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약물 사용 후 3년 추적 관찰...알코올·니코틴 등 중독 발생↓
뇌의 보상 회로 'VTA-NAc' 직접 타깃해 '갈망' 줄인다

ChatGPT 생성 이미지
ChatGPT 생성 이미지. 작성=신윤주 기자

비만 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는 GLP-1 계열 약물이 알코올과 니코틴과 같은 약물 중독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4일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The BMJ에 게재된 연구논문1은 당뇨와 비만 관리에 주로 쓰이는 GLP-1 계열 물질이 물질 사용 장애와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 GLP-1 수용체 작용제를 복용한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여러 종류의 물질 사용 장애 발생 위험이 더 낮게 나타났다.

 

살 빼는 GLP-1, 그 원리는?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분비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glucagon-like peptide-1)이라는 장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한 약물이다. 이 호르몬은 식사 후 소장에서 분비되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추며 포만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후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비만 치료제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GLP-1 계열 약물로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의 오젬픽과 위고비가 있으며, 최근에는 GIP와 GLP-1을 동시에 활성화시키는 이중 인크레틴 작용제인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 약물들은 주로 주 1회 주사 형태로 투여되며, 체중 감소 효과가 기존 비만 치료제보다 높아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급증했다.

 

위고비가 금주·금연까지 돕는다?

이번 연구는 미국 재향군인 의료 시스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제2형 당뇨병 환자 60만6434명의 전자 건강 기록을 분석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다. 연구진은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환자와 다른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SGLT-2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를 비교해 약물 사용 이후 최대 3년 동안 중독 관련 질환 발생과 임상 결과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GLP-1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은 전체 물질사용 장애 발생 위험이 약 14% 낮았다. 특정 물질별로 살펴보면 감소 폭은 더 뚜렷했다. 알코올 사용 장애 위험은 18%, 대마초 사용 장애는 14%, 코카인과 니코틴 의존 장애 위험은 각각 20%,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 위험은 25% 더 낮았다.

연구진은 이를 실제 발생률로 환산했을 때 GLP-1 약물을 복용한 환자 1000명당 약 7건의 새로운 중독을 예방하는 효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중독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관찰됐다. 기존에 물질 사용 장애를 가지고 있던 환자가 GLP-1 약물을 시작한 경우, 중독과 관련된 응급실 방문은 약 31% 감소했고 병원 입원 위험은 26% 낮게 나타났다. 또한 약물 과다복용 위험은 39%, 약물 관련 사망 위험은 무려 5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 보상회로에서 약물 갈망 '스위치 OFF'

전통적으로 GLP-1은 시상하부에 작용해 에너지 항상성을 유지하는 포만감 호르몬으로만 치부됐다. 하지만 펜실베니아 대학교 신경과학자 알하데프 박사(Amber, L. Alhadeff)와 뉴욕 주립대학교 미클리키 베이스(Elizabeth G. Mietlicki-Baase) 부교수의 연구는 GLP-1이 뇌의 쾌락 및 보상 시스템과 직결돼 있음을 입증했다.

알하데프 박사가 2012년 뇌간(腦幹, Brainstem)의 GLP-1 뉴런이 중독의 핵심 기지인 복측 피개구역(VTA)과 측좌핵(NAc)으로 직접 뻗어 나가는 해부학적 경로를 발견하였으며, 미틀리키 베이스 박사는 2013년 이 경로를 통해 GLP-1이 도파민 분비를 막아 보상 자극에 대한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 이는 GLP-1 제제가음식을 먹었을 때 느끼는 포만감 뿐만 아니라, 알코올 등 중독성 자극의 '강한 갈망' 자체를 물리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연구를 이끈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임상역학자 지야드 알알리(Ziyad Al-Aly) 박사는 "GLP-1 약물이 특정 물질이 아니라 '갈망(craving)' 자체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GLP-1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에서 음식에 대한 끊임없는 생각이 줄어드는 이른바 '푸드 노이즈(food noise)' 감소 현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알코올이나 니코틴 등 물질에 대한 약물 갈망 역시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GLP-1과 약물 중독 "연관성 밝혔지만, 인과 관계 규명 필요"

다만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관찰 연구(observational study)라는 점을 강조하며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즉 GLP-1 약물이 중독을 직접적으로 치료한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니며, 두 현상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연구에 가깝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 대상이 대부분 미국 재향군인으로 고령 남성이 많은 집단이기 때문에 일반 인구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당뇨 치료제로 시작된 GLP-1 약물이 비만 뿐 아니라 약물 중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 여러 연구팀과 제약사들이 진행 중인 알코올 및 니코틴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GLP-1 계열 약물의 중독 치료제로서 가능성이 점쳐질 전망이다.

 

인용 논문

1. BMJ. (2026). 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and risk of substance use disorders among US veterans with type 2 diabetes: cohort study. BMJ, 392, e086886. https://doi.org/10.1136/bmj-2025-086886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