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고충보고서] 전이성 대장암 3차 이상 치료제 프루자클라
1·2차 치료 후 소득절벽에 3차 치료 여부 고민

[환자고충보고서]는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환자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해 히트뉴스가 부정기적으로 기획 보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2023년 4월 신경섬유종 환자의 어려움을 조명한 [환자, 尹케어를 말하다]의 취지를 살리되 명칭을 2025년 3월부터 [환자고충보고서]로 변경하여 진행합니다.
원주에 사는 강모 씨(35세)는 2022년 6월 혈변에 놀라 병원을 방문했다. 대장내시경 후 간 전이 대장암 판정을 받았고 진단 두 달 만인 2022년 8월 간과 대장을 동시에 절제한 후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12차까지 항암치료를 마치고 3개월 단위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바탕으로 추적 관찰을 진행하던 도중 재발 판정(2023년 9월)을 받았고 2차 항암치료를 1년동안 시행했으나 1년이 지나니 몸이 2차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기 시작했다.
실비보험 혜택이라도 받으려면 입원 치료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달에 500~600만원에 달하는 약값을 부담해야 했다. 병원을 알아보던 중 '프루자클라(성분 프루퀸티닙)'를 투여할 수 있다는 병원을 찾아 전원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가 컸던 것은 당연히 경제적 부담이었다. 당시 임상시험 중인 약물이 있어 조직 슬라이드를 채취해 미국에 보냈지만 해당 적응증에 포함되지 않아 임상시험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2차 항암치료 할 때 면역원성이 높아져 회사까지 그만두고 소득절벽에 놓인 상황인데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교통비까지 더하면 최소 800만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치료 여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로 살고 있던 집을 처분하고 월세로 거주지까지 옮겼다.
강모 씨는 <히트뉴스>에 "나는 연령대도 낮고 1세대 실비보험도 보유하고 있어서 그나마 잘 버티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환자들은 3차 치료를 시작도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치료제가 있는데도 호스피스를 권유받는 분들도 있다"며 "경제적인 부분을 떠나서도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했던 환자는 임상시험 약물을 사용하지 못하고 지역 차이가 크다 보니 모든 환자가 서울로 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 치료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대장암은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며 원발암의 위치를 벗어나 다른 장기에 종양이 침범하면 전이성 대장암 진단을 받게 된다. 대장암 환자의 20%는 최초 진단 시 전이성 대장암으로 확인되며 조기에 발견되지 않아도 50~60% 환자는 치료 도중 다른 장기로 전이된다. 5년 상대 생존율이 80~90%에서 20%로 하락할 만큼 전이 여부가 큰 영향을 준다.
전이성 대장암 치료에는 폴폭스(FOLF-OX)와 폴피리(FOLFIRI) 같은 세포독성 항암제가 쓰인다. 표적치료제에는 RAS 정상형 또는 돌연변이 여부에 따라 세툭시맙·베바시주맙·애플리버셉트 등 약제가 사용된다. 1·2차 치료에서는 지난 2014년 후반부터 보험급여도 적용되고 고주파 수술 등 다학제 치료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 외국보다 좋은 치료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고 특별한 한계점이 없다. 하지만 2차 치료까지 실패한 3차 이상 환자들은 치료제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실비 보험 여부를 고려하고 입원이 가능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제약사가 운영하는 환자지원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어느 시점까지 가능한지 불확실하고 3차 치료는 증상 억제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장기간 고비용 치료 감당으로 인해 환자와 보호자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부분의 환자들이 1·2차 치료 경험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상태고 직장 생활을 지속하지 못해 경제적 부담은 더욱 무겁다.
환자는 항암제에 내성이 생긴 것이 본인 잘못이 아니지만 치료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가족에게 지웠다는 죄책감을 느끼고 보호자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의료진은 이 상황에서 치료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수 없다.
3차 치료옵션으로 등장한 '프루자클라'

