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종합처방전

① 초기개발 과제에 대한 단절 없는 지원
② 정책펀드 안에서 일정 비율은 모험 투자에 배정
③ 정부 과제로 매출 발생 전까지 버틸 수 있도록 지지
④ 대기업이 가진 CVC 펀드 규제 완화해 돈맥경화 해소
⑤ 성실한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적 환경도 필요

 기획 | 미정복 질환과 싸우다 고독해진 K바이오텍 

① 문제는 임상, 빅 파마도 임상 결과를 묻잖아
② 신약의 혁신성 보다 트렌드를 쫓아가는 '돈'
③ 목적성 펀드조차 대상 기업을 외면한다면... 

④ 임상 문턱에서 멈춘 혁신, 이제는 결단할 때

"바이오 벤처의 80%가 임상 진입을 못 한다. 대부분 비임상 끝나고 임상 진입 단계까지 간 회사들은 최소 500억원을 투자 받았는데, 그 가운데 80%가 다 날아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9월 5일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윤채옥 진메디신 대표는 절박한 현실을 토해냈다. 그는 "특히 임상 초기 벤처에 대해 정부의 보다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년간 연구 끝에 후보물질을 만들어냈지만, 본격 임상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멈춰 서는 기업들. 윤 대표는 "효과가 좋아서 윤리적으로 임상을 멈출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은 한국 바이오텍이 처한 딜레마를 집약한다. 후보물질을 발굴했지만, 자금의 벽 앞에서 번번이 멈출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데스밸리와 쏠림 구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자금의 흐름이 끊겼다"고 한다. 초기 연구 단계에는 정책 펀드로 자금이 투입되지만, 전임상과 임상 초기를 버틸 '중간 자금'은 비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의 이어달리기가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초기 단계의 바이오텍에는 자금이 닿지 않고, 상대적으로 후속 단계에서만 투자가 집중된다. 단계별로 균형 있게 이어져야 할 투자 흐름이 끊기면서, 초기 기업들은 출발선에서부터 멈춰 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 쏠림 현상도 구조적 문제다. 국내 바이오텍의 투자 회수 전략(Exit, 엑시트)은 사실상 IPO뿐이다. 이 구조에서는 투자자들이 결국 수익성이 높아 보이는 분야만 쫓게 된다.

그는 "엑시트 창구가 IPO 뿐인 상황에서 결국 수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며 "수익성이 보장될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결과 항체, 비만 치료제, 항체약물접합체(ADC) 같은 인기 모달리티에 자금이 집중되고, 치매 등 일부 희귀질환 등 미정복 질환은 외면 받는다.

결국 자본의 단절, IPO 편중이 맞물리며 한국 바이오텍은 임상 문턱 앞에서 멈춰 서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결단이 필요할까?

바이오 혁신을 위한 정책 방향은 여러 갈래에서 제시된다. 각각은 따로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문제 '신약개발 전주기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의 부재'로 수렴된다.

 

위험자본의 기능 회복

200억원대 이하의 소규모 펀드

펀드 구조는 업계가 가장 먼저 지적하는 대목이다. 국내 벤처캐피털은 대부분 1000억원대 대형 펀드다. 얼핏 보기에 든든해 보이지만, 이 구조에서는 초기 기업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왜일까.

심사역 A는 "정부는 바이오 벤처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 1000억원대 펀드를 다수 조성했다"며 "결과적으로 초기 단계 투자가 소외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보통 1000억원 펀드는 15~20개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관리 인력과 회수 부담을 고려하면 이 이상은 힘들다. 관리보수비를 제하면 실제 투자 가능한 자금은 800억~9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20곳에 나누면 기업당 평균 40억~50억원이 배정된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전임상 단계 기업이다. 초기 단계 전임상 바이오 기업은 아직 기업 가치가 낮다. 예를 들어 기업가치가 200억원 수준인 회사를 두고 50억원을 투자한다면, 투자자는 단번에 15~2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상장 이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벤처캐피털이 5% 이상을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돼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매도할 수 없고(락업), 지분 변동 시 공시 의무도 뒤따른다. 결국 투자금을 원하는 시점에 회수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벤처캐피털은 오히려 조금 더 후반 단계, 예컨대 시리즈 B 단계에서 투자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가치가 이미 크게 오른 시점에 같은 금액을 넣어도 지분율은 5% 이하로 떨어지면서, 규제 부담 없이 투자금 회수 전략을 세우기 용이하기 때문이다.

