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생산만으로는 한계…"국내 기업 자생력 필요"
한국도 예외 아니야...국정감사서 대책마련 촉구

의약품 생산이 일부 국가에 편중돼 있어 의약품 부족 문제가 각국의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이 잇따르며 공급 안정 대책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주부터 이어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국가 필수의약품공급 불안과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도 문제가 연달아 지적되면서 대책 마련이 요구됐다.

 

특정 국가 편중된 공급망, 의약품 수급 위기 불러와

아이큐비아가 지난 17일 발간한 '글로벌 의약품 부족 위기: 제약바이오 기업의 전략적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에서 공급이 부족한 의약품의 49%는 미국 내에서 제조되고 있다. 반면 원료의약품(API) 생산은 미국 28%, 독일 14%, 인도11% 등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편중이 무역 갈등, 수출 제한, 자연재해 등 외부 충격 발생 시 전 세계 공급난으로 확산될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아이큐비아는의약품 부족의 원인으로 △품질 문제 △원료 수급 불안 △제조 채산성 저하 △규제 지연 △지정학적 갈등 등을 꼽았다.

이 중에서 특히 '경제적 유인 부족으로 인한 생산 포기'가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낮은 수익성과 높은 규제 부담 탓에 제조업체들이 필수의약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부 국가가 특정 품목의 사실상 유일한 공급처로 남게 되면서, 한 지역의 생산 차질이 곧바로 세계적 품귀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단기 생산 확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급선 다변화와 인센티브 기반 가격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공급 부족이 발생하기 전에 대체제 생산과 수입 절차를 신속히 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조사의 조기 통보를 의무화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핵심 정책 수단으로 제시했다.
 

한국도 필수약 공급 중단 리스크 노출

오유경 식약처장 "공공 생산 확대할 것"

이 같은 글로벌 리스크는 한국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21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는 필수의약품 공급 중단과 원료의약품 해외 의존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왼쪽부터 오유경 식약처장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국회방송 
왼쪽부터 오유경 식약처장과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국회방송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6년간 총 147건의 의약품 공급이 중단됐으며, 올해만 31건이 보고됐다"며 "공급망 불안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가필수의약품은 시장 자율에만 맡겨서는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며 "현행 60일 전 보고 제도로는 이미 대응이 늦다. 보다 실효성 있는 사전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2016년 35% 수준이던 중국과 인도 수입 비중이 지난해에는 50%까지 늘었으며, 두 나라의 수출 제한이 국내 공급 불안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한 해외 의존이 구조화된 만큼, 국산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국제 원료 수급 불안과 제조 채산성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공 생산 네트워크를 확대해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고 답했다. 또 그는 공급 중단 사전 보고 기한을 기존 60일에서 180일로 늘렸고, 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대체제 도입과 행정적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제조역량 + 다층적 공급 네트워크 구축 필요

아이큐비아 보고서에서는 "단기적 생산 확충이나 공공 조달만으로는 의약품 부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생산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적 유인을 조정해 제조사가 안정적으로 생산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선진국 다수는 제조사와 정부 간 공동 인센티브 모델을 도입해 필수약 생산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가 일정한 수익성을 보장하거나 생산 유지 기업에 세제 혜택·우선 구매권 등을 부여해 필수의약품 생산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센티브 기반 정책이 공공 생산망 확장보다 현실적이며, 채산성 문제로 생산을 중단하는 기업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제약 시장의 공급 리스크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의약품 공급난은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며, 각국이 자국 내 제조 역량뿐 아니라 다층적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