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가 버린 '인보사'
떠오르는 중국, 따라가는 한국
기술수출 뒤, 멈춰 선 바이오 벤처

2025년 한 해, 제약 바이오 기사 몇 번이나 클릭하셨나요?

수많은 기사 속에서 여러분들이 가장 많이 주목한 키워드는 무엇이었으며, 가장 뜨겁게 논쟁한 이슈는 또 무엇이었을까요? <히트뉴스>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방대한 기사 데이터를 추적했습니다. 총 8편에 걸쳐 히트뉴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조회수 1위 기사부터,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 독자들의 관심이 쏟아진 인터뷰까지 2025년의 트렌드를 짚어봅니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올해의 제약바이오 이야기 "2025 제약바이오 이슈, 히트뉴스에 다 있다", 지금 시작합니다.


① '비만·AI'에 쏠린 클릭의 판도
② 비만치료제 빅2 전면전, 다음 주자는?
③ FDA 규제부터 임상까지 흔든 AI
④ 수출 1위 주역 셀트리온·삼성바이오
⑤ 허가 문턱서 멈춘 HLB와 네이처셀
⑥ 20조 기술수출 이끈 '전략가들'
⑦ 정부도 AI 신약개발에 550억 베팅
⑧ 끝까지 가는, 끝까지 HIT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은 비만치료제 열풍과 역대 최대 기술 수출, AI 신약개발 등 '최고'와 '최대'를 기록한 뉴스로 가득했다. 그러나 조회수와 화제성 이면에는 성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질문들이 남았다.

2025년 한 해, 제약바이오 업계는 극명한 온도 차를 경험했다. 누군가는 수조 원대 기술수출로 글로벌 무대의 주인공이 됐지만 누군가는 임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채 '데스밸리' 문턱에서 연구소를 폐쇄했다.

<히트뉴스>는 계간지 '끝까지 HIT'를 통해 화려한 성과 뒤에 가려진 규제의 벽, 미·중 패권 경쟁, 임상 단계에서 끊기는 자본의 현실 등 우리 산업이 직면한 본질적인 과제를 기록했다.

 

규제의 이중성, 전문성 내려놓은 식약처

올해 초에는 6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마무리된 '인보사 사태'를 다시 들여다봤다. 인보사는 2005년 '바이오스타 프로젝트'로 시작해 박근혜 정부 시절 '마중물 사업 1호'로 선정될 만큼 규제 당국이 전폭적으로 밀어붙였던 상징적인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세포 기원이 허가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식약처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학적 판단에 근거한 행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보다 허가권자로서의 책임을 사실상 사법 영역으로 넘기며 수사 의뢰와 허가 취소라는 극단적 조치를 선택했다.

이는 전임상 데이터 조작 논란이 있었던 미국의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를 대했던 FDA의 대응과 대비된다. FDA는 "의학적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 판단 아래 허가를 유지했고 규제 판단과 사법적 처벌을 명확히 분리했다. 반면 식약처는 여론에 밀려 과학적 사안을 형사 소송의 영역으로 넘겼고 그 결과 2024년 말 관련 임원들의 1심 무죄 판결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연구자와 기업이 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규제가 전문성보다 외부 환경에 휘둘릴 때 그 부담은 결국 연구자와 기업의 몫으로 돌아온다. 유사한 혼란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과 규제 기관의 전문성 회복이 필요하다.

 

미·중 패권 경쟁 속 한국의 생존법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수입 관세 부과와 최혜국 약가(MFN) 정책이 예고되며 글로벌 통상 환경도 빠르게 변했다.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대에 나선 글로벌 빅파마들과 달리 한국 기업들은 고환율, 설비 투자 비용 증가, 현지 생산 압박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이러한 대외적 변수 속에서 중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은 우리에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 중국은 이미 글로벌 임상 파이프라인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ADC(항체약물접합체)와 이중항체 등 첨단 분야에서는 기술수출 규모가 기술도입을 앞지르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은 '빠른 추격자' 전략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면서 "미국 보건 당국 구조조정 과정에서 배출되는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유입하고, AI 신약개발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구축하는 등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냉혹한 진단을 내렸다. 결국 한국 바이오의 경쟁력은 얼마나 독보적인 기술 우위를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데스밸리의 절규, 멈춰 선 혁신과 자본의 역설

올 한 해 기술 수출 소식이 잇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의 단절로 고사 위기에 처한 바이오 벤처들의 현실은 냉혹했다.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고도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상 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파이프라인이 매몰 위기에 처한 사례는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바이오 벤처 다수가 임상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바이오 산업의 생태계의 사다리가 끊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러한 자금 경색의 원인은 구조적 결함에 있었다. 초기 창업 지원에만 치중된 정책 자금, 대형 펀드 위주의 운용으로 인한 초기 기업 투자 기피, 그리고 IPO 외에는 투자 회수가 불가능한 폐쇄적 시장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자본은 특정 유망 분야에만 쏠리고,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한 미정복 분야는 외면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 바이오 산업 생태계 복원의 핵심은 자본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 자본이 벤처로 유입되고, 기술 가치에 기반한 M&A 시장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회성 지원금이 아니라 실제 임상을 완주할 수 있는 '브릿지 자본'과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술수출만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결국 규제의 전문성, 통상 환경에 대응하는 유연성, 그리고 자본의 선순환 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올해의 눈부신 기술수출 성과는 지속되기 어렵다. 스타기업의 역광에 가려진 벤처들의 파이프라인이 유산으로 남지 못하고 사라지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규제에 막히고, 자본에 막히고, 강대국 경쟁 속에 끼인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혁신 기술을 거품처럼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산업 전체가 함께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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