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약강국으로 가는 약가정책' 국회 토론회
정부 "오랜 기간 제네릭 가격 높아... 이젠 가격 낮춰 혁신가치 보상"

약가제도 개편 방향을 다룬 토론회에서 '제네릭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정부는 장기간 지속됐던 '높은 제네릭 가격'을 걷어내 혁신 의약품 가치 보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산업계는 제네릭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끊어서는 안된다며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속도 조절을 요청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언주·서영석·김윤 의원은 13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신약강국으로 도약하는 약가정책(제네릭 중심 구조를 넘는 제약산업 전략)'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제네릭'을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의 시각차가 두드러졌다. 11.28 약가제도 개편안의 의미와 쟁점을 짚은 토론자들의 주요 발언을 <히트뉴스>가 '발제자 및 토론자 1인칭 관점'으로 정리했다.

가천대 약학대학 장선미 교수
"제네릭 정책적 가치 크지만, 가격 거품 사후관리 미흡"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제네릭의 가치는 낮은 가격으로 의료비 지출 부담을 감소시켜 의료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환자 본인부담금을 낮춰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또한 공급망 다양화를 통해 필수의약품 공급부족 위험을 완화하는 특성도 있기 때문에 주요 외국도 제네릭의 도입과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제네릭 가격이 주요 외국에 비해 높다는 점이다. 캐다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네릭 가격은 캐나다보다 1.5배, OECD 평균보다 2.17배 높은 수준이다. 2025년 연구에서 매출액이 높은 50개 성분을 비교한 결과, 아토바스타틴, 클로피도그렐, 로수바스타틴 등 주요 약물 가격은 8개국 평균 대비 5배, G7 평균 대비 7.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장규모가 크고 오래된 약물일수록 가격이 높고 품목 수도 많은 특성을 보인다. 2012년 이후 등재된 약물의 5년간 인하율은 5-10% 수준으로 낮아 사후관리가 미흡한 상황이다.
일본은 첫 번째 제네릭 등재 시 오리지널의 50%, 7개 이상 시 40% 수준으로 가격을 설정하며 프랑스도 40% 가격을 적용한다. 대부분 국가가 2012~2017년 사이 제네릭 약가 관리를 강화했으나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조정되지 않았다. 인구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약품비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출 효율화가 필요하다.
제약바이오협회 홍정기 상무
"신약개발 과도기, 약가인하 영향평가·유예기간 충분히"
그동안 약가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 초점을 둬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관점은 부족했다.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제네릭 중심에서 신약 중심 생태계로 전환하는 과도기에 있다.
세계 제약시장은 2023년 1조7000억 달러 규모로 2028년 300조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시장의 1.3%를 차지한다. 1999년부터 2023년까지 10여 차례 약가 인하에 따라 현재 가격은 1999년 대비 절반 수준이며, 누적 재정절감액은 63조원에 이른다.
국내 상장 100대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4.8%에 불과해 추가적인 약가 인하 시 R&D 투자 축소, 고용 감소,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31.4%이며, CDMO 등을 제외하면 한 자릿수를 기록해 보건 안보 차원에서 위험한 상황이다.
약가 제도는 국내 제약·바이오헬스 산업의 발전 방향을 결정 짓는 정책이다. 단순히 '국내 제약사는 혁신 역량이 부족하다', '제네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약가 인하가 산업과 국민 보건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 평가를 선행하고, 제도 연착륙을 위해 충분한 유예 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한미약품 김상종 상무이사
"제약산업 혁신 성과 인정하는 합리적 보상 있어야"
정부는 제네릭 약가가 높아 제약기업이 신약개발 대신 제네릭만 개발하는 구조가 고착됐다고 보고 해외 수준에 맞춰 가격을 낮추려는 입장이나, 이 논리가 적용될 경우 실제로 투자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까지 모두 '제네릭 중심 기업'으로 평가받는 문제가 생긴다. 투자→성과→보상→책임이라는 선순환이 작동하려면, 먼저 예측 가능한 보상이 전제돼야 한다.
제네릭 약가가 높다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지, 그 결과로 나타난 성과에 주목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 방향은 달라진다. 혁신형 제약기업뿐만 아니라 비혁신형 기업들도 제네릭 중심의 생동성시험에만 치중하지 않고 개량신약이나 신약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결과로 41개 국내개발 신약이 나왔다. 이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12개 신약이 최근 5년 내 출시되는 등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중 하나인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10년간 연구, 설비, 품질관리에 3조원 가까이 투자했고, 3500명 이상의 인력 고용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 성과를 완성하고 파이프라인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 제품의 매출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괄 가격 인하가 정책 목표와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생산·제조 기반 강화와 수급 안정에 기여하는 기업을 선별해 보상하는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
개편안 발표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영향을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 추가적인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도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을 찾을 수 있는지 더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태훈 연구부원장
"신약개발 플랫폼 강화하는 정책 지원 필수"
연구 관점에서 신약개발을 위한 AI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IT·BT가 융합된 우수한 의사과학자 양성도 필수적이다. 막대한 시간, 비용, 위험이 발생하는 임상시험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가상대조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혁신적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복지부가 지정한 연구중심병원은 2013년 10개에서 지난해 21개로 늘어났다. 이들 병원은 신약개발 플랫폼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좀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AI를 비롯한 IT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우수인력 양성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신약 개발을 통한 국부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부 임강섭 제약바이오산업과장
"일부 혁신형 제약기업 제네릭 안주, R&D·수출 유인 강화"
2024년 의약품 수출은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R&D 비중이 10년간 11.7%에서 14.7%로 증가해 전체 제약사 대비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혁신형 제약기업 중 33개 제약사의 제네릭 매출 비중이 41.2%에 달하며, 이 중 11개사의 제네릭 비중은 50%를 넘어 여전히 제네릭 중심 구조에 안주하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일부가 제네릭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행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 지 정교하고 전략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를 개편해 R&D 비중(투입지표), 후보물질 개발(활동지표), 해외 진출(결과지표)를 강화할 계획이다.
약가 제도 개편이 제약기업들의 혁신을 유도하고 신약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노력하겠다.
복지부 김연숙 보험약제과장
"약가제도 개편으로 산업계 우려하는 매출급감 없을 것"
이번 조정이 업계가 우려하는 수준의 매출 급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며, 절감된 재정은 신약과 국가필수의약품 접근성 강화에 재투자할 방침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기등재 의약품 산정률 조정도 포함했으며, 2012년 이후 장기간 높은 약가를 유지한 품목을 중심으로 우선 조정할 계획이다.
제도 개편 영향으로 공급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퇴장방지의약품이나 국가필수의약품 등 수급안정이 필요한 의약품의 원가보전 현실화와 약가우대방안을 마련했고, 저가 의약품과 단독 등재 품목은 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R&D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 우려도 있는데,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적극 투자한 기업일수록 매출이나 경영 성과도 좋았다. 혁신 우대 정책 기조를 반영해 연구개발 노력이 실제로 증가하고 효율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정부는 지금을 산업 체질 개선과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인식하고, 업계·협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해 제도의 정교함을 높여가겠다. 산업계 의견을 경청해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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