결국 초기 기업은 지분율이 과도하게 커지는 탓에 투자자들이 기피하고,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에만 자금이 집중된다.

이 같은 배경에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역시 "500억원 이하 소규모 바이오 전용 펀드가 필요하다"며 "중기 단계를 지원하는 별도의 정책 펀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시트 다변화가 필요하다 M&A로 가는 길

자금만 있다고 문제가 풀리지는 않는다. 길 자체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IPO가 사실상 유일한 엑시트 창구다. 이 구조에서는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분야만 찾게 되고, 모험자본은 본래 기능을 잃는다.

해외에서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코(NewCo) 모델'이다. 유망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모아 별도의 회사를 세운 뒤, 여기에 투자하고 나중에 회사를 매각하거나 상장해 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특정 기업에만 묶이지 않고, 여러 시점에서 유연하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투자 환경 구조에서 비롯된다. 미국과 중국은 민간 자본이 중심이 돼 스타트업이 글로벌 투자자나 전략적 파트너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뉴코 모델이나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회수 방식이 활성화돼 있다. 반면 국내 바이오·벤처 시장은 시장 규모가 작고, 투자 자금도 상당 부분 정부 펀드를 통해 공급되다 보니 뉴코 모델 같은 방식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국내 벤처캐피털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IPO뿐이다. 이 때문에 IPO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혁신적이지만 상장 가능성이 낮은 초기 기업은 투자 받기가 어려운 구조가 이어진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M&A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영민 KDDF 단장은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 파산될 경우 단순히 한 기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연구해온 파이프라인과 수집된 데이터, 숙련된 전문 인력까지 잃게 돼 기회비용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제약사나 바이오 기업이 국내 바이오벤처 M&A를 추진할 때 정부 차원의 제도적·재정적 지원이 마련된다면 시장은 훨씬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인력당 보조금 지원, 매칭 자금 제공,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추가 보조금 지원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같은 보조금 형태의 지원은 바이오 기술의 연속성 뿐 아니라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인수 이후에도 파이프라인 연속성을 모니터링하고 인력 이탈을 방지할 전략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PO 이후의 족쇄, 법차손 규제

국내 바이오기업은 IPO라는 좁은 출구에 의존할 뿐 아니라, 상장 이후에도 '법차손' 규제라는 높은 장벽을 마주한다. 이 제도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최근 3년간 두 차례 이상 '법인세 차감 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해 상장폐지 위험에 몰리게 한다. 연구개발 비용 투입이 많고 매출은 더딘 바이오기업에게는 사실상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문제는 이 규제가 상장 이후 투자금 회수마저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임상 과정에서 환자 모집이 지연되거나 주가가 흔들리면, 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하더라도 법차손 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신규 투자를 꺼리게 되고, 결국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까지 위축된다.

심사역 A는 "세포유전자 치료제(CGT)처럼 임상 1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 주가가 떨어지면 아무리 증자를 해도 법차손 문제를 풀 수 없다"며 "기업 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 성장했거나 의미 있는 라이선스 성과가 있을 때는 법차손 적용을 유예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도 "최근에는 상장기업들조차 법차손 이슈로 인해 비상장 시절 투자금 회수가 막히면서 신규 투자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법차손 규제를 개선해 상장 시장의 활력을 높이고, 구주 전용 펀드 조성과 IPO 문호 확대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 시점에 회수가 어렵고 수익률도 기대하기 힘들다면, 누구라도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보조금·세제 지원 넘어 예산 확대까지, 정부지원 확실해야

신약개발은 성공 확률이 10% 미만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3상까지 평균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 수천 억원이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공익적 가치가 크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실패 리스크를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직접 보조금, 세제 감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투자 환경이 위축되면 기업의 신약개발 추진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이때 정부의 지원은 단순한 연구비 보조를 넘어, 산업 전반을 지켜내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과 보조금은 민간 투자를 끌어내는 촉매제"라며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제약바이오를 육성하려면 정부가 위험 분담자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민 KDDF 단장 역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신약개발사의 70% 이상이 바이오텍으로, 제한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혁신 기술을 지향하고 있다"면서도 "임상 단계에서 안정적인 개발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우수한 과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개발 과제에 대한 단절 없는 지원과 병목구간 극복을 위한 집중 지원을 위해 예산 증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통 제약사와 CVC의 역할

