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바이오클러스터 경쟁력 높이려면 유기적 연계가 필요해"

 커버스토리  대한민국 원(ONE) 바이오 클러스터로 가자

제약바이오는 국가적 산업임과 동시에 지자체에게는 지역을 살릴 새로운 희망이다. 특히 신약개발을 위한 소위 바이오 클러스터는 '새 먹거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어지는 클러스터 개발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그 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주여건과 클러스터 내 통일성, 유관 부처의 연계 부재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바이오 클러스터가 최선의 성과를 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하나'는 무엇일까.

① 지자체 마다 바이오 클러스터, 이젠 한몸처럼

[끝까지HIT 10호] 올해 상반기 일부 지자체를 올인하게 만들었던 바이오 특화단지 선정 경쟁이 마무리됐다. 정부는 6월27일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를 열어 첨단전략산업 관련 선도기업 및 투자규모, 산업생태계 발전 가능성과 지역 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평가한 결과 ①인천‧경기(시흥) ②대전(유성) ③강원(춘천‧홍천) ④전남(화순) ⑤경북(안동‧포항)을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특화단지로 선정된 곳은 즉각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 첨단 클러스터를 조성해 국가 바이오산업을 견인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번에 지정된 바이오 특화단지에는 2023년 7월 지정된 1기 특화단지와 마찬가지로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인허가신속처리(타임아웃제), 규제 혁파, 세제‧예산 지원, 용적률 완화,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을 포함한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며, 특화단지의 조성‧운영을 위한 범부처 지원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바이오 특화단지별 맞춤형 세부 육성계획도 올해 하반기에 마련할 예정이다.

반대로 특화단지에 선정되지 못한 지자체들은 근소한 차이로 최종 탈락했다며 아쉬워했다. <끝까지HIT>는 바이오 특화단지 선정 결과가 나오기 전, 뜨거웠던 유치경쟁을 살펴보고, 향후 이들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대한민국 원(ONE) 클러스터 방향을 고민해 본다.

지난 바이오 클러스터 유치 경쟁을 살펴보면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는 충북, 전북, 경기 수원, 경기 고양, 경기 성남 5곳이 참여했고 바이오의약품은 인천, 전남, 경북, 대전, 강원, 경기 시흥 6곳에서 신청해 8개 광역지자체 총 11곳이 경쟁했다.

충북은 같은 오가노이드 특화단지 후보군인 전북과 5월 말 협약을 맺고 상생협약을 체결하면서 연합 전선을 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기관이 밀집한 오송이 위치한 청주시는 200명 상당의 지역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주민 결의대회를 열었다.

50여개 기관은 물론 기업들까지 나선 오송바이오헬스협의회는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홍보에 전념했다. 전북은 국내 첫 오가노이드 전문 신약개발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익산시와 협약을 맺었다. 수원시는 수원오가노이드파크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광교 바이오이노베이션 밸리 추진협의회'를 중심으로 특화단지에 필요한 인프라를 알렸다. 여기에는 시를 비롯해 아주대학교, 경기대학교 그리고 한국바이오협회 등 유관기관, 데일리파트너스와 삼호인베스트먼트 등의 투자기업까지 포함됐다. 최근 바이오USA 내에서 관내 기업이 참여하는 부스를 여는 등 홍보에 열의를 보였다.

바이오의약품 부문에서는 국내 바이오 공룡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를 모두 보유한 동시에 세계보건기구의 글로벌바이오캠퍼스가 위치한 인천(송도)의 움직임이 매우 빨랐다. 이미 1월부터 인천시는 관내 바이오관련 산·학·연·병 관계자 50여명을 대상으로 '인천 바이오 포럼'을 운영하면서 기업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기업 외연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인천과 가까워 연계가 가능한 시흥은 이미 26만평 이상의 배곧경제자유구역부지 조성을 완료했으며 인근 월곶역세권, 정왕지구, 시흥스마트허브를 통한 '바이오 트리플렉스'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더욱이 이 안에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가 자리해 첨단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GC녹십자 화순 공장 등을 보유한 전남은 시장 및 군수협의회까지 나서 '전남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 지지'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공을 들였다. 바이오USA에서도 국내 유관기관과 함께 공동부스를 세우면서 네트워킹에도 나섰다.

