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개 기업, 600명 참석한 삼성서울병원·에임드바이오 ADC 컨퍼런스
물량 공세 나선 중국 공세에 한국은 '차별화된 ADC 플랫폼'으로 추격

중국이 치고 올라온다는 건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 이상 걱정만 하기보다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ADC를 대표하는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오름테라퓨틱, 인투셀은 플랫폼 고도화부터 글로벌 인재 영입, 자금 조달, 협력 구조까지 각자의 전략을 내놓았다.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대강당에서 '제3회 ADC Conference'가 열렸다. 삼성서울병원과 에임드바이오(대표 허남구)가 공동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학계와 산업계에서 150여 개 기관, 6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각 기업들의 성과 발표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 속에서 어떤 길을 모색할지 함께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중국의 가파른 추격과 그에 대응할 한국 기업들의 전략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중국 ADC, AI 검증부터 임상까지 전주기 사이클 완성
중국의 항체약물접합체(ADC) 산업은 이미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두영 피노바이오 대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중국이 이제는 자체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글로벌 학회에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환자 샘플 확보부터 AI 기반 검증, 임상시험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사이클'이 중국 안에서 가능해진 점을 주목했다. "속도를 높이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완결된 생태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내수 시장 역시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꼽혔다. 정 대표는 "중국은 방대한 환자 집단을 기반으로 임상 3상과 상업화까지 이어갈 수 있다"며 "이제는 단순한 경쟁자를 넘어섰다. 중국과 협력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전략은 물량 공세... 한국은 투자 아쉬워"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중국의 경쟁 방식을 '물량 공세와 속도전'으로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ADC를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며 "미국 빅파마가 원하는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을 중국은 불과 5년 만에 충족시켰다. 결국 승부는 속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가진 모든 파이프라인이 성공할 수는 없다. 중국 관계자들조차 3분의 1만 성과를 내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그러나 수많은 파이프라인을 쏟아내 일부만 성공해도 시장을 움직이는 방식이 바로 중국의 물량 공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가능했던 이유로 정부의 전폭적 지원, 신생 바이오텍의 급성장, 세계 최대 규모의 암 환자 집단, 제도적 유연성을 꼽았다. 이어 한국 정서상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지만, 중국은 실패 후에도 재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적 차이가 결국 산업 경쟁력을 가른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중국을 "대담하고 용감하다"고 평가하며, 무모할 만큼의 추진력이 오히려 경쟁력을 키워왔다고 덧붙였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자금과 임상 규모에서 격차를 수치로 보여줬다. "중국은 2년 동안 200명 규모의 임상 코호트를 진행한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속도"라며 "우리가 몇백억원을 모을 때 중국은 몇천억원을 모았다. 결국 자금·인력·속도에서 격차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투자 환경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5년간 격차가 더 벌어진 건 한국에 투자 유치 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건 정부 탓만은 아니다"며 "벤처캐피털이 단순히 자금 공급자에 그치지 말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티고 있지만 자금은 여전히 부족하고,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안정만을 요구한다"고 꼬집었다.
"한국형 ADC는 플랫폼 업그레이드로 간다"
한국은 중국처럼 물량과 속도를 앞세운 경쟁을 따라가기 어렵다. 대신 제한된 자원을 정밀하게 활용해 플랫폼 기술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협력과 네트워크를 통해 자본과 인재를 확보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대응 전략으로 거론됐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한국의 전략적 위치를 '영토 소국, 기술 대국'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나라가 작기 때문에 하이사이언스를 게을리할 수 없다. 결국 기술을 정밀하게 고도화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토가 작은 만큼 글로벌 전략 말고는 대안이 없다. '한국형 ADC'를 내세운다고 투자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참고해야 할 모델로 덴마크와 스위스를 언급했다. "노보 노디스크나 노바티스 같은 기업들은 작은 나라에서 출발했지만 글로벌 제약사로 성장했다"며 "기술과 전략을 앞세워 성장한 두 기업에게 보고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리가켐바이오 대표는 중국과 경쟁에서 글로벌 거점 전략을 내세웠다. 리가켐바이오는 몇 해 전 보스턴에 자회사를 세우며 미국 현지에서 직접 임상을 수행하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와서 그는 "자금보다 인재 확보가 더 중요하다"며 미국 자회사의 의의를 재정립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보스턴에는 ADC 경험을 가진 인력이 풍부해, 앞으로도 인재를 더 영입하고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인력과 자본을 동시에 동원해 물량 공세를 펼치는 만큼, 리가켐바이오는 글로벌 무대에서 인재와 자본을 함께 확보해야 경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그는 플랫폼 차별화 전략을 강조했다. "중국은 파이프라인은 많지만 새로운 플랫폼은 드물다. ADC 플랫폼은 이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결국 차별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항체, 링커, 페이로드, 제조 공정이라는 네 가지 핵심 요소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제대로 된 ADC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각 타깃의 특성에 맞춰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단순히 파이프라인 숫자만 늘리는 접근에서 벗어나 정밀하게 설계된 플랫폼 경쟁력이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듀얼 페이로드 전략에 대해서도 그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약물 조합은 의미가 있지만, 독성 한계가 겹치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앞설 수 있다"며 "따라서 우리는 작용 방식이 완전히 다른 약물을 조합하거나, 맞춤형 링커·페이로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5~10년은 플랫폼을 정밀하게 설계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으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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