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연구원은 AI Pharma Korea 컨퍼런스, 경진대회, 자문위원회, 기업 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산·학·연·병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국내 생태계 허브 역할을 강화하고 있으며, AI 신약개발 관련 최신 연구·산업 동향을 공유하고 다양한 연구자와 기업을 위한 소통의 채널로서 기능하고 있다.
기업 자체적으로는 문제 해결 중심의 전략과 전사적 통합 및 변화 관리 그리고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이 주된 과제로 제시됐다.
표 원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문제 해결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고, 특히 'AI를 어디에 쓸 것인가', 즉 'use case'를 분명히 하는 게 우선”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도록 실제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예측·자동화 과제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de novo 설계, 디지털 트윈 등 차별화 기술에 투자하는 투트랙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 버전관리·배포·모니터링 체계(MLOps), 보안·규제 준수 체계를 갖추어, 신약 파이프라인 전체에 걸친 내부 데이터 카탈로그, 표준 용어, 데이터 품질관리, MLOps를 기업 표준 프로세스에 녹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생명과학 분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개발 업체인 비바시스템즈의 신은호 전무는 "기업 차원에서 전사적 통합 및 변화 관리와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며 "AI의 활용을 시범적용(Pilot), 개념증명(PoC) 단계에 머무르지 않고, AI를 기존 업무 시스템에 완전히 통합하고, 전사적 워크플로우를 혁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임직원의 심리적 저항감을 해소하고, 이들의 AI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 필수"라고 말했다.
신 전무는 "AI 학습을 위한 고품질, 비편향적 데이터의 확보 및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구' 아닌 '에이전트'로의 AI 역할 확대,
제약바이오 R&D는 점차 'AI 퍼스트'로
신은호 전무는 AI의 적용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점차 '신속하고 개인화된(Personalized)'방향으로 혁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신 전무는 "AI가 신약 후보 발굴부터 임상시험 설계 및 운영까지 전 과정을 가속화해 신약 개발 기간이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단축될 것이다. 더불어 단일 임상시험군에 대한 임상만으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는 등 변화가 예상된다"며 "현재의 생성형 AI가 점차 자율형 AI(Agentic AI)로 발전해,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임상 운영 업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고,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나 제약사의 운영 인력은 단순 집행자에서 AI 시스템의 감독자 및 전략적 의사결정자로 역할이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무는 향후 AI 시스템의 검증과 안전성 확보가 산업의 표준이 되며, AI가 작성하고 분석한 데이터가 규제기관의 심사를 받는 일상적인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향후 5~10년 후에는 AI의 활용으로 사람의 업무 중 최소 30% 이상은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상시험에 있어서도 가상 위약군을 활용한다 던지, 1상 임상시험 만으로 바로 의약품 허가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등 R&D 판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AI는 어느 정도 수준의 데이터 모델을 만들고, 얼마만큼의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지에 따라 다른데,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의 AI 데이터 통합 플랫폼 'data42(데이터42)'만 보더라도 이미 3000건 이상의 임상시험 데이터와 노하우 그리고 임상 디자인 등이 집적되어 있다"며 "우리나라의 바이오텍들은 애초에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이를 어떻게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줄 수 있을 지도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준희 원장은 신약 개발 과정이 점차 'AI 퍼스트'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표 원장은 "10여 년 후 신약개발 과정은 타깃 발굴부터 후보 설계, 독성·약동학 예측, 임상 설계까지 AI 예측을 선행해 시뮬레이션으로 걸러낸 뒤, 가장 유망한 후보만 실험과 임상으로 검증하는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며 "이미 AI 설계 후보들이 임상 단계에 진입했고, 2030년 전후로 ‘AI가 설계한 약’이 본격적으로 허가·시판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정밀의료와의 결합도 기대된다. 유전체·단백질 구조·생활 데이터까지 반영한 환자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용량·조합이 최선인지 예측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며 "실험실과 제조 현장에서는 센서·로봇·AI가 결합된 고도의 자율화가 진행되고, 제약사는 '약을 만드는 회사'를 넘어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환자를 위한 치료 솔루션을 설계하는 회사'로 점차 역할이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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