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안정 해소, 재정절감 효과 등 제네릭 순기능 잊혀진지 오래
약가 인하 기전은 강력한 여러개, 제네릭 촉진 제도는 고작 2개 뿐

 메이드 인 코리아 제네릭과 신약의 생존 환경 

제약산업 육성정책보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확보하려는 약가정책 논리가 득세하는 시절이다. 혁신신약 개발의 캐시 카우라는 논리가 쇠퇴하며, 제네릭의약품은 물론 국산 신약 우쭈쭈도 끝나간다. 건기가 다가오면 우기에 돋아났던 신록이 시들고, 호수가 메말라 간다. 하마도, 악어도 햇살에 드러난 몸을 비틀고, 줄어든 물속에서 떨어진 BOD로 물고기들이 숨을 헐떡 거린다.   

① 해마다 척박해지는 제네릭 생태계
② 내수를 떠나 글로벌로… 커져라, 국산신약의 꿈

# 의약품 정책과 함께 한 제네릭 의약품 '흥망성쇠'

[끝까지HIT 9호] 제네릭 의약품(이하 제네릭)의 흥망성쇠는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의약품 정책에 따라 좌우된다. 선별등재제도가 도입된 2006년을 기준으로, 제네릭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 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이듬해 2007년 위탁생동은 금지됐고 공동생동시험도 2개사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공동생동은 2개이상의 회사가 모여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네릭에 대한 비용을 공동 지불해 생동성시험을 실시하는 것을 말하고, 위탁생동은 생동성인정품목 제조업체에 제품명만 달리해 똑같이 위탁 제조하는 경우 별도의 자료제출 없이 생동성을 인정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몇 해 지나지 않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위탁(공동)생동 제한이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2011년 11월 공동생동 제도가 부활했고 제네릭은 부흥기를 맞았다. 동일한 제조소에서 생산된 다수의 제네릭을 제약사들이 판매사 이름만 달리해 출시할 수 있게 된것이다.

2012년 약가제도도 부흥기를 견인했다. 당시 약가제도를 보면 퍼스트 제네릭의 약가를 높게 주고 이후 낮은 약가로 산정 되는 계단식 구조가 폐지되고 특허만료된 오리지널과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 품목을 모두 동일가(53.55%)로 산정하는 '동일성분 동일약가' 제도가 시행됐다. 동시에 '약가 일괄인하'를 통해 기등재 품목의 약가를 53.55%로 인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계단식 약가제도 하에서 낮은 약가를 수용하기 어려워 제품 출시를 포기했던 회사들이 제네릭 발매에 뛰어들었고, 일괄 인하로 낮아진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제네릭 개발은 활성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2년 727개에 그치던 신규허가 품목이 2013 년 1283개로 급증했고, 2014년 1684개, 2015년 1914개까지 치솟았다. 급여등재 상황도 다르지 않다. 2012년 신규등재 품목은 1094개였으나 2013년 1717개로 늘었고, 2015년에는 2000개를 넘어 2359품목이 등재됐다.

# 발사르탄 사태가 야기한 허가-약가 연계제도

2018년, 발사르탄 사태가 터지면서 제네릭 개발 동향은 또다시 변화를 맞이했다. 고혈압 약제 발사르탄에서 발암성 불순물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 가 검출되면서 줄줄이 회수에 돌입했는 데, 그 숫자가 200개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처 영향평가에 따르면 고혈압 약제를 복용함으로써 발암 가능성은 희박한 수준이었지만, 영국은 5개, 미국은 10 개, 캐나다 21개 제품이 연루된 것과 비교 하면 국내 제네릭 시스템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부랴 부랴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허가와 약가를 연계한 정책을 만들었다. 식약처는 공동생동 '1+3' 제한을, 복지부는 계단식 약가제도를 부활시켰다. 그리고 허가와 연동해 기준요건 충족 여부 따라 약가를 차등하는 제도를 내놨다.

2019년 3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해당 약가제도에 따르면 ①자체 생동시험 실시 ②등록된 원료의약품(DMF)사용 여부를 판단해 2개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오리지널 상한액의 53.55%, 1개 요건을 충족할 경우 45.52%, 2개 모두 충족하지 못할 경우 38.69%의 상한액으로 산정된다.

