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제약 Vol.43 | 상법 개정안 통과 후 나온 역대급 카드, 짚어봅시다
주주 인기+기업 이미지 제고+상속 완충 함께 노린다?

7월 첫주에 인사드리는 히트뉴스의 보도자료 분석 코너 '주간제약' 입니다. 지난 3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여파가 전 산업군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업계에서는 투자 등으로 걱정 가득한 입맛조차 쓴 상황에서 쓰디쓴 에스프레소샷을 추가했다는 반응들입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일 재미난 보도자료가 나왔습니다.
지주사 사업구조 개편과 수익성 개선 추진
셀트리온그룹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는 1조원의 신규 재원 한도를 확보 완료했으며 이 자금을 사업구조 개편 및 수익성 개선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홀딩스는 우선 1차로 수익성 개선 및 자회사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대규모의 셀트리온 주식 매입을 진행할 계획이다. 추가 지분 확보를 통해 예상되는 배당 확대 등 수익 향상은 물론 내재 가치보다 과도하게 저평가된 자회사 주주가치 제고에 지주사도 힘을 보탠다는 전략이다. 주식 매입은 두 차례에 걸쳐 총 5000억원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며 전 물량은 장내에서 매수할 방침이다.
우선 가능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약 2500억원 규모의 셀트리온 주식을 매입한다. 주식 매입은 지난 4월 공시를 통해 밝힌 최고경영진과 대주주의 셀트리온 주식 매입 기간을 고려해 8월 초부터 본격 진행할 방침이며 연내 총 5000억원 규모의 매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홀딩스는 연내 5000억원 규모의 신규 주식 매입이 완료되면 해당 주식분을 최소 1년 이상 보유할 방침이다. 또한 주식 저평가가 지속될 경우 자회사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남은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셀트리온의 기업가치 저평가가 완화되고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판단되면 지주사의 사업구조 개편 가속화와 자본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번 신규 매입분의 매각을 추진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해당 매각 작업은 시장에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금번 신규 매입분 외 홀딩스가 기존 보유한 주식은 매각하지 않고 장기보유를 이어갈 예정이다.
회사는 지주사 사업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더할 방침이다. 특히 가치가 높은 국내외 기업과의 M&A를 포함해 순수 지주사에서 사업 지주사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전방위로 모색할 방침으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사로서 자본 생산성과 경영 효율화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1조원 규모의 대규모 재원이 마련된 만큼 지주사의 사업구조 개편 및 수익성 개선은 물론 주요 계열사인 셀트리온의 주주가치 제고까지 고려한 효율적 자금 운영과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며, “특히 주식 매입 관련, 셀트리온은 추가 성장 여력이 많은데다 배당 성향까지 꾸준히 확대되고 있어 지분 확대에 따른 홀딩스 수익구조 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셀트리온의 이번 결정은 국내에서도 그 수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계획입니다. 지난 2018년 삼성전자가 9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밝힌 바 있지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수치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셀트리온의 보도자료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로 다음날인 7월 4일입니다. 공교롭습니다.
셀트리온이 보낸 메시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 제약바이오에서도 이정도의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투명화가 가능하다'는 신호입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비과세 배당 재원 마련입니다. 과거 우리금융지주 등에서 자본준비금을 줄여 배당 재원을 마련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반대에 부딪혔던 사례도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보도자료는 칼을 갈아놓은 계획입니다. 더 공교롭습니다.
물론 셀트리온은 최근 몇 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선진화라는 기치를 달았던 곳입니다. 2022년을 'ESG 경영 원년으로 선포하고 대표이사 직속 ESG 전담부서와 이사회 산하 ESG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여기에 전원 사외이사 구성이라는 파격적인 형태도 보여줬습니다. 그 외 GRI, SASB, ISSB 등 국제적 ESG 공시 기준을 적용하고 외부 제3자 검증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셀트리온의 조치에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잡음과 문제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합 셀트리온 이슈'라고 불렸던 대규모 합병, 회계 투명성 논란, 일부 투자자들과의 소송 등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여기에 과거 셀트리온의 회계 처리 방식이나 자회사와의 내부거래, 대규모 합병 과정에서의 소액주주 반발 등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비판을 받으면서 개선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 외 주가 변동성 우려, 신약 파이프라인의 성공 가능성, 글로벌 시장에서의 특허 분쟁 등도 셀트리온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작용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잡음들은 셀트리온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거버넌스와 투명한 정보공시, 주주친화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배경이 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국회 문을 박차고 나온 상법 개정안은 기업들이 단순히 실적이나 배당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경영 투명성, 이사회 독립성, 소수주주 보호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일종의 선언에 가깝습니다. 셀트리온의 이번 주주친화 정책은 그런 차원에서 상법 개정안이 요구하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동안 보여준 자사주 매입·소각, 현금·주식 동시 배당, 이사회 중심의 ESG위원회 신설 등은 모두 주주권 강화와 경영 투명성 제고에 부합하는 조치였기 때문입니다.

