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
과학기술 정책 30년 목표는 '인재 최우선 기반'과 '견고한 R&D 시스템'

'자 같은 측정기'를 든 장영실 동상은 늠름한 모습으로 한 겨울에도 수문장처럼 서있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미금역 6번 출구로 나와 100미터 쯤 걷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최고 석학 1100명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있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25년 5월 대통령 선거 즈음 '미래 대한민국과 과학기술을 위한 제언>을 통해 현재와 30년 후를 잇는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로 ①인재 ②생태계 ③변혁을 화두로 던졌다.
한림원은 차기 정부의 첫 100일 과학기술정책으로 ①과학기술 인재 유치와 양성을 위한 담대한 정책과 ②과학기술 정책의 패러다임 변혁을 요구했다. 과거 추격형 혁신 정책으로 유용했던 전략 분야 중심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연구자의 자율성과 다양성 기반의 도전과 균형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차기 정부 임기 내내 해야할 정책을 5가지로 요약한 한림원은 과학기술 30년 정책으로 ①'과학기술은 사람이다'라는 신념 아래 인재를 최우선하는 정책 기틀 마련과 ②혁신을 구현하되 기반이 견고한 R&D 시스템 구축 두 가지를 제시했다.
세계 슈퍼마켓을 채우는 역할에 머물던 중국이, 30년 가까이 과학기술 정책에 올인하더니 글로벌 빅파마나 유망한 신약 후보를 내세워 기업을 창업해 신약개발에 도전하려는 글로벌 자본들의 '신약 파이프라인 창고'로 변신했다. 이는 양적 경쟁은 몰라도 질적 경쟁에서 '할만하다'고 여겼던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16일 '초혁신경제 15개 선도 프로젝트 추진계획'을 발표한 다음 날 오전 10시 한림원에서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을 만나 우리나라 과학기술 정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4년 11월 11대 원장에 선출된 그는 1988년부터 34년간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의약품 식품 대기 등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인체 독성과 위해성 평가를 탐구한 '독성학 분야의 권위자'다. 2017년 출간한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는 지금까지 2만5000부가 팔렸다.

우리나라는 국가 전략기술을 넓게 정의하는 듯합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우주 등 모든 분야가 '전략'이 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석학들의 단체 한림원은 한국의 전략기술 우선순위를 어떻게 재정의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지금 한국의 문제는 전략기술의 범위가 12개로 넓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절차가 체계적이며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에 있습니다. AI, 반도체, 바이오, 우주 모두 중요하지만, 모든 분야를 동시에 유사한 '전략'으로 추진하면 결과적으로 선택과 집중이 어려워지고 정책의 일관성도 약해집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한림원이 보기에 핵심은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최적의 절차로 선택하느냐입니다. 현재는 위원회 구성, 정권 변화, 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전략기술의 무게중심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중장기 전략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전략기술은 단기 정책 이슈와 분리된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판단 구조 속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 세계 상위권이지만, 혁신성과나 글로벌 임팩트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R&D 효율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원인이 무엇이며 제도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하겠습니까?
"GDP 대비 R&D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대만큼 혁신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투자의 규모보다 시스템의 설계 방식에 있습니다. 현재 R&D 시스템은 새로운 발견과 축적보다는, 예산 집행과 증빙 관리에 더 최적화된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성과와 정량지표 중심의 구조에서는 연구가 자연스럽게 '큰 질문'보다 '빠른 결과'로 수렴합니다. 또한 과제가 잘게 나뉘고 부처간 중복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핵심 역량이 분산되고, 연구 성과가 글로벌 임팩트로 확장되는 과정도 약해집니다."
연구자의 역량 부족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효율 문제는 연구자의 역량이라기 보다는 연구비 투입→ 연구 수행→ 평가→ 확장(후속연구·현장실증·표준화·규제·시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제도적·행정적 흐름경로를 큰 그림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R&D를 하면 민간의 도전적 연구·원천기술 투자가 위축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민간 역할 분담을 어떻게 재구성해야 한국이 '기술 주도국'으로 갈 수 있을까요?
"바이오 분야를 예를 들어 보죠. 중요한 것은 정부가 연구에 많이 참여하느냐 보다, 정부와 민간이 각각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분명하냐는 점입니다. 지금은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면서도 짧은 기간 안에 가시적 성과를 확인하려는 방식으로 과제를 설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연구자나 기업은 실패 가능성이 큰 혁신적 연구보다는, 이미 검증된 기전을 조금 개선하거나, 비교적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선택하게 됩니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전, 원천기술, 차세대 치료법에 대한 도전은 줄어들며 낙후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약바이오 산업계 내부에서도 우리나라 파이프라인이 세계 3위 수준이라지만, 가치 면에서도 그런지 회의적 시각이 많습니다.
