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불 들어온 전통 제약회사 지속 경영
국내 의료 시스템의 혁명적 변화로 평가받는 의약분업은 물론 여러 건강보험 약가 정책이 포함된 근래 25년, 제약회사 실적 추이를 <끝까지 히트>가 살펴 보았다.
① 상장 제약회사 62곳 25년치 실적 뜯어보니
[끝까지HIT 9호] 우리나라 제약산업은 4반세기 만에 폭발적 외형 성장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 제약사들은 의약품과 관련한 여러 정책과 제도의 변화 속에서도 ‘성장 DNA’를 바탕으로 매출이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실 성장을 이루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도 그럴 것이 영업이익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하락 추세를 보이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외형 성장과 함께 비용(판매관리비) 지출도 꾸준히 늘면서 수익성이 훼손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다행스럽게 제약사의 핵심 성장동력인 연구개발(R&D) 투자 금액이 판관비보다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유한양행의 폐암신약 ‘렉라자’, 작년 말 글로벌 빅파마인 노바티스와 조 단위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한 종근당의 저분자화합물 파이프라인(CKD-510)까지 굵직한 R&D 성과가 나오고 있다.
<끝까지 HIT>는 국내 제약산업 발전의 거시적인 흐름을 살펴보기 위해 상장 제약사 62곳의 25년(1998~2022) 간 실적 변화 추이를 살펴봤다. 이를 통해 앞으로 10년,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제약산업 100년의 발전 모델을 고민해 보려고 노력했다.

폭발적인 외형 성장 불구
내실은 부실해졌다
<끝까지 HIT>가 1998년부터 2022년까지 상장 제약사 62곳의 실적을 살펴본 바에 따르면, 1998년 약 2조3000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20조3000억원가량으로 10배 정도 증가했다. 2022년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제약사는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대웅제약 등 4곳이었다. 한미약품의 경우 9820억원으로 1조원에 살짝 못 미쳤다. 1998년 당시 매출 상위 제약사 순위는 종근당, 유한양행, JW중외제약, 동화약품, 대웅제약, 한미약품, 한독, 일양약품 순이었다. 일양약품부터 매출 1000억원을 넘는 곳이었고, 연 매출 2000억원을 넘는 곳은 종근당과 유한양행 단 2곳뿐이었다.
실제로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00년 이후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2009년 18조2187억원에서 2022년 28조9503억원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끝까지 HIT>가 상장 제약사로 한정해서 62곳의 매출 실적만 집계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성장 흐름은 동일한 것을 알 수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1998년 2600억원가량에서 2022년 1조2000억원대로 5배 가까이 늘었다. 매출액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작은 건 사실이지만, 경영활동을 통해 꾸준히 제약사들이 이익을 내왔음을 알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상장 제약사 62곳의 영업이익 합계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때가 바로 2015년이라는 점이다. 당시 한미약품은 여러 건의 대형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국내 제약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반환이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다시금 영업이익은 1조원 아래로 내려왔다. 2015년 1800억원을 넘었던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적자 전환하며 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었다. 한미약품의 사례가 사실상 국내 전통 제약사의 첫 글로벌 기술수출과 반환이었던 만큼 큰 충격을 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부정적으로 볼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후에도 한미약품은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달성했으며, 국내 제약사의 영업이익은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순이익의 경우도 외형 성장에 따른 매출 증대와 영업이익의 증가 덕분에 절대적인 수치는 늘었다. 1999년 332억원이던 순이익은 2022년 8500억원대로 증가했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아직 1조원을 돌파하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종합해 보면 절대적인 수치로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그리고 순이익 모두 지난 25년간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국내 제약산업이 안정적으로 외형 성장을 거두며 순항에 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속내를 좀 더 들여다본다면 과연 외형 성장과 함께 내실도 잘 다져왔는지는 의문이다. 1998년 11.3%에 달하던 상장 제약사 62곳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6.1%까지 거의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정부의 리베이트 규제 강화에 따른 영업 환경 위축과 대규모 약가 인하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11년 8.9%였던 영업이익률은 이듬해인 2012년 6.8%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12년은 일괄 약가 인하 제도가 시행된 해이기도 하다. 당시 제약기업의 수익성이 큰 폭으로 하락했던 것과 해당 통계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및 제약산업 선진화를 위해 리베이트 쌍벌제, 일괄 약가 인하 등을 시행하는 등 제약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특히 다른 산업과 달리 정부가 약가를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있어 정부의 약가 정책이 제약산업 내 개별 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액도 늘었지만 판관비도 늘었다
그러나 R&D 투자도 큰 폭으로 증가
앞서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로 봤을 때 수익성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이는 곧 판관비의 증가 폭이 더 큰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또 다른 수익성 지표인 매출총이익률은 1998년 40% 초반대로, 2022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업이익률이 하락 추세임을 감안하면 판관비가 계속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판관비는 1998년 7300억원대에서 2022년 6조3000억원대로 5조5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매출도 늘었지만, 판관비도 증가한 탓에 영업이익률이 낮아지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2001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던 R&D 투자는 정말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4년 2000억원, 2006년 3000억원, 2008년 4000억원, 2009년 5000억원, 2011년 6000억원을 돌파하며 거의 1~2년을 주기로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다.
