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기준·미측정값 처리 놓고 식약처-NECA 등 기준 엇갈려
업계 "규제 정합성 확보 못하면 산업 경쟁력에도 부담"

의료 인공지능(AI) 기반 중증 예측 의료기기가 병원 현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허가 이후 실제 사용 단계에서는 제도 해석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력 조건과 활용 범위, 비급여 적용 기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관별 판단이 달라지면서 기업과 병원 모두 보수적인 운영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의료기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통해 안전성과 성능을 검증받은 뒤 병원에 도입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허가 단계에서 인정된 알고리즘 구조와 입력 변수 등이 이후 평가·제도 운용 단계에서 다시 다른 기준으로 해석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부 변수값이 현장 상황에 따라 미측정된 상태에서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 예측 결과를 임상 의사결정 보조 범위 안에서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등을 두고 현장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간극의 배경에는 기관별 역할과 판단기준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가 단계에서는 기기 자체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이후 신의료기술평가와 재정 판단 단계에서는 사용 환경, 적용 조건, 환자 보호 관점의 기준이 보다 엄격하게 요구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입원환자 모니터링 AI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제기된 '입력 변수 기준'과 '미측정값 보정 방식'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꼽힌다. 뷰노의 '뷰노메드딥카스'와 에이아이트릭스의 '바이탈케어'는 모두 입원환자의 활력징후와 혈액검사값 등을 기반으로 중증 위험도를 예측하는 제품이지만 허가 이후 실제 사용 단계에서 적용되는 입력 기준은 서로 다르게 해석됐다.
식약처는 보정방식 허용 … NECA는 실측값 입력 고수
식약처는 허가 당시 일부 결측치가 발생하는 현실적 환경을 고려해 19개 입력 변수에 미측정 값이 발생할 경우 LOCF방식(가장 마지막에 측정된 값을 그대로 이어서 채워 넣는 방식)이나 정상범위 중앙값 입력 등 보정 방식을 허용해 왔다. 에이아이트릭스 측은 이를 두고 "알고리즘이 미측정 상황을 포함한 실제 임상 데이터를 반영해 학습·검증됐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고시 해석 과정에서 19개 변수 모두를 실측값으로 입력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로 인해 허가 단계에서 전제된 입력 조건과 실제 사용 단계의 기준이 달라져 의료현장에서의 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시 해석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의 학습 구조와 개발 맥락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입력 변수 기준이 사후적으로 재해석·변경된 점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허가 단계에서 인정된 설계 맥락과 데이터 활용 방식이 종합적으로 고려되기보다는 특정 문구 중심의 해석이 현장 적용 기준으로 제시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에이아이트릭스는 NECA의 해석이 임상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지난 2023년부터 수차례 의견서와 보완자료를 제출하고 현장 설명도 진행했다. 회사는 "혈액검사 11종을 모두 의무 입력하도록 요구할 경우 실제 병동 운영 상황에서 환자 안전과 무관한 과잉 채혈·업무 부담·비용 증가 등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임상 안전성과 성능 차이가 없다는 근거 논문과 데이터를 함께 제출했다.
회사는 "의료 환경에서는 어떤 검사가 시행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환자의 상태나 의료진의 판단을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일 수 있다. '데이터가 없는 것'이 단순히 공백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미측정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NECA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지난해 3차 의견 검토에 이은 지난달 답변에서도 동일한 기준을 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 사례가 단일 제품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허가–평가–재정 단계로 이어지는 제도에서 동일 기술에 서로 다른 규칙이 적용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제도 해석의 불확실성, 비급여 이슈까지 확대
제도 해석의 불확실성은 비급여 적용 문제로도 이어진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 아래에서는 일정 기간 법정 비급여 사용이 가능하지만, 동일한 기기라도 사용 조건 해석에 따라 법정 비급여인지 임의비급여인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병원 현장에서 진료비 청구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어 기업과 병원 입장에서는 제도 리스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이와 관련해 에이아이트릭스 측은 "자사 제품의 비급여 적용 이슈와 관련해서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적절한 비급여 처리'라는 답변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데이터 표준화, 책임 주체와 관리 범위의 명확화, 허가–평가–현장 사용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기준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술 확산 속도와 환자 안전을 동시에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관 간 해석의 정합성을 높이고 현장 적용 가능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AI 의료기기 시장이 성장하며 경쟁 구도까지 형성된 상황에서도 허가 이후 사용 단계에서의 제도 체계가 여전히 정합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와 의료 현장에서는 일관된 해석 기준과 현실 반영형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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