강원은 현재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정부 지정 첨단·소부장 특화단지(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특화단지, 소부장 특화단지)가 없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춘천과 홍천 내 바이오기업의 성장세, 국내 유일 항체 연구소, 바이오의약 강소 특구 등을 내세웠다.

이미 대덕특구를 기반으로 300여개의 바이오 기업과 바이오니아, 큐로셀, 와이바이로직스 등 9개 선도기업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머크의 공장 설립 확정이라는 이슈를 든 대전은 지난해 반도체 분야 특화단지 탈락을 바이오 분야에서 만회하기 위해 열을 올렸다. KAIST 등을 비롯해 45개 기관의 산학연계를 세일즈 포인트로 삼았다.

정부의 선택은 인천‧경기(시흥), 대전(유성), 강원(춘천‧홍천), 전남(화순), 경북(안동‧포항)이었다. 정부에 따르면 인천‧경기(시흥) 지역은 세계 1위 바이오 메가 클러스터를 비전으로 세계 최대 생산기지 및 기술 초격차를 위한 글로벌 거점을 목표로 조성한다. 인천은 현재 단일도시 기준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제조역량인 116.5만L 규모를 2032년 214.5만L로 약 2배 확대할 계획이다. 동 지역은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관련 인허가 등을 해소하는 조건으로 지정하며, 정왕지구는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된 이후 지정된다.

대전(유성)은 혁신신약 R&D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을 목표로 조성한다. 탁월한 R&D 기반과 기술력을 보유한 선도기업군을 바탕으로 2032년까지 블록버스터 신약 2개 개발 등 기술혁신 및 신약 파이프라인을 창출할 계획이다.

강원(춘천‧홍천)은 AI기반의 신약개발과 중소형 CDMO 거점으로 조성한다. AI헬스케어 글로벌혁신특구 등 바이오 인프라와 항체산업, 디지털헬스케어‧의료기기 등 주변지역과의 연계‧확장을 통해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추진한다.

전남(화순)은 화순 백신산업특구 등 집적된 인프라를 기반으로 'R&D-(비)임상-백신제조' 생태계 조성을 통해 안정적인 백신 생산과 면역치료 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한다.

경북(안동‧포항)은 안동 바이오생명 국가첨단산단 등 인프라와 포스텍 등의 기술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바이오‧백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추진한다.

 

수없이 많은 클러스터, 그 안엔 무엇이 있나

제약바이오를 국가적 산업으로 여기고, 이를 통한 고용효과를 노린다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은 흥미롭다. 하지만 여기서 <끝까지HIT>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지자체가 인프라를 내세워 클러스터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미 구축된 클러스터가 기대만큼 '잘 운영되고 있나'라는 것이다.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정부의 움직임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클러스터는 노무현 정부에 와서 지역발전이라는 이름과 함께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2010년대 충북 청주시(오송)와 대구광역시 내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이 들어서면서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현재 국내에만 △충북(청주 오송) △대구경북 △인천(송도) △대전 △전남(화순 등) △전북(익산 등) △경기(광교, 송도 등) △강원(춘천 등)이 자칭 혹은 타칭으로 '클러스터'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들 사이 일부는 별다른 특이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곳이 많다. '원 맨 게임'으로 전개되는 클러스터를 '무리(Cluster)'라고 부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이어지는 클러스터 개발에 회의감을 느끼거나 그 수가 너무 많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클러스터는 있지만 사람은 없다', '작은 나라에 클러스터라고 하기 어려운 단지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부서도 책임자도 모두 달라 사업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함께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김주원·김종란 박사의 '바이오 클러스터 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효율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두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 클러스터는 국가적인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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