"바이오 혁신은 본질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 확률이 높은 분야입니다. 신약 하나가 나오기까지 기초연구, 전임상, 임상, 규제 검증을 거쳐야 하고, 대부분의 시도는 중간 단계에서 실패합니다. 이런 특성을 감안하면, 정부의 역할은 모든 연구를 직접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초기 위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어야 합니다. 정부는 장기·고위험 기초연구, 전임상, 임상 기반기술, 공공 데이터 구축 등 바이오 생태계의 기반을 구축하고, 민간은 그 위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임상과 산업화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역할을 분담할 때, 바이오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연구자가 연구보다 행정·정량평가에 매달린다는 지적이 지속됩니다. 현재 평가·심사·보고 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바꾸기 위한 현실적 방안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현재 평가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평가가 성과를 이해하는 과정이 아니라, 보고서를 관리하는 과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짧은 평가 주기와 잦은 중간보고는 연구자의 시간을 행정에 묶어두고, 연구의 질과 도전성은 뒷전으로 밀리게 만듭니다. 연구의 진정한 가치는 장기적으로 드러나는데, 현재 시스템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평가와 보고는 연구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연구의 본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도구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국가가 AI·바이오 인재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가운데, 한국은 연구환경·보상·장기 비전에서 매력도가 낮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 톱티어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요소는 무엇으로 보시나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025년 대선 아젠다로 인재 육성을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하고, 과학자 전 생애주기 즉, ①청소년→ ②대학생→ ③대학원생→ ④포스트닥→ ⑤차세대 과학자 →⑥중견 과학자→ ⑦정년 이후 석학에 이르기까지 아우르는 인재 육성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습니다. 이를 위해 국회 및 과총과 공동으로 5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 총 다섯 차례의 포럼을 개최해 다양한 현장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왔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정부의 과학기술 인재 육성 대책이 11월 발표된 바 있습니다."
톱티어 인재의 특성과 유치를 위한 핵심 포인트는 무엇이겠습니까?
"논의를 톱티어 인재 육성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핵심은 분명합니다. 세계적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요소는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입니다. 한림원 석학 회원들 역시 공통적으로, 한국의 연구 생태계가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구자의 행정 부담이 크고, 장기 비전에 기반한 R&D 투자가 일관되게 유지되지 못하면서 연구 환경의 매력도가 분산돼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톱티어 인재들은 어떤 환경에서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까요?
"톱티어 인재는 단기 성과를 반복적으로 요구받는 환경보다, 10년 이상 지속될 질문에 집중할 수 있는 조건을 더 중시합니다. 연구자 자율성, 안정적인 장기 지원, 그리고 세계 수준의 연구 인프라가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될 때, 한국은 국제적인 인재 경쟁에서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대학, 정부출연연구소, 기업 간 협력이 선진국 대비 약하다는 지적이 늘 따릅니다. 이들 사이의 단절을 해소하고, '국가 단일 R&D 생태계'로 엮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제도적 변화, 무엇입니까?
"대학, 출연연, 기업 간 협력이 약한 이유는 협력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가 각 기관의 개별 성과만 보상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연구를 하더라도 예산, 평가, 책임, 지식재산권이 분절돼 있으면 협력은 부담이 됩니다. 국가 단일 R&D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이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 되도록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평가와 보상의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협력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단기성과형 연구가 주류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5~10년짜리 도전적·탐험적 기초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처방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단기성과형 연구가 주류가 된 것은 연구자의 태도 때문이 아니라, 제도가 오랫동안 단기 성과 중심으로 설계·운영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짧은 평가 주기와 논문 중심의 지표는 연구자에게 자연스럽게 안전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선택하도록 유도합니다. 5~10년 이상을 내다보는 도전적 기초연구를 강화하려면, 이러한 연구의 특성에 맞는 별도의 평가와 지원 체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공론화가 필요합니다. 도전적 연구는 본질적으로 실패 가능성을 전제로 설계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얻어진 실패 역시 학습과 지식의 축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는 문화와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혁신기술 분야는 규제 속도에 따라 국가 경쟁력이 갈리지만, 한국은 규제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선진국 수준의 '리스크 관리 기반 규제'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먼저 바뀌어야 합니까?
"이 질문은 바이오 분야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슈이며, 제가 비교적 깊이 인식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규제의 목표와 작동 방식입니다. 지금처럼 '사전 금지, 전면 허가' 중심의 규제로는 바이오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선진국형 리스크 기반 규제란, 바이오 기술을 막기 위한 규제가 아니라, 위험의 크기에 비례해 규제의 강도와 노력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선진국형 리스크 기반 규제에 따라 해법을 제시해 주실 수 있나요?
