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정부 약가 개편안 시행 시 소아용 시럽·항생제 등 타격
혁신형 제약사도 필수약 생산 제약사도 투트랙 지원 필요

제네릭 산정률 개편 등을 포함한 약가제도 개선안이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현재 상위 100대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4.8%, 순이익률이 3%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약 25%의 약가인하가 이뤄지면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이에 제약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제약업계 의견을 수렴하면서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이자 숙원 과제인 만큼 정부가 제시한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정책 방향성을 부정할 수 없다. R&D 역량을 갖춘 기업에 혜택을 주고 독려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다만 정부가 '혁신'이라는 두 글자에 꽂혀 정작 국민 건강의 최전선을 지키는 '필수의약품' 생산 현장은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제약바이오협회 역시 필수·저가 의약품 공급 중단으로 인한 보건안보 기반 훼손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약가제도 개선안에서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 △필수의약품 안정적 공급체계 마련, △약가관리 합리화 등 3가지 방향성을 제시했다. 필수약 안정적 공급 체계마련에서는 원료를 직접생산하거나 국산원료 사용 국가필수의약품의 경우 약가우대를 해주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가산 68%에 기간도 최대 10년 보장이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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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인도산 저가 원료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필수의약품' 범위도 문제다. 항생제나 호르몬제, 소아용 시럽제 등 국가필수의약품에 등록되지 않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약제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생산 단가는 높고 마진은 박하다. 특히 항생제는 별도의 특수 시설이 필요해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만들어야 환자가 치료를 받는다. 이런 약들을 자체 공장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해 내는 기업들은 보건 안보의 숨은 주역들이다.

그러나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은 이런 기업들에게 가혹하다. 품절 대란을 막기 위해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는 필수 약제 생산 기업이지만 '혁신형 제약기업'이 아니라면 인색하다. 

신약 개발을 선도하는 기업에는 '혁신형 우대'를, 필수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업에는 '공급형 우대' 적용이 필요하다. 미국, 캐나다, EU  등 선진국들도 수급이 불안정한 필수 약제는 약가를 우대하는 움직임이 있다. 약가를 올려서라도 공급을 유지하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 안정적 공급 기업 우대는 현재를 지키는 안전판이다. 미래와 현재, 어느 하나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화려한 혁신과 묵묵한 필수가 공존해야 제약 강국의 모습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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