전통 제약사의 참여도 중요하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은 보수적이어서 공격적 투자를 하지 않는다.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이름으로 10억~20억원 수준의 소규모 투자가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CVC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추구하는 일반 벤처캐피털과 달리, 모기업의 산업 전략과 연계된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시너지를 추구한다. 신약개발 분야에서는 특히 초기 단계부터 안정적인 자금을 공급하고, 필요할 경우 연구개발이나 임상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대기업이 가진 CVC 펀드 규제를 완화해 바이오 신약으로 자금이 흘러야 한다"며 "대기업 인력이 벤처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교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 중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을 연이어 성사시켰고, 대웅제약은 2023년 연구개발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대웅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신기술금융 자회사 로프티록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약 30여 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투자했으며, 종근당(CKD창업투자), 동아쏘시오그룹(NS인베스트먼트), 경동제약(킹고투자파트너스)도 CVC를 운영 중이다. 한독은 2021년 액셀러레이터 '이노큐브'를 설립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다만 국내 CVC는 펀드 결성 시 외부 자본이 40%를 넘을 수 없고, 차입은 자기자본의 두 배까지 가능하다. 해외 투자도 전체 자산의 20% 이내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벤처에 투자하거나 해외 혁신 기업에 자금을 넣기 어렵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에서는 이런 제한이 거의 없어 기업들이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벤처펀드를 운용한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최근 정부가 개최한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후배 기업을 가장 잘 키워줄 수 있는 곳은 선배 대기업인데, 한국은 금산분리 등 여러 제약으로 투자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VC들이 초기 연구개발에 투자한 후 자금줄이 끊기면 벤처들은 말라죽는다"며, 대기업이 직접 후배 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VC 구조의 개선과 역할 고민

VC가 모험자본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성과평가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심사역 B는 "펀드 운용 성과가 수익률 위주로 평가되기 때문에 실패를 감내하는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정책펀드 안에서 일정 비율은 모험 투자에 배정하고, 단순한 수익률 뿐 아니라 기술 발전이나 산업 기여 같은 정성적 요소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역은 "바이오를 투자하는 VC에는 Specialist와 Generalist가 있다. Specialist VC들은 기업 성장에 깊게 관여하며 인재 추천과 전략 제안까지 하지만, 글로벌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해외 제약사 울타리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라며 "Generalist VC가 가진 자본과 Specialist VC의 전문성을 연결해, 국내 VC가 글로벌 시장과 더 자주 부딪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DF, 신약개발 전주기 잇는 자금의 연결고리

국내 투자 환경이 위축되고 기업들의 선택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은 단순한 연구비 지원을 넘어 신약개발 전주기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단순히 자금을 배분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길을 이어주고 있다.

박영민 KDDF 단장은 "Bottom-up 방식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해 특정 분야 쏠림 속에서도 생태계의 다양성을 지키고 있다"며 "희귀·희소 질환도 지원목표에 포함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 논리만으로는 소외되기 쉬운 영역을 국가 과제를 통해 보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혁신 아이디어를 데이터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이 필요하다. 초기 기업은 이 관문을 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과제를 통해 매출 발생 전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임상 진입 전까지의 긴 공백기를 버틸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영민 KDDF 단장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임상 단계에서는 자금·인력·허가 경험 부족으로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를 막기 위해 맞춤형 임상 전략 컨설팅(ACT), 연구개발 난관 극복 컨설팅(CIDD), 글로벌 RA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을 넘고 글로벌 임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뒷받침이 되고 있다.

 

기업 스스로의 준비

물론 모든 것을 정책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바이오텍 스스로도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기술이전이나 정부 과제 선정에서 계속 고배를 마신다면, 자사의 데이터 패키지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갖췄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자사나 KDDF 같은 기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한 VC 심사역은 "소외된 질환 영역이라고 해서 투자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그 영역에서 정확한 기술이전 전략이나 조기 상용화 전략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제약사에 있는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기술을 내놓기 전에 기업이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군더더기 없는 데이터 패키지'"라며 국내 기업들의 준비 부족을 꼬집었다.

그는 "기술이전을 제안할 때 단순히 효능이 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타깃 작용기전, 전임상 모델의 타당성, 종간 번역 가능성, 대조군 설정, 임상 용량 예측까지 실패 가능성을 줄일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술이전 미팅에서는 단순 효능 주장만 반복되고, 정작 중요한 과학적 근거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점에서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정부 과제를 활용해 과학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확보하고, 데이터 패키지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성실한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

혁신신약 개발은 본래 실패 확률이 높다. 그러나 이를 감내할 제도적 안전망이 없다면 기업들은 임상 단계 앞에서 번번이 멈출 수 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결단의 문제"라며 "누군가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실한 실패를 용인하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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