"첫째, 바이오 기술의 '위험(리스크)' 정의와 필요한 자료를 명확히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고위험 바이오 기술인지, 예를 들어 인체 안전성, 장기 부작용, 환경 영향, 유전자 변형의 비가역성, 윤리적 쟁점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이를 어떤 데이터로 입증해야 하는지(전임상, 안전성, 품질 기준)를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러한 기준이 불분명하면 심사는 지연되고, 연구와 산업 현장은 불확실성 속에서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사전 규제 중심에서 '단계·조건부 허가'’ 체계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모든 바이오 기술을 동일한 기준으로 묶기보다, 고위험 기술은 엄격하게, 저 위험 기술은 신속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전임상·임상·실증이 단계적으로 축적되는 바이오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조건부 승인 후 실제 임상·현장 데이터 제출을 통해 범위를 조정하는 단계형 허가 모델을 상시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FDA의 Accelerated Approval 같은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셋째, 사후감시를 바이오 규제의 핵심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바이오 규제의 목적은 '허가 여부' 자체가 아니라, 환자와 사회의 안전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허가 이후에도 실제 임상 데이터, 이상 반응, 장기 추적 정보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조정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사후감시 체계가 필수적입니다. 문제가 발견되면 즉시 제한하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신약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규제 양상이 달라지고 있을까요?
"타 분야와 비교하면, 의약품 심사는 1960년대 탈리도마이드 사태이후 미국 FDA를 중심으로 임상 단계, 안전성 평가, 사후감시까지 이어지는 비교적 명확한 위험관리·검증 체계가 축적되어 왔습니다. 반면, 최근 등장한 첨단 바이오 기술은 위험의 성격과 범위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음에도, 국내 제도와 전문성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 어렵습니다."
새로운 프로세스로 전환을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규제기관의 '전문성과 책임'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바이오 유효성과 안전성 규제는 고도의 과학적 판단을 요구하는 만큼, 전문 심사 인력을 중심으로 외부 석학, 전임상·임상 전문가 풀과 상시적으로 상호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소수의 심사 인력이 전 과정을 포괄적으로 판단하는, 이른바 '올인원(all-in-one)' 방식의 심사 관행이 존재하는데, 단일 전문성만으로는 의약품의 안전성과 관련된 복잡한 전 과정을 충분히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규제의 속도는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을 어떻게 분화해 연결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제도 안에 어떻게 설계하느냐 문제입니다. 특히 최근 산업재해에서는 책임자 처벌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과학적 근거와 전문성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화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발자, 심사평가자, 허가기관, 중 누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규제기관이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해 보수적인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형성됩니다.
따라서 바이오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규제 판단의 과학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역할과 책임의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는 규제 설계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이오 혁신의 속도와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출발점입니다."
한림원은 국가 과학정책의 브레인 역할을 맡고 있지만, 실제 정책 반영력은 제한적인 듯합니다. 한림원이 국가 전략 및 정책 결정에서 더 큰 영향력을 갖기 위해 필요한 변화는 무엇입니까?
"한림원은 과학기술 전 분야인 정책, 이학, 공학, 농수산, 의약학 등 5개 학부에서 학문적 수월성을 기준으로 선발된 1000여 명의 석학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회원 개인의 전문성만 놓고 보면 국가 과학정책을 설계하고 평가할 충분한 지적 자산을 이미 갖추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정책 반영이 제한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역량의 부족이 아니라, 그동안 한림원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구현해 왔는지에 대한 성찰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한림원 스스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단순히 방향이나 원칙을 제시하는 데서 나아가, 정책 결정자가 실제로 선택하고 실행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로 진화해야 합니다. 각 정책 대안이 가져올 효과와 위험, 필요한 제도 변화와 실행 일정까지 함께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한림원의 제안이 정책 논의의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과 정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력, 그리고 내부 협업 구조의 강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결국 한림원의 영향력은 더 큰 목소리를 내는 데서 생기지 않고, 한림원의 지적 자산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방식과 준비 수준, 바로 이 점이 앞으로 한림원이 집중해야 할 변화의 방향입니다."
원장님께서 보시기에 향후 10년 한국 과학기술의 결정적 갈림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당장 우리가 선택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10년 한국 과학기술의 성패는 개별 기술의 성공 여부보다, 연구 시스템을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인재가 도전적 질문을 붙잡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정책이 아니라 연구·인재·규제 전반을 관통하는 선택과 방향성입니다. 이 선택을 미루는 순간, 향후 10년은 추격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