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신약은 한국시장을 우회하지 않고 계속 들어올 수 있나

폭풍 전야일까, 지나가는 소나기일까. 미국의 최혜국 약가(MFN, Most-Favored-Nation Pricing) 정책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제약사들에 직접 서한을 보내 '60일 내 약값을 해외 최저 수준으로 낮추라'는 최후통첩을 던졌고 한달 여 기한이 남은 상황이다. 

트럼프 발 의약품 정책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신약 론칭과 약가 업무 전반이 보류되거나 신중 모드로 전환된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실행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계와 정부 모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지만,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안이 단순히 '트럼프 리스크'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MFN 정책은 외부 요인일뿐 갈수록 글로벌 국가의 약가 참조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우리 약가 체계와 환자 접근성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한다.

단일 보험에 투명한 약가 등 특징을 가진 우리나라는 글로벌 시각에서 약가가 낮은 곳이라고 인식돼 왔다. 환자들에게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 기회를 제공해 왔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낮은 약가는 의약품의 철수 위협, 신약 도입 지연, 환자 접근성 차단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키워왔다. 

이미 업계에서는 이중약가'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허 만료 이후 실거래가가 노출돼 국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제약사 이익을 지키기 위한 요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신약이 한국 시장에 원활히 들어오도록 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환자 접근성 보장과 직결된다.

아직 체감을 못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의 세부안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약가는 늘 한정된 보험재정 문제로 귀결된다. 재정 건전성과 환자 치료 접근성 사이에 놓인 정부의 고민도 십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약가=재정 부담'이라는 단편적 시각에만 머문다면 미국 정책의 파급력이 현실화될 때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리고 예상보다 충격이 약하거나, 소나기를 피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트럼프가 촉발시켰지만 사후관리 통합연구, 신약 급여결정 등 우리 약가 정책을 더 촘촘히 들여다 볼 때가 됐다. 환자들이 글로벌 수준의 치료제를 제때,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약가 정책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의약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환자 접근성과 약가라는 본질적 과제를 풀어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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