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가 있지만… 우리는 하루하루 나빠져 갑니다"
환자 수 적고 생명과 직결된 질환 아니야 우선순위 밀려
아말로이드증, 단장증후군, 유전성혈관부종 환우 만나다
청구서가 따라붙은 선물, 초고가약 치료제... 그리고 과제
연간 1000만원이 투입되는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망설일 때가 있었다.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재고 또 재던 때가 불과 3~4년 전이다. 이제는 억대 치료제가 등장했다. 백혈병치료제 킴리아는 '평생 한 번만 투약하면 된다'는 점을 내세워 닫혀 있던 건강보험 재정의 문을 열었다. 킴리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 접근성을 호소하며 급여화를 주장하는 신약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① 고가에 초고가, 식약 약값 왜 치솟나
② 초고속 등재 킴리아에 묻힌 급여 이슈들
③ 급여밖에서 고통받는 환자들
④ 지출구조 합리화 갈림길 선 건보재정
⑤ 효과 좋은 신약을 급여검토에서 마냥 방치할 수는...

[끝까지HIT 3호] 킴리아의 신속한 급여등재는 환자단체의 국민청원,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서 제출, 국 정감사에서의 지적 등 사회적 여론조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시에 환자에게 사용돼야 하는 약이 킴리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급여적용의 우선순위 결정을 생명과 직결되느냐만 놓고 따질 일은 아니다.
환자 수 가 적어 목소리를 크게 내지 못한 채 고통받는 경우도 많다. 그 중 아말로이드증환우, 단장증후군환우, 유전성혈관부종환우 등을 차례로 만나 절박함을 들어봤다.
#아말로이드증

유전성 아밀로이드증(Hereditary Amyloidosis)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알려진 환자 수가 100명이 되지 않는다.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Transthyretin Amyloid Cardiomyopathy)이라 불리는 ATTR-CM은 혈액 내에서 자연적으 로 순환하는 운반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TTR)이 불안정해지며 심장이나 다른 인체 장기에 쌓이는 치명적인 희귀질환이다.
유전적 돌연변이나 노화로 인해 혈액 내에서 자연적으로 순환하는 운반 단백질인 트렌스티레틴이 불안정해지게 되고, 비정상적인 단백질은 뭉쳐서 아밀로이드를 형성한다. 생성된 아밀로이드는 혈류를 통해 이동하며 신체 기관에 쌓이는데, 심장에 쌓일 경우 심근이나 심장벽이 두꺼워지고 경직되며, 궁극적으로 심부전을 유발하게 된다.
ATTR-CM은 유전형과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정상형으로 구분된다. 유전형 ATTR-CM의 경우 가족력이나 50세 이상의 연령 등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정상형 ATTR-CM은 65세 이상, 남성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진단 시점으로부터 생존기간(중간값)은 유전형의 경우 26~62개월, 정상형의 경우 43~67개월로 보고된 바 있을 정도로 예후가 좋지 않다.

아밀로이드증 환우회 김동현 회장은 2014년에 최종 확진을 받았다. 2013년 갑작스럽게 숨이 차는 현상을 겪고 병원을 방문, 심장 전문의를 추천 받았다. 심장 전문의는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1차적으로 판단했지만 암 관련 문제인지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가능성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에 조직 검사와 혈액 검사를 통해 최종적으로 2014년 초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으로 진단받았다. 2018년에는 심근경색 초기 증상이 나타나 심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 심장박동기 수술을 받았다. 아밀로이드증으로 발생할 심장마비는 막았지만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어 필요한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으로 치료를 이어갔다.
그러던 2018년 10월,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병증(ATTR-PN) 적응증 치료제인 '빈다켈'이 급여 등재 됐다. 비록 심장 쪽이 아닌 신경 쪽이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ATTR-CM 환자인 김 회장도 빈다켈을 처방받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빈다켈 복용 이후로 지금까지 증상 자체는 급속도로 나빠지지 않았다. 2019년까지는 발목 정도까지 마비 증상이 있었고 지금은 정강 이까지 마비 증상이 올라왔다"며 "빈다켈이 급속도로 질환이 나빠지는 것을 막아주기는 하지만 ATTR-CM 치료제는 아니기 때문에 매일 조금씩 나빠지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오히려 '빈다맥스'가 더 유전성 아밀로이드성 환자 치료에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김 회장은 "국내 유전성 아밀로이드성 환자의 80%는 심장 쪽 계열이다. 지금은 빈다켈이 급여가 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복용하고 있지만 빈다맥스가 임상결과에서도 보여줬듯 ATTR-CM 환자에게 효과가 더 좋다"며 "그렇기 때문에 신경보다 심장 쪽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은 국내에서 빈다맥스 급여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빈다켈은 말기환자(3~4기)가 복용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김 회장은 "희귀질환 치료제로 빈다맥스가 개발됐다는 것은 환자들에게는 희망이다. 현재 1000여개 희귀질환이 등록돼 있지만 그중 희귀질환을 표적하는 치료제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며 "재정 문제로 급여등재가 신속히 진행되지 않는다면 소중한 삶의 기회를 그냥 날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22년 6월 현재, 빈다맥스는 급여도전 삼수생이다.