2015년 처음으로 R&D 투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는데, 한미약품의 대규모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가 다른 제약사들에도 강한 자극이 돼 공격적인 R&D 투자에 나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해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처음으로 8%를 넘어섰다. 국내 매출 상위 제약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연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10%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상장 제약사 62곳의 R&D 투자 비율이 8%라는 것은 상위 제약사 중심으로 공격적인 R&D 투자가 단행됐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2022년 상장 제약사 62곳의 R&D 투자 규모는 2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해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9.7%로 1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2023년 12월 발표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바이오산업 데이터북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업 및 자연과학 연구개발업을 영위하는 상장사의 2022년 평균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수준은 12.7%로 집계됐다.
한 바이오 전문 회계사는 “숫자에 매몰될 필요까지는 없지만, 절대적인 수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점 역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며 “글로벌 임상 진행, 글로벌 인재 영입 등으로 인해 R&D 비용이 자연스럽게 늘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유망한 타깃이나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발굴 등과 같은 R&D 질 못지않게 R&D 양(투자 규모)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 고위 관계자는 “제약산업은 지속적인 R&D 및 투자의 결과가 기업의 성과와 연결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며 “신약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리스크도 존재하지만, 국내 제약업계가 꾸준하게 R&D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는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밝혔다.

<가나다순>
△CMG제약 △HK이노엔 △HLB제약 △JW생명과학 △JW신약 △JW중외제약 △경남제약 △경동제약 △고려제약 △광동제약 △국제약품 △GC녹십자 △대웅제약 △대원제약 △대한뉴팜 △대한약품 △대화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동국제약 △동성제약 △동아에스티 △동화약품 △명문제약 △보령 △부광약품 △비씨월드제약 △삼성제약 △삼아제약 △삼일제약 △삼진제약 △삼천당제약 △서울제약 △셀트리온제약 △신신제약 △신일제약 △신풍제약 △안국약품 △알리코제약 △영진약품 △옵투스제약 △위더스제약 △유나이티드제약 △유유제약 △유한양행 △이연제약 △일동제약 △일성신약 △일양약품 △제일약품 △조아제약 △종근당 △진양제약 △파마리서치 △팜젠사이언스 △하나제약 △한국유니온제약 △한국파마 △한독 △한미약품 △현대약품 △환인제약 △휴온스
※ 참고
이번 조사를 위해 <끝까지 HIT>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하 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1998년부터 2022년까지 회사별 사업보고서 또는 감사보고서(이하 보고서)를 참조했다. 시스템상에서 조회 가능한 가장 오래된 연도는 1998년이며, 2023년의 경우 사업보고서(기사 작성일인 3월 20일 기준)가 나오지 않은 곳도 있어 2022년까지만 실적을 집계했음을 밝힌다.
시계열적 흐름을 보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 이슈가 있었던 각 회사 해당 연도별 숫자는 보고서상에 있는 그대로 반영한 만큼 일부 오차가 존재할 수 있음을 밝힌다. 아울러 보고서상에 해당 연도별로 미기재된 항목들은 공란으로 둔 만큼 전체 총계에서 일부 오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힌다. 해당 항목별 수치는 당해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작성했으며, 모두 별도(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 집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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