'빅테크'의 길을 걷는 셀트리온
유럽시장 등 해외진출 기반 강화?
물론 셀트리온의 이같은 노력을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과 완전히 같은 선상에서는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사실 셀트리온의 경우 국내에서도 미국 빅테크와 유사한 형태의 투자자 권익 보호 및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몇 안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빅테크의 경우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애플의 경우 지난 2024년 5월 향후 1100억달러, 우리돈 약 150조원 규모의 신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2012년 이후 이미 매입 후 소각된 주식 규모가 약 7000억원에 달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알파벳(구글), 엔비디아 등도 이같은 흐름에 이미 동참했습니다. 실적 둔화시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지만 주주친화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데서는 큰 이견이 없습니다.
셀트리온 역시 그에는 미지 못하지만 최근 수년 간 약 1조6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 혹은 계획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에서는 압도적인 금액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현금과 주식의 동시배당 병행, 비과세 배당 재원 마련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하며 미국 빅테크와 가장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버넌스의 경우 국제적 ESG 공시 기준 내 유럽 기준을 적용하는 등 유럽 시장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제약사 중 몇 안되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강하게 적용하는 곳입니다. 이중 중대성 평가는 기존 재무적 영향과 더불어 지역사회 등의 공헌을 비롯한 비재무적 영향을 동시에 고려하는 형태의 평가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투자자가 아닌 사회 전체를 바탕으로 하는 관점이 숨어있습니다. 가령 탄소배출 평가에서 단순히 기업 수익성을 따지는 수치가 아니라 이를 통해 지역 내 환경변화와 기업 평판 등 이해당사자를 모두 고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중 중대성 평가 개념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준 보다는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CSRD)에 기반을 두고 있기도 합니다.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셀트리온의 유럽 매출이 미국 매출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시장의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43% 수준을 차지하는 1조546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유럽에 초점을 두되 30%에 육박하는 매출 점유율을 가진 미국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ESG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유럽 진출은 이미 했는데
'상속 충격' 완충 밑작업?
일각에서는 이번 1조원 규모 주주친화 정책은 창업주 서정진 회장 일가의 상속 문제와 연관된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이미 유럽에서 자리를 잡고 ESG 내재화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고민할 필요가 있냐는 분석입니다.이는 실제 지난해 6월 서정진 회장이 직접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배경이 됩니다.
서정진 회장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특유의 '직구'화법은 조금 내려놓으면서도 현행 세법상 상속세율이 60%에 달해 "회사를 물려주면 절반 이상이 국가 소유가 된다"는 뼈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실제 당시 본인 지분가치는 11조원이 넘는 만큼 상속 및 증여세율을 고려하면 세금이 6~7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었지요. 그럼에도 서 회장은 소유와 경영 분리를 원칙으로는 하지만 승계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했습니다. 서 회장 입장에서는 '새로운 계획'이 필요한 셈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열사 합병, 무상증자 등은 모두 지분율을 유지하거나 높이면서도 세금 부담을 줄이고 주가를 부양해 상속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승계작업의 하나로도 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실제 자사주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으며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와도 직결됩니다. 주가가 상승하면 상속세 재원 마련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됩니다.
업계는 이미 한미약품의 상속세 문제를 지켜본 바 있습니다. 그만큼 상속세 부담이 큰 창업주 일가는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상속 과정에서의 지분 희석을 막고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주에게도 유리하지만 향후 상속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자연스레 역대급 주주친화 정책이 나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더욱이 새 정부 이후 제약바이오를 향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선도적으로 나서는 모양새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법 개정 전 파마리서치가 지주체계로 전환하면서 주주들의 우려가 이어진 것을 보면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여러 차원을 종합하면 셀트리온의 이번 주주친화 정책은 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 신뢰 회복을, 해외 시장에서 기업의 이미지 제고를, 창업주 일가의 안정적 승계 가능성 등이 교차한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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