제품명 : 빈다맥스연질캡슐
제조(수입)사 : 한국화이자제약
성분 : 타파미디스61mg
효능효과
정상형(wild type)또는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심근병증(ATTR-CM) 성인 환 자의 심혈관계 사망률 및 심혈관계 관련 입원 의 감소
#단장증후군

단장증후군(Short Bowel Syndrome, SBS)은 선천성 또는 생후 수술적 절제로 전체 소장의 50% 이상이 소실돼 흡수 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원인으로는 괴사성 소장결장염, 장관 이상 회전증, 태변으로 인한 장폐색, 장관 탈장 등의 선행 원인으로 인한 장관의 광범위한 외과적 절제술 후에 발생할 수도 있고 선천적으로 짧은 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단장증후군은 희귀질환 등록 통계사업에 포함되지 않고 있어 국내 단장증후군 환자에 대한 명확한 통계를 확인하기 어렵다. 단장증후군의 치료는 총정맥영양법(total parenteral nutrition, TPN)을 통한 대증요법이 일반적이다. 장기간에 걸친 TPN은 심부정맥의 혈전, 폐색, 감염, 부종, 간부전 등과 같은 후유증을 초래하기 때문에 결국 단장증후군의 영양 공급을 통한 생명 유지법이지 근본적 치료법은 아니다.
만성기의 단장증후군 환자에 대해서 장 재건 수술이 시행 가능하나 성공률이 천차만별이고, 수많은 합병증 위험이 동반된다. 혈관 혈전증으로 인해 TPN 시행이 더 이상 불가능한 환자는 장이식이 유일한 치료 옵션이 될 수도 있다.
장이식은 사망 위험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TPN에 대한 환자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고 SBS의 증상을 경감시키고 TPN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거나 없애기 위해 남아 있는 장의 흡수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단장증후군 환자는 살아가기 위해 매일 정맥영양주사를 맞아야 한다. 단장증후군으로 투병 중인 A군은 생후 10일 정도 됐을 때 수술을 하게 되면서 급작스럽게 단장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단장증후군이라는 질환도 모르는 상태에서 A군은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져 소장을 거의 대부분 잘라냈다. 대부분의 장이 괴사하고 대략 5cm가량 남은 상황이었다.
A군 어머니는 "워낙 장이 짧아서 거의 음식물 흡수가 안되는 상황이다. 위를 통해 음식물을 먹으면 5분도 되지 않아 다이렉트로 장을 통해 나오게 된다"며 "흡수가 안되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내내 정맥 주사로 영양을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장증후군 진단을 받고 투병한지 10년째인 A군. 약을 주사하고 관리하는 것에는 익숙해졌지만 약값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난관이다. A군 어머니는 "병원에 다니는 것은 보호자인 제 몫이니까 상관 없는데 일정하게 계속 들어가는 약값과 의료용품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단장증후군에 사용되는 가텍스는 지난 2018년 허가됐지만 여전히 비급여 상태다.

제품명 : 가텍스주
제조(수입)사 : 한국다케다제약
성분 : 테두글루타이드 5mg
효능효과
비경구 영양에 의존하고 있는 만1세 이상의 단 장 증후군 환자의 치료
#유전성혈관부종

혈관부종은 알레르기 현상으로, 체액이 혈관 밖으로 빠져나와 조직들이 붓는 질환이다. 피부 표피 얕은 층에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면 두드러기라고 부르고, 피부 진피 깊은 층에서 나타나면 혈관부종이라고 하는데, 두드러기 없이 혈관부종만 나타나는 경우가 유전성 혈관부종이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이 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가족 중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가 있다면 다른 가족에서 발병 가능성이 높고, 부모 중 한 명이 해당 질환을 갖고 있다면, 유전 확률은 50%다.
5만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서 진단받은 환자는 2019년 기준 81명에 불과하며,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8년이 소요된다. 일반적인 혈관부종은 눈가 또는 입술이 붓는 것으로 불편감을 느끼지만 생명에 위협적인 혈관부종은 후두부 부종으로 급사 가능성도 있다.

유전성 혈관부종환우회 민수진 회장은 초등학생 때 확진을 받은 환우이면서, 자녀도 유전성 혈관부종을 앓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다고 볼 수 없지만 평생 치료가 필요하다. 그는 "유전성 혈관부종에 남성호르몬제 '다나졸'이 사용되고 있지만 미혼 여성의 경우 부작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질환에 맞는 치료제는 아니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2~3년전부터 피라지르주가 국내 도입돼 급성 악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2회 처방까지 급여가 가능하고, 증상이 재발하기 때문에 예방약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 회장은 "피라지르 자가주사로 삶의 질이 예전보다는 개선됐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순간 치료제'이고, 증상이 갑자기 발현될 경우 저혈압 쇼크로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주사제를 사용할 시간조차 없이 의식을 잃는다. 환우회 회원 중에는 일상 생활이 어렵고, 외출이 불가능한 분들도 있다. 여행은 고사하고 직장이나 학교생활에도 제약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에게 필요한 약이 '탁자이로주'다. 탁자이로주는 작년 2월 허가됐으나 급여권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제품명 : 탁자이로주
제조(수입)사 : 한국다케다제약
성분 : 라나델루맙 150mg/mL
효능효과
성인 및 청소년(12세 이상)에서 유전성 혈관 부종 발작의 일상적인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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