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고충보고서] DLBCL의 이중특이항체치료제 엡킨리

"CAR-T 급여 대상 외 환자, 즉각 치료 필요 환자서 엡킨리 투약 고려"
"CAR-T와 유사 효과, 체력 소모 적어 …장기 투약 위한 급여 등재 필요"

 

[환자고충보고서]는 희귀난치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환자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해 히트뉴스가 부정기적으로 기획 보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2023년 4월 신경섬유종 환자의 어려움을 조명한 [환자, 尹케어를 말하다]의 취지를 살리되 명칭을 2025년 3월부터 [환자고충보고서]로 변경하여 진행합니다.  

50대 직장인 신영호(가명)씨는 작년 가을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 cell lymphoma, DLBCL)' 진단을 받았다.

DLBCL은 림프구나 백혈구가 체내에서 비정상적으로 성장해 림프계에 발생하는 혈액암 '비호지킨 림프종(NHL)' 가운데 제일 흔한 하위 유형이다. 

어떤 질환인지 감도 잡을 수 없는 생소한 암이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첫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하는 도중 이미 암이 뇌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발성 내성(Primary refractory)으로 인해 치료가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뇌전이로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영호씨는 2차 치료로 아주 강력한 항암 치료인 자가이식 치료를 진행했다. 다행히 치료 후 긍정적인 예후를 보여 일상으로 복귀했으나, 이식 6개월 만에 전이 부위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영호씨는 DLBCL 3차 이상 치료에 'CAR-T 치료제'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말을 듣고 의료진에 문의했지만, 뇌전이 환자는 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소식에 또 한번 낙담했다. 상태는 점점 안 좋아졌다. 

뇌전이로 인한 구음장애로 음식물 섭취가 어려워지고, 전신근력 저하로 보행이나 손 사용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점점 줄어갔다. 다행히 이중특이항체 주사제인 '엡킨리(성분명 엡코리타맙)'를 활용한 치료는 가능하다는 말에 바로 투약에 들어갔다. 

운이 좋게도, 투여 3주차부터 치료 반응이 나타났고, 구음장애와 전신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투약 2개월 째에는 종양의 일부 감소가 확인된 '부분관해(PR)' 이상의 반응을 보였고, 4개월차인 현재 모든 종양 병변이 완전히 사라진 '완전관해(CR)' 판정을 받았다.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영호씨에게는 경제적 부담이라는 숙제가 남았다. 치료 중 회사 생활을 이어갈 수 없어 퇴직 후 받은 퇴직금과 실비보험 그리고 사별 후 홀로 키운 외동딸이 대학교를 휴학하고,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탠 치료비로 투병을 이어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만 하다. 영호씨는 오늘도 치료를 포기할 지 고민 속에 밤을 지샌다.

70대 가정주부 안영자(가명)씨도 고민이 많다. DLBCL 3차 치료로 CAR-T 치료제를 투약 받았지만, 1년이 지나면서 뼈·근육·피부 아래까지 전신에 걸쳐 암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의료진 판단 하에 후속 치료로 엡킨리를 투여한 지 6주 만에 완전관해에 도달했고, 3개월이 됐을 때 보조기구 없이 직접 걸어서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고가의 약제비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영자씨는 남편 퇴직 이후 별다른 수입 없이 노후 자금으로 생활해오고 있는데, 지속적인 암 치료로 예금과 적금 대부분을 의료비로 사용하게 되면서 생활 전반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일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약제비를 충당하고 있으나,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 두렵기만 하다.

이 외에도 질병 진행이 빠른 고령 환자들의 경우 기증자 적합성 검사부터 실제 투여까지 6~7주가 필요해 엡킨리 등 즉각 투여가 가능한 치료 옵션의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에도 문제는 결국, 경제적 부담이다.

DLBCL은 비호지킨림프종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아형으로, 진행속도가 빠르고 공격적인 것이 특징이다.

국가암정보센터 통계에 따르면 국내 DLBCL 누적 환자 수는 2013년 7054명에서 2023년 1만4183명으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환자 중 약 40%가 70세 이상으로 고령환자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DLBCL은 최초 진단 시 1차 표준치료로 리툭시맙 기반 항암화학요법(R-CHOP)이 진행되며, 약 60~80% 이상의 환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약 30%의 환자는 재발하며, 10%는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불응성을 보이는데, 이런 재발성 또는 불응성(relapsed or refractory, R/R) DLBCL 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아 평균 기대 여명이 약 6.3개월에 불과하다.

R/R DLBCL은 2차 치료까지는 고용량 항암화학요법과 조혈모세포이식이 주로 시행된다. 그러나, 고령 환자들은 다양한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표준 치료인 고용량 항암화학요법의 독성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다중 치료로 인해 체력이 저하된 환자들은 자가조혈모세포이식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즉각적인 치료가 완치의 열쇠인 R/R DLBCL 환자들에게 치료환경은 다소 열악하다. 현재 국내에 허가된 3차 이상 치료제는 CAR-T, 이중특이항체, 단클론항체 등이 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제는 CAR-T 치료제인 ‘킴리아(성분 티사젠렉류셀)’ 뿐이다.

