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세부 기준 없어 하락폭 세부 계산 어려워
② CSO 수수료 책정·계열사 품목 정리도 난항
③ 2012 일괄인하 대응 담당자들 대부분 퇴사

11월 28일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 발표 이후 제약업계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약가 개편에 맞춰 내년 전략을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가산 항목별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아 실제 매출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이곳 저곳에서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중견 제약사는 최근 수립해둔 내년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 중이다. 제네릭 비중이 높은 중견제약사의 특성상 이번 개편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만큼 수년간의 중장기 매출 계획까지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해당 회사는 실제 어느 정도의 매출 및 영업이익 저하가 일어날 지 쉽게 산정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 가격에서 가산이 붙을 만한 요소를 알고 이를 구축해 전략품목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명확하게 얼마 정도가 빠지는 지 예상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사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또 다른 고민에 직면했다. 모회사와 계열사가 동일 품목의 허가를 함께 받은 경우 연구개발비 반영 기준에 따라 양사 제네릭의 약가가 서로 다르게 산정되는 문제를 두고 어떤 품목을 빼야 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연구개발비가 실제 개발을 수행한 회사에만 귀속되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영업대행(CSO)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들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한 중소 제약사는 자사 제품의 수수료를 어느 정도로 책정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우 업계의 통상적인 수준에 비해 조금은 높은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데 약가 인하에 맞춰 R&D 비용 등으로 가격이 높은 회사의 제네릭의 수수료에 맞춰 산정을 해야 할 지 등을 고민하고 있다.
제약업계는 일부 특별한 품목이 아닌 이상은 CSO 수수료를 매출 대비 일정 비율로 책정한다. 2026년 하반기부터 회사별로 적용되는 가산 수준이 달라지면 기존 수수료 체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약가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CSO 수수료율을 어느 선에서 재조정해야 할지 판단 근거도 향후 진행될 상황도 알 수 없어 '어느 정도까지 수수료를 산정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산 기간에 대한 우려도 크다. 개편안에 따르면 제네릭 등재로 1년간 가산을 받던 오리지널은 3년으로 기간이 늘어난다. 그러나 국내사들의 가산 기간은 3년에서 플러스 알파가 되는 구조다. R&D 투자 비율이 변동되면 약가 가산 구간이 재조정되는 방식이어서, 기업 입장에서는 분기별 실적 변동에 따라 약가가 수시로 달라질 수 있어 제품별 손익 예측이 불안정해진다는 지적이다.
이번 개편안의 골자는 제네릭 최초 등재 시 오리지널 70%, 혁신형제약기업 68%, 그외 59.5%로 1년간 일률적 적용되던 가산을 폐지하는 것이다.
변경안을 보면 오리지널 약제는 70%가 유지되지만, 혁신형제약은 R&D 투자비율에 따라 가산이 차등 적용된다. 혁신형제약기업 중 매출액 대비 R&D 비율이 상위 30%인 기업은 68%, 하위 70% 기업은 60%가 적용된다. 국내 매출 500억원 미만이나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3년간 1건 이상인 기업은 55% 가산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산정률 개편은 내년 7월부터 개선된 기준을 적용, 기등재 약제 약가 인하도 하반기부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혁신형제약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각 요건에 따라 약가가 달라진다.
2025 약가 개편안 기준 제네릭 약가 비교
개편 후 동일 제네릭 약가 차이
R&D 투자 연동 약가 산정률 변화
| 구분 | 현행 | 개편 후 | |
|---|---|---|---|
| 혁신형 + R&D 상위 30% | 68% | → | 68% |
| 혁신형 + R&D 하위 70% | 68% | ↓ | 60% |
| 임상 2상 실적 보유 등 | 53.55% | → | 55% |
| 해당사항 없음 (기본) | 53.55% | ↓ | 40%대 |
문제는 이 같은 큰 틀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각종 가산 항목별 세부 기준이 나오지 않아 시뮬레이션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실제 약가가 얼마로 산정될지 알 수 없으니 매출 타격 규모도 예측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개편안의 방향성 자체에 대한 불만과 별개로 세부 시행 기준 부재가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큰 틀만 제시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숫자가 없으니 대응 전략을 세울 수가 없다"며 "빠른 시일 내 세부 기준이 확정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더욱이 2012년 일괄약가 인하 당시 대응업무를 수행했던 이들이 이미 퇴사를 한 회사가 많은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대응책을 실무적으로 구축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편안은 의견 추가 수렴을 진행하며 과제별로 상세 내용을 보완해 건정심 심의 및 의결을 추진한다는 방침인 만큼 실제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업계의 갈피잃은 계산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2026 약가 지형도… 희귀질환 속도전부터 제네릭 새판짜기
- "기등재약 인하 방안, 업계와 소통하면서 의견 수렴 예정"
- R&D만 혁신인가? 제약업계, '생산과 품질의 혁신'은 어디갔나 반론
- 내년 급여재평가 약제상정 1월 예상... '임상적 유용성' 중심 재편
- "외국약가 재평가 피했더니 제도개선으로 약가인하 되나"
- "기등재약 4500품목 약가인하... 재정절감 1조원 추산"
- 일본·프랑스 따라하면 빅파마 저절로 나오나? '복사 약가개편'의 불편한 진실
- "제네릭 경쟁부터 사후관리 개편까지…약가구조 재설계 필요"
- 약가개편, 제약도, 연구자도 비판… 셀트리온, '코센틱스'에 특허 도전
- Drug Pricing Reform Leaves Pharma Firms Unable to Finalize 2025 Strategies
- "제네릭, 보건의료 지속가능성 열쇠… 가치 재정립 필요"
- "항생제 항암제 호르몬제, '11.28 약가개편안 직격탄' 맞는다"
- "정부가 협의 절차 없이 제네릭 산정률 인하 폭 일방 통보한 상황"
- 실무 이어 경영진까지, 약가개편 앞두고 '업계 목소리담기' 분주
- 약가개편 위기 제약사들 CSO 수수료 경쟁… 업계는 불안불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