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고작 10여명, 2008년 공고 조건과도 다르지 않아
'기간제 근로자 신분' 이라는 고용 조건도 악영향 지적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허가 심사 인력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연봉 처우를 개선하고 내부 문화를 개선해 의사 심사관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들리고 있다. 

'식약처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2020년(12월 31일 기준) 의약품 허가·심사업무 지원을 위한 심사원 중 의사 심사관은 18명이 근무했다. 

지난해(2021)도 비슷한 수준으로 의사 심사관은 19명이었다. 2023년 의사 심사관들의 숫자는 14명이었다. 2024년 이후부터는 10명 안팎의 의사 심사관이 식약처에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의 의사 심사관 부족 문제는 수년째 풀리지 않는 과제로 이는 연봉 수준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의사들의 지적이 들린다.

수도권 지역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는 "평균적인 의사의 수입과 비교해볼 때 식약처 심사관 연봉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개원의는 물론 병원에 제약사 의학부에 근무해도 이보다는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즉 의사 입장에서는 식약처 근무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라고 전했다. 

실제 식약처는 지난 4월 인사혁신처 나라일터에 "종양항생약품과 심사원(임상의사) 채용 공고"를 올렸다. 채용 직급은 '심사원 가급 ll'으로 급여 수준은 기본급 월 850만원, 연봉 9000만원~1억원이다. 

문제는 당국이 지난 2008년 '의약품분야전문인력(의사등) 공개채용공고'에서 제기한 연봉 수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 식약처는 임상시험계획서와 임상시험성적에 관한 자료심사 및 자문' 관련 전문의 모집 요건으로 월 800만원의 급여를 제안했다. 의사 심사관 연봉은 17년째 같은 수준이다.

이는 최근 의사 평균 연봉이 3억원을 돌파한 대목과도 차이가 있다. 작년 5월 10일 보건복지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전공의를 제외한 2022년 기준 한국 의사 평균 연봉은 3억 10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들은 식약처가 '기간제 근로자' 신분으로 의사를 채용해온 점도 심사관 부족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글로벌 빅파마 의학부 출신 전문의는 "상당수 의사들은 식약처 채용 공고를 볼 때마다 '기간제 근로자'라는 신분 앞에서 고민을 거듭할 것"이라며 "식약처는 지속적으로 의사들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욱 많은 조건을 포기한 채 '기간제 근로자'라는 불안정한 신분을 감수하고 식약처에 들어가 뜻을 펼칠 의사는 많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식약처 채용 공고의 의사 심사관 계약기간은 '채용계약일로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다. 여기에 '근무성적 평가에 따른 재계약이 가능하다'라고 명시됐다. 

식약처 전 임상심사위원도 "식약처에서 일할 생각이 있는 의사는 공직 사회의 직업적 안정성을 누리고 싶은 욕구도 있다"라며 "그러나 기간제 근로자의 신분으로 2년마다 '근무성적을 평가' 받는다면 식약처에서 일할 결심을 하기 어렵다.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식약처 내부에는 정규직 의사가 한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근무 중인 10여명의 의사들은 신약 허가 트랙의 다양한 과정 중 '임상계획승인 업무' 등 일부의 분야에서만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식약처의 또 다른 임상심사위원은 "식약처에서 일했을 당시 의사 출신 과장 또는 국장 등 미래의 '롤모델'이 없었다"며 "의사는 임상을 알지만 최신 규제 과학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식약처에 들어온다. 규제기관의 규제가 무엇인지, 이를 임상과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지를 보고 배울 수 있는 리더급 의사가 필요했지만 식약처 내부에는 이같은 인물이 없어 아쉬웠다"고 회고했다. 

이어 "보건복지부에는 경험과 연륜을 갖춘 의사 출신 공무원들이 곳곳에 있다"며 "전문성을 쌓아 고위직까지 올라가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그러나 식약처는 리더급 선배 의사가 부족해 전문성을 키우기 힘들다. 기간제 근로자 신분이란 한계도 있어서 승진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의사 심사관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선진 규제 당국의 채용 시스템을 본받아 고용 조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제약사 개발 본부장은 "일본 PMDA는 독립행정법인으로 다양한 연봉 조건과 고용 형태로 심사관을 채용하고 있다"며 "연봉 조건과 처우 면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 등의 전문 심사관을 유치하는 것이 우리보다 수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FDA는 수백명 의사 대부분이 정규직 공무원"이라며 "안정적인 처우를 제공하고 리더급 의사들이 많기 때문에 교육 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다. 식약처가 의사 심사관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선진 규제당국을 롤모델삼아 채용 시스템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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