새로운 치료옵션으로 주목 받는 것이 다케다제약의 프루자클라다. 이 약제는 혈관내피 증식인자 수용체(VEGFR) 1·2·3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다. '이전에 플루오로피리미딘, 옥살리플라틴, 이리노테칸을 기본으로 하는 항암화학요법과 항 VEGF 치료제, 항 EGFR 치료제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전이성 결장직장암 성인 환자의 치료'에 허가받았다.
VEGFR 억제제로 치료받지 않은 최소 2차 이상의 항암화학요법 후 진행된 전이성 결장직장암 환자 4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 연구 'FRESCO'에서 프루자클라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9.3개월(95% CI, 8.2-10.5)로 위약군 6.6개월(95% CI, 5.9-8.1) 대비 사망위험을 35% 감소시켰다(HR=0.65 ; 95% CI, 0.51-0.83 ; P<0.001).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3.7개월(95% CI, 3.7-4.6)로 위약군 1.8개월(95% CI, 1.8-1.8) 대비 약 1.9개월 연장 됐고 질병 통제율(DCR)도 62.2%로 위약군 12.3% 대비 높았다.
ESMO Congress 2024에서는 대장암이 가장 흔하게 전이되는 부위인 간 전이를 경험한 환자를 대상으로 프루자클라의 효과를 입증한 'FRESCO-2' 연구의 하위그룹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분석 결과 간 전이가 있는 환자와 간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프루자클라군의 mOS는 각각 6.4개월·12.1개월로 모두 위약군 대비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두 환자군에서 mPFS는 3.6개월 및 4.5개월, DCR은 53%와 64%를 달성했다.
유럽종양학회(ESMO) 2025 포스터 발표에 따르면 폐 전이 환자군에서도 mOS 14.1개월, 뼈 전이 환자군에서 mOS 7.6개월을 기록하며 간을 제외한 다른 장기로 전이된 환자에서도 유의미한 생존률 개선 결과를 내놨다.
경구제형으로 개발된 것도 프루자클라의 장점 중 하나이다. 주사 항암제나 기존 치료제를 투여 받는 환자들은 2박 3일 투여 후 일주일 동안 컨디션이 크게 떨어지고 2주 후에도 백혈구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을 경험한다. 반면 경구 항암제는 3주 복용하고 1주 쉬는 일정 속에서 환자 상태에 따라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응급상황이나 이상반응이 발생할 확률이 비교적 적다.
이를 바탕으로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3차 이상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서 옥살리플라틴 및 이리노테칸을 포함한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를 받았고, 사용 가능한 다른 치료제에도 질병이 진행된 경우에, ESMO 가이드라인에서는 절제가 불가능한 3차 이상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 치료제로 프루자클라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다케다제약은 지난 10월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 프루자클라 급여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재 2026년 1월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 상정을 기다리고 있다.
"생존기간으로 비급여 판정은 대장암 특성 고려하지 못한 것"

3차 이상 치료에서 환자들의 임상 상황은 매우 다양하다. 한 환자는 장이 막혀 복부가 팽만된 상태로 응급실에 내 원했고 장결핵이나 2기 대장암으로 의심됐다가 추가 검사에서 복막 전이가 확인돼 4기로 진단됐다. 4기 진단을 받 아들이기 어려워 가족에게 바로 이야기하지 못했고 가족이 외래에 동반하는 과정에서 진단 사실을 확인하고 심리적 충격을 크게 받았다.
이러한 환자 중 많게는 60% 이상이 1·2차 항암에 반응하지 못하고 상태가 악화돼 항암을 지속하지 못한다. 때문에 3분의 1 혹은 그 이상의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게 현실이다. 3차 치료를 결정할 때는 랜드마크 스터디라고 불리는 대표 임상 연구 결과와 환자 상태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 비급여로 인한 비용 문제도 중요한 고려 요소로 포 함된다.
구동회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환자에게 치료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과 약은 있지만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실비 보험이 없거나 고령의 환자라면 고가 약제에 관한 부담이 더 크게 작 용한다. 3차 이상부터 완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유하기도 힘들다.
일각에서는 전이성 대장암 3차 이상 치료제의 임상 데이터가 충족되지 않아 급여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구동회 교수는 "신약들이 1차와 2차 치료에서 실패를 겪었고 결국 3차 이상 단계에서만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2차 치료가 끝난 환자군은 6개월에서 1년도 버티기 어려운데, 이런 상황에서 생존기간 차이가 2개월 남짓하다고 경제성평가에서 탈락시키는 건 대장암의 특성을 이해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료진 입장에서 3차 이상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분들께 큰 희망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포기하기에는 아 직 이르다고는 말할 수 있다. 다만 실비가 안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우면 치료를 권유하기도 쉽지 않다. 가족도 의 료진도 살얼음을 딛는 마음"이라며 "아주 드물지만 5% 정도 환자는 완치 목표로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이런 가 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진들도 대장암 환자들이 치료 옵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기존 치료제가 나온지 10~15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급여 기준은 엄격하고 그 사이 다른 암종 의 고가 신약에는 보험이 적용됐다.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한 지금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 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