CAR-T 치료를 즉각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문제는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실제 치료가 이뤄지기까지 최소 6~7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CAR-T 치료는 기증자 적합성 검사에 1~2주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를 통과하면 환자의 T세포 채취 후 미국으로 보내 약 5주 간의 제조기간을 거친다. 이는 평균 6개월의 여명을 가진 R/R DLBCL 환자에게 상당히 큰 부담이다. 

환자들에게 이 기간 동안 가교 항암(bridge therapy)이 권고된다. 이 치료에는 폴라투주맙 베도틴, 리툭시맙, 벤다무스틴 병용요법이 사용되고 있지만, 1회 투여 시 약 2000만원이 소요된다는 점과 입원을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 치료를 하지 않기에는 질병 악화의 우려가 있어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있어 이 부분은 숙제로 남아있다.

의료진은 이렇듯 CAR-T 치료제 사용이 권고되지 않는 환자와 고위험군으로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이중특이항체 치료제 '엡킨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애브비가 개발한 엡킨리는 3차 이상의 R/R DLBCL 성인환자의 치료를 위한 피하주사제로, T세포의 'CD3'와 B세포의 'CD20'에 동시에 결합해 T세포로 하여금 암세포성 CD20+ B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이중특이항체다. CAR-T 치료제와 달리 '규격품(off the shelf)'으로 제작돼 별도의 추가 제조기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특징이다.

엡킨리는 주요 3상 임상인 EPCORE-NHL1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 6월 국내 허가됐다. 중앙 추적기간 37.1개월 분석 결과, 전체 환자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59%, 이 중 완전관해 비율은 41%로 보고됐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20.8개월(95% CI : 13.0–32.0), 완전관해 지속기간 중앙값(mDOCR)은 36.1개월(95% CI : 20.2–NR)로 나타났다. 

전체 환자군에서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4.2개월(95% CI : 2.8–5.5), 완전관해 달성 환자군에서는 37.3개월(95% CI : 26.0–NR)로 나타났으며,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전체군에서 18.5개월(95% CI : 11.7–27.7)이었고, 36개월 시점 생존 중인 완전관해 달성 환자 비율은 63%에 달했다. 

가장 흔한 이상반응은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피로, 발열 등이었으나 대부분 경증에서 중등증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manageable)인 것으로 보고됐다. 

기대를 모으는 엡킨리는 작년 12월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위한 첫 관문인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고배를 마셨다. 그나마 올해 6월 11일 개최된 암질심에 재도전해 급여 기준이 설정된 점은 위안이다.

 

DLBCL은 완치(Cure)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급여 때 가중치를 주면 좋겠다

울산대병원  조재철 교수

울산대병원 CAR-T 센터장인 혈액종양내과 조재철 교수는 <히트뉴스>에 "어르신들은 체력적인 요소가 가장 힘든데 CAR-T 치료는 가교 요법, CAR-T 전 림프구 제거 수술, CAR-T 치료 등 힘든 과정을 견뎌야 하니 체력적인 요소가 많이 소모된다. 이중특이항체는 CAR-T 치료제 만큼 체력이 소모되지 않으며, 1~2개월 후에는 효과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직접 비교 임상을 수행한 바 없지만, CAR-T 치료제와 엡킨리가 임상을 통해 확인한 객관적 반응률 등 치료 성적이 유사했다. 항암 치료는 결국 암을 줄어들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치료 목표지만, 다른 장기에 전이될 확률을 낮추기만 해도 생존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3차 이상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약제에 보험급여가 적용된다면, 각 치료제들이 가진 특징에 따라 환자들에게 필요한 미충족 수요를 상호 보완해 임상의가 가장 최적의 치료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재철 교수는 이중특이항체 치료를 언제까지 지속해야 한다는 데이터가 아직 없지만, 약 41%가 완전관해를 보인 엡킨리의 경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 교수는 "임상 연구에서 입증한 36개월 완전관해 반응지속기간을 재연하기 위해서는 이상반응이 없는 한 계속 투여를 하는 것이 맞다"면서 "비급여 약제인 만큼 실손보험 등의 지원 범위를 넘어설 수 있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어 환자 및 보호자와 충분한 상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혈액암은 고형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자수가 적어 보험당국 및 대중들로부터 관심이 적은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보험급여를 적용 받기가 매우 어렵다"며 "DLBCL은 완치(Cure)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급여 심사 과정에서 혈액암은 완치 케이스가 나타나는 만큼 급여 때 가중치를 주면 좋겠다. 정부에서 몇 개월의 생존을 늘리는 고가의 항암도 중요하지만, 완치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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