또 20개가 넘는 제네릭이 신규로 등재될 경우 2개 요건 만족 여부와 상관없이 등재 순서에 따라 15%씩 차등을 두고 있다. 해당 허가와 약가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듯 제네릭 허가 수가 급증하기도 했지만 이들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제네릭 허가 및 등재 수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 수급 불안정 해소와 재정절감 효과 '제네릭의 순기능'

제네릭 난립 문제를 해결하고 퀄리티 높은 제네릭 개발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놓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바로 제네릭의 순기능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8조 9500억원 규모다. 전년도 25조 4900억원 보다 약 14% 증가했고, 의약품 시장 규모도 전년 25조3900억원 보다 17.6% 늘어난 29조 86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게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면 수입제품의 점유율이 늘고 있다. 통계청의 의약품 제조업 국내공급 지수 및 수입제품 점유비를 보면 수입제품의 점유비는 2018년 27.5%에서 2022년 38%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정확한 비중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신약의 국내 공급과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의 수입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우리는 제약주권 확립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코로나19의 경우 감염병에 한정되지만 현재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나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은 결국 의약품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답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다. 여기서, 오리지널과 동일한 효능·효과를 지닌 제네릭의 가치, 순기능이 나온다. 원료의약품 수급까지 논하자면 내용이 방대해지기 때문에 이번 원고에서는 차치하고, 제네릭의 역할에 집중하면 국내 제조로 원활한 시장 공급이 가능하고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를 가져다준다.

실제 가까운 사례를 보면 몇 년 전 코로나19 사태로 해열제 공급이 불안정해 지자 정부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을 보유한 18개사에 약가인상과 함께 생산량 증대를 요청했고, 수입품목인 타이레놀을 제외한 17개 품목은 국내에서 제조가 가능한 제품으로,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제네릭의 출시는 오리지널의 약가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건보재정 절감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환자 본인부담금 절감에도 한몫해 치료 접근성 확대를 가져온다. 경제적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은 제네릭 판매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개발 신약 또는 개량신약을 개발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산업 발전 및 부가가치 창출은 물론 직간접 산업의 고용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 약가 인하 기전은 여러개 vs 제네릭 촉진 제도는 고작 2개

그러나 잇따른 규제와 재평가, 사후관 리로 제네릭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실제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사후관리 기전은 4개 플러스 알파인 반면, 제네릭 사용 촉진 제도는 고작 2개뿐이다.

제네릭 사용 촉진제도에는 '저가약 대 체조제 장려금 지급제도'와'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 제도'가 있다. 전자는 '식약처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으로 대체조제해 약가 차액이 발생한 경우 차액의 30%를 약사에게 장려금으로 지급하는 것'이고 후자는 '약국 및 의료기관의 전년도 대비 약제 사용량이 감소했거나 약제를 상한금액보다 저렴하게 구매해 약품비를 절감했을 때 장려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작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건강보험 총진료비 중 약품비 비중이 23.3%로 알려진 가운데 저가약 대체조제율이 2023년 상반기 처음으로 1% 를 넘었다. 저가약 대체조제율이 2018년 0.26%에서 2020년 0.41%, 지난해 0.84%,
작년 상반기 1.25%로 상승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수치는 미미하다.

반면 약가인하 또는 급여기준을 조정하는 제도는 더 많고 매출에 직격탄이다. 병원 등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약제 실거래가를 조사해 반영하는 약가 사후관리 제도인 '실거래가 상환제'는 2년에 한번 시행된다. 사용범위(급여범위) 확대로 청구금액이 연 15억원 이상 증가가 예상되는 경우는 약가를 사전인하 하고 있다. '많이 팔면 깎는' 사용량 약가연동 협상도 있다. 건보공단은 작년 8월 제네릭(유형 다) 사용량 약가연동으로 134품목 약가를 인하했다. 또 작년에는 기준요건에 따라 2만여 개 기등재약 재평가를 진행해 8628 품목의 약가가 인하됐다(1차 7677개, 2차 951개). 상한금액 변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급여기준을 축소함으로써 매출과 직결되는 급여적정성 재평가 기전도 매년 작동하고 외국약가를 참조해 약가를 인하시키는 제도도 검토 중이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23년 재정은 현금흐름 기준으로 연간 4조원 흑자로 집계됐고, 3년 연속 흑자 달성으로 누적준비 금은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8조원을 적립했다. 그럼에도 향후 경제 불확실성 및 인구구조 변화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약품비에 있어서는 고가의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신약이 급여권에 진입하고 있어 유한한 건보재정을 두고 합리적인 지출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약품비가 진료비 대비 23.3%다. 5년 전에는 25%였고, 해당 비율은 감소 추세지만 목표는 21~22%로 보고 있다"며 "선별급여 취지에 맞지 않는 것들은 계속 좁혀 나갈 예정이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도 있고 기준요건 재평가도 있었다. 최대한 보험 원리에 맞지 않는 것들은 재정 투입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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