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받고도 빈땅으로 놀리는 업체들, 그 자리엔 잡초만 자라나
잡초 무성한 '바이오' 특화 오송클러스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메카를 목표로 추진됐던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생명과학 클러스터에서 잡음이 들려온다. 특화 단지 개발 30년이 됐지만 정작 입주를 포기하거나, 불하 받은 땅을 놀리거나, 떠나는 기업까지 생기고 있다. 2030년 K-바이오 스퀘어로 도약하겠다는 오송바이오클러스터에 <끝까지Hit>가 출동했다.
① 개발 계획 30년 됐지만 곳곳에 공터
② 고발·취소한다지만 버젓이 기업간 매매 의심사례
③ 오송 클러스터를 위한 고언(苦言)
소부장 등 벤처들 입주 기회 없다.
"큰 기업 유치에만 관심" 볼멘소리
[끝까지 HIT 11호] 오송바이오클러스터는 김영삼 정부 시절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우리 나라의 보 건의료 및 생명과학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94년 11월 보건의료과학기술혁신방안 수립을 시작으로 1997년 국가산업단지 지정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단지 조성에 나섰다. △2001년 보건의료 국책기관 오송 이전 계획 수립 △2002년 보건의료과학 산업단지에서 오송생명과학단지로 명칭 변경 △2008년 오송생명과학단지 준공 등 과정을 거쳤다. 현재는 △오송첨단의료복합 단지 △오송바이오산업단지 △보건의료 행정타운 △오송생명과학단지 △오송 제 2생명과학단지 △오송 제3생명과학단지 (예정) △오송화장품산업단지(예정) 등으로 확대됐다.

오송은 작년 6월 발표된 정부의 '한국형 켄달스퀘어' 구상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충청북도는 산·학·연·병·관 경쟁력 을 기반으로 2030년 오송 제3생명과학단 지에 약 2조 4000억원 규모로 K-바이오 스퀘어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2023년 바이오의약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 2024년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 혁신 특구에도 각각 지정된 바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오송이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잔여 용지가 있는데도 입주 가 어렵고, 입주기업들이 공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입주가 취소되지 않는다고 전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이 오송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소부장 기업 A사는 오송생명과학단지 1단지에 입주하려고 했으나 들어가지 못했다. 현재 오송바이오클러스터 중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곳은 보건의료행정타운을 제외한 6곳이다. A사는 오송생명과학단지 1단지에 입주하려고 하니 '재정 문제'를 이 유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자산이나 매출이 높거나 잘 알려진 회사를 원하기 때문에 작은 기업은 갈 곳이 없어요. 우리가 처음 도전했던 바이오산업단지는 이미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비어 있던 1단지(평/3.3 ㎡ 75만원)와 화장품산업단지(500만원) 중 땅값 때문에 1단지를 선택했어요. 스타트업이라 매출이 크진 않지만 그렇다고 재무구조가 위험한 상황도 아니거든요. 재무 구조 따져서 입주가 된다면 클러스터가 도대체 왜 있는 겁니까? 1단지 분양을 받은 공공기관들 중에는 정부 예산을 못 받아 빈 땅으로 놀리는 곳도 있어요. 이런 곳은 기업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또다른 소부장 기업 B사 관계자의 입장도 비슷하다. "규모가 큰 기업을 유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오송을 소부장 특화 단지로 지정했는데 정작 관련 기업 입주 사례는 많지 않거든요. 저희도 입주 지원을 했는데 떨어졌어요. 떨어진 이유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보완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식약처 앞 복지부 소유 땅은
이벤트 행사장으로
분양 받고도 빈땅 놀리는 업체들
잡초만 빼곡

<끝까지Hit>는 7, 8월 오송 현지 취재에 나섰다. 오송역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면 오송생명과학단지 1단지가 나타난다. 1단지 핵심인 식품의약품안전처 본청과 질병관리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이 자리잡은 보건의료행정타운으로 방향을 틀었다. 식약처 앞에는 오송C&V센터를 비롯해 대학 캠퍼스, 국책기관, 식약처 직원이 많이 산다는 아파트 등이 있지만 그 사이 부지들은 잡초만 무성한 공터이다. 당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충북대학교 오송바이오캠퍼스,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사이는 평소 주차장으로 쓰이거나 화장품 엑스포 등 일회성 행사 때 천막이 설치되는 경우를 빼면 공터로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가 매입한 땅이다. 그나마 열리던 일회성 이벤트도 전문 박람회장인 '청주오스코'가 건설되면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인근 충북 바이오산학융합원의 한 직원은 "복지부 땅이라 다른 기관은 못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식약처 옆 HK이노엔 공장 맞은편 역시 공터이다. 펜스만 쳐진 이런 땅들이 몇 곳 눈에 띈다. '일터지면 식약처로 바로 뛰어 갈' 정도로 입지가 좋은데, 정작 잡초만 무성하다.
국책기관들을 뒤로 하고 기업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로 이어지 는 고속도로 진입로 쪽에 있어 교통이 편리하지만 입주 공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출입경고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과 성인 키 보다 더 크게 자란 잡초 뿐이었다. 이 곳 에 부지를 보유한 C사의 관계자는 현지 취재 이후 전화 통화에서 "오송 부지를 매입 한 지 오래 됐지만 임상시험 진행에 우선 순위를 두다 보니 실제 입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간혹 공사가 진행되는 곳이 있었지만 화장품 제조시설이 많았 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1단지 공사를 안 한지는 꽤 된 것으로 안다. 들어올 기업들은 이미 공사를 끝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4월 복지부 고시(제2003-22호)에 따라 오송생명과학단지 1단지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측은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오송생명과학단지(1단지), 오송바이오산업단지(2단지), 오송화장품산업단지 모두 분양이 완료 됐고, 2단지는 상업용 지원시설이 들어갈 부지만 일부 남아 있어요. 공공기관이 가지고 있는 땅은 용도가 지정돼 있는데 거기에 공장이 들어갈 수는 없어요.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이 안나와 기관들이 입주를 못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소기업 입주를 꺼린다는 주장 관련) 별도의 재무 평가 기준은 없습니다. 오송생명 과학단지 관리기본 계획에 의거해 입주대상 업종, 입주업체 자격, 업종별 배치 계획 등을 검토해 계약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공단의 이 같은 설명에 소부장 A사 관계자는 이렇게 반론했다.
"업종별 배치계획에 소부장 특화단지라고 되어 있는데 소부장 기업이 없는 건 문제 아닌가요? 이미 분양 완료된 오송바이오산업단지나 오송화장품산업단지 등도 개발 진전이 없어요. 첨단단지, 바이오스퀘어, 규제자유특구 같은 이름만 있지 실질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