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미투자특별법 공청회, 전문가들 "국익 고려한 보완책 주문"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한 가운데, 대규모 대미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의약품을 포함한 R&D 기반 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자급 압박이 클 것으로 예상돼 자국 산업과 혁신 생태계를 보호하는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국회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는 24일 한미 전략적 투자를 위한 특별법안 관련 공청회를 열고 미국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따른 통상 리스크와 대응 방향을 토론했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무역협정에 따라 조선, 반도체, 의약품, 에너지, 인공지능 등 전략 산업 분야에 연간 상한 200억 달러 범위 내에서 10년간 총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집행하기로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입법을 추진 중이다. 

사진=황재선 기자
사진=황재선 기자

한미 양국은 이를 통해 의약품 등 일부 산업에 최혜국 대우 수준의 15% 관세를 확정하고 일부 품목별 관세 협의를 남겨뒀지만, 미국 연방법원의 위법 판결로 통상 환경이 급변하면서 대응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허정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규모 대미 투자가 국내 산업, 특히 중견 중소기업과 R&D 기반 혁신 생태계에 미치는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효과적인 통상 대응을 위해 특별법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R&D 지출은 GDP 대비 4~5% 수준이며, 이 가운데 70%를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인력, 특허, 대학, 연구소, 소부장 등 지역을 중심으로 집적된 혁신 생태계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가운데, 미국의 상호관세 위헌 판결 여파로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허 교수는 국내 산업 구조 변화를 나타내는 순폐쇄율(공장 신설 수에서 폐쇄 수를 차감한 값) 조사 결과를 제시하면서 자동차 등 주력산업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산업에서 순폐쇄율이 양(+)의 값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특히 해외투자 경험이 있는 기업일수록 공장 폐쇄율이 높았다.

허 교수는 이를 "개별 기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 재편과 슬림화가 진행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대미 투자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경기 둔화 국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특정 시기에 손실이 몰릴 경우 기업들의 채무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법안 통과 이후 재정 건전성을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대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대미 투자와 연계된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보완 입법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관세·투자 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위헌 판결애 대항해 무역법 제122조에 따른 긴급관세(15%) 카드를 발동했지만, 150일 기한 만료로 무효화되면 품목별 추가 관세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의약품을 포함해 최혜국대우(MFN)를 적용받은 산업도 한미 FTA를 전제로 한 관세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무역법 122조가 기한 만료로 효력을 상실할 경우 한미FTA 구조로 복귀해 한국이 혜택을 볼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이는 단기적 전망"이라며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를 겨냥해 무역법 301조 등에 따른 품목관세를 ‘핀셋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안전하지 않다"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대미투자특별법 추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미국 제조업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소재·부품·장비(SOC) 산업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EU, 인도 등이 표면적으로 미국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국산업 영향을 따지며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익과 경제안보 관점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신중하게 검토힐 필요가 있다"며 "국회 차원의 통상특위를 신설해 대외 상황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에는 한미 관세협상 후속조치를 위한 9개 특별법안이 접수됐지만,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이날 대미투자특위 전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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