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시밀러 진입 막는 '에버그리닝' 전략…맞서거나, 합의하거나
알테오젠에게 오히려 기회...특허 방어 수단으로 부상한 'SC 제형 변경'

블록버스터 안과 치료제 '아일리아(성분 아플리버셉트)'의 특허가 만료되며 오리지널 제약사와 바이오시밀러 기업 간 특허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실질적인 성과를 내며 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오리지널 제약사의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에 맞서 소송, 합의, 기술 회피 등 다각적인 생존 전략을 펼치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95억달러 시장' 아일리아, 특허 만료 후 본격 경쟁 구도
연간 약 95억달러(약 13조원) 규모에 달하는 아일리아는 습성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등 안과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지난 5월 미국 내 물질 특허가 만료됐다. 이에 오리지널 개발사인 리제네론은 아일리아의 독점권을 유지하기 위해 제형·용량·용도 등 후속 특허를 잇따라 등록해 특허 방패를 구축하는 이른바 '에버그리닝' 전략으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막아왔다.
이에 맞서 셀트리온은 자사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를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 리제네론의 '특허 방패'를 무효화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2022년에는 제형 관련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하여 리제네론이 결국 해당 특허를 포기하게 만들었으며, 혈관신생 치료 관련 특허 두 건도 무효 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선제적 대응으로 오리지널사의 방어 전략을 허물었다.
다만 후속으로 이어진 또 다른 제형 특허 소송에서는 패소 판결을 받았다. 결국 셀트리온은 지난 24일 리제네론이 보유한 아일리아의 제형 및 제조공정 관련 특허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하고,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를 2026년 12월 31일부터 미국 시장에 출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삼천당제약, 각기 다른 전략
에버그리닝이란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가 물질 특허 만료 후에도 제형 변경, 용량 추가, 적응증 확대 등 약간의 개량을 통해 새로운 후속 특허를 다수 출원하여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최대한 연장하려는 법적, 기술적 전략을 말한다.
이에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은 오리지널사의 '특허 방패'를 돌파하기 위해 특허 무효 심판 제기, 소송 대응, 조기 합의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아일리아의 경우, 글로벌 제약사 암젠이 가장 먼저 승소해 2026년부터 바이오시밀러 '파블루'를 출시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바이오콘과 마일란은 지난 4월 리제네론과 합의해 2026년 하반기에 바이오시밀러 '예사필리'를 출시할 수 있게 됐으며, 스위스 제약사 산도스도 지난달 리제네론과 합의하며 글로벌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국내 다른 바이오시밀러 기업들 역시 각자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아필리부)'에 대해 리제네론이 제기한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국내 판매가 제한된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30일, 리제네론의 아일리아 제형 특허에 대한 특허 무효 심판 항소심에서 승소하며 국내 시장 재개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미국에서는 리제네론이 50건이 넘는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일부 특허의 무효 심판(IPR)에서 승소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
반면 삼천당제약은 특허 소송으로 정면 대결하기보다 기술적 회피 전략을 통한 독자적인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자체 개발한 PFS(프리필드시린지) 제형 특허를 보유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오리지널의 '제형 특허'를 근본적으로 회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알테오젠, 특허 전략으로 오히려 '기회' 잡았다
이처럼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에버그리닝 전략은 바이오시밀러 기업에겐 높은 장벽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술 공급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알테오젠의 SC 제형 기술이 MSD의 키트루다에 적용돼 수익으로 이어진 사례가 그 예다.
해당 기술은 MSD(머크)의 블록버스터 항암제 '키트루다'가 특허 만료를 앞두고 시장 독점권을 연장하기 위한 특허 방어 수단으로 활용됐으며, 이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에 새로운 SC 제형을 적용함으로써 추가 특허를 등록하고 경쟁사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전략적 장치 역할을 했다.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SC 제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최종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MSD에서 수백억 원대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수령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알테오젠은 향후 키트루다 SC 제형의 글로벌 매출 규모에 비례한 로열티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조 단위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 SC 제형 전환을 계속 추진할 경우, 알테오젠의 플랫폼 기술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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