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약국 2~3만원 대 건기식과 고가 브랜드 조화 이뤄야

대한민국은 비타민과 미네랄, 영양제 천국이다. 비타민은 학교서 배웠던 A, B, C, D, E를 넘어 머리카락처럼 세분화 되고 있다. 이렇게 세분화된 성분들은 산양유 단백질 음료에도 듬뿍 들어있다 하고, 프로바이오틱스에도 함유돼 있다 한다. 의약품에도 포함돼 있다는 말이 역설적으로 들릴 지경이다. 프로바이오틱의 선풍적 인기를 주도하던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은 이제 콘드로이친으로 진열대를 바꿨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패션계처럼 건강(기능)식품 소재도 돌고 도는 듯하다.

'나이 먹을수록 단백질이 필요하다'는 말에 솔깃해져 겨우 30분 피트니스센터에서 걷고, 가벼운 기구 몇번 들고는 스스로 뿌듯해진 나머지 주변 약국에 들러 단백질 보충제가 있는지 문의하니 없다고 한다. 서너군데 더 들렀지만, 그곳에서 같은 답만 들었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 검색창에 단백질 보충제를 써넣자 '단백질 세상'이 펼쳐졌다. 동물단백이 어떻고, 식물단백이 어떻고, 류신이 어떻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가격이 저렴한 것은 의심이 가서, 고가는 속는 듯해 망설였다. 영락없는 결정장애다.

결국 단백질 제품을 산 곳은 TV홈쇼핑이었다. 리모콘으로 이 방송, 저 방송 눌러보다 산양유 베이스의 단백질음료를 두 달치 10만원 가량 주고 샀다. 맛도 좋았지만, 하루분 1팩에 동식물성 단백질 10g, 비타민 11종 미네랄 5종, 아연, 칼슘, 류신 1g, BCAA 1.5g 등 성분이 꽉찬 느낌이었고 만족감도 높았다. 집에는 구매해 놓고 가끔 복용하는 비타민 D성분이 들어있는 프로바이오틱스도 있고, 어쩌다 왔는지 모를 비타민 D단일제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 TV홈쇼핑, 해외직구 등 약국 외 건강제품 구매채널을 통해 우리들은 비타민에 흠뻑 젖는다.

오늘 날 약사와 약국이 취급하는 건강(기능) 제품류는 전통 제약회사들이 공급하는 중저가 비타민 등의 의약품과 함께 고가 제품들로 양분되는 듯하다. 의약품 조제와 판매의 공간으로서 약국의 정체성에 충실하려는 약사들은 '건기식'을 건강에 도움주는 식품으로 바라보며 소비자들이 부담없이 복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반면, 제품 판매를 목적으로 깔고 있는 교육에서 자신감을 획득한 약사들은 약이 못하는 일을 건기식이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건기식 프리미엄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건강제품과 이에 걸맞는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빼곡한 인터넷 쇼핑몰과 대개 처방조제를 위해 찾아오는 한정된 소비자를 상대하는 오프라인 약국이 건기식을 사이에 두고 대적하는 것은 애초 어불성설일지 모른다. 그리하여 건기식 제조사가 추동하는 프리미엄 전략에 일부 약사와 약국들이 혹하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약사학술대회 주요 강좌를 건기식회사가 주도하는 건기식을 약보다 더 약처럼 판매하는 작금의 행위들이 '소비자 보호나 약국의 미래 관점'에서 바람직 것은 아니다.   

건기식이 약 보다 나은 것처럼... 이게 약사가 할 일인가

일반 소매점과 다르게 현재 약국의 약사들은 건강 예방 상담을 제품의 마진에 녹여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마진 제품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탓할 수도 없다. 약사의 상담이라는 것이 뻔해 보여도 실제로는 고객의 건강 상태, 질병 상태, 약물 복용 이력 등이 고려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야 말로 '건기식'을 취급하는 약사와 약국에게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효과로, 약사의 경험과 지식의 깊이에 따라서고객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최적의 조합을 찾아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오프라인 약국의 사정을 감안해 고객이 부담없이 건기식을 복용할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와 약사의 지식과 경험이 녹아있는 상담기반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필요하다. 다만 고가 건기식을 판매하는 약국 중에는 자신들의 고가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건기식을 건기식이 아닌 것처럼 판매하는 약국'도 적잖다. 약사가 건기식을 활용해 난치 질병을 완치라도 시킬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인데, 약사직능의 존속 가능성에 비춰볼 때 소탐대실의 전형적 행태들이다. 한데 요즘 유행이다.

물론 건기식이든 건강식품이든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건기식의 지위를 약 보다 위에 놓고 또는 'ㅇㅇ 학회'라 부르며 고가 제품을 잘 팔기위해 목적성 공부에 매몰되는 상황, 모든 병을 고쳐주겠다는 식의 만용은 바른 길이 아니다. 약사라면 식품은 식품답게 약과 어떻게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질병에 어떤 측면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약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다. 루테인이 좋다고 하루이틀 먹고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닌만큼 한달 2-3만원대에서 꾸준히 복용하며 관리하도록 이끌어 주는 곳이 약국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까놓고 말해 약국도 경영체이니 경영의 관점에서만 보면 한달에 3-4명의 고객에게 수십만원짜리 고가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속된말로 가성비 갑일지 모른다. 묻는 것 이 많고 까탈스러운 소비자에게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팔아 2-3만원 혹은 3-4만원대 제품을 들고 나가도록 하는 방식은 비효율이다. 약국 사정이야 어떻든 사회는 약국에게 만성질환이나 경질환자가 약국을 방문할 때 이들을 좀 더 빠르게 회복시키거나 건강을 증진시켜주는 전문가로 남아달라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약국을 비즈니스 모델로만 보는 업자들은 오늘도 객단가 수십만원을 찍는 방법론을 복음처럼 전파하고 있다. 약국 건기식은 약사다운 길이 무엇이냐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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