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주주에 오른 이원범 대표이사가 보인 새 전략
우호주주 네트워크 구축하고 '경영권+유동성' 확보

11일 환인제약을 중심으로 동국제약, 경동제약, 진양제약이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는 맞트레이드가 공시됐다. 과거 제약회사들이 지분을 사들이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처럼 세 회사가 한 회사와 거래를 체결하는 일은 드문 광경이다. 자기주식 처분 공시에서 환인제약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지속적인 사업 협력관계 구축'을 처분 목적으로 밝혔다.

얼핏보면 단순히 지분 재배열처럼 보이는 이 새로운 장면의 이면을 <히트뉴스>가 파악해 본다. 먼저 환인제약 3분기 보고서와 최근 지분 증여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AI로 그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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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인제약 3분기 재무제표와 지분 관계를 보자. 회사는 1분기부터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15억3600만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해 44.0% 줄었다. 순이익도 115억8300만원으로 41.5% 감소했다. 반면 재무제표에 나타난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95억원으로 전년 회기말 431억원에 견줘 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4% 줄었는데 '현금'은 38% 늘었다는 말의 해석이 필요하다.

매출을 보자.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매출은 1900억7000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 감소했는데, 매출총이익은 635억6800만원으로 12.4% 줄었다.

이익 감소는 80% 이상 매출을 중추신경계 약물로 채우고 있는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고려할 때 약가 인하 혹은 원가 상승 요인이 생겼다는 신호일 수 있다. 더 크고 현실적인 약가 문제는 아직 닥치지 않았으니 결국 원가 및 인건비, 상품 비중 증가로 인한 비용이 증가한 것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실제 3분기 보고서 가운데 사업의 내용을 설명하는 부문에 회사의 고민이 감지된다.

"회사는 정신신경계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를 유지하며, 효율적인 자금의 운용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 유지와 수익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효율적 자금의 운용이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맞교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환인제약의 두 번째 이익이 있다. 환인제약은 '잔꾀부리지 않는 제약회사'로 업계에 인식돼 있다. 영업 활동은 물론 기업 문화가 일치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원범 대표는 2012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이끌었다. 이광식 창업주는 이원범 대표를 지원하는 형태다. 한 달 반 전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증여해 이 대표를 최대주주로 끌어올렸다. 이광식 창업주는 10월 30일 보유했던 372만394주 가운데 186만 주를 아들인 이원범 대표에게 증여했다고 공시했다. 창업주 지분은 20%에서 10%로 줄어든 대신 이원범 대표 지분은 246만9067주로 늘어 지분율도 3.27%에서 13.27%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환인제약의 자사주는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다. 자사주는 기본적으로 의결권이 없고, 다른 회사에 매각하거나, 인적분할 등 특정 상황에서만 부활해 경영권 방어에 활용된다. 사용제한도 크다. 자본 효율성 관점에서 유동성이 낮다. 반면 의결권 있는 지분은 전략적 자산으로 향후 여러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인제약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①원가 구조 개선 ②신약 개발 ③공장 증설 등에 써야 할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의결권 있는 우호주주들이 있다면, 배당금 정책이나 경영 방향성에서 이원범 대표가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세 회사는 지분 연결로 인해 환인제약의 장기 가치를 함께 생각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사주 131만주(7%가 넘는 지분)를 동국제약, 경동제약, 진양제약 등 세 곳에 나눠 넘긴 것은 회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의결권 있는 우호주주를 확보하는 동시에 혹여 도드라져 보이는 현금및현금성자산에 따른 주주들의 배당금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지분을 막 받은 상황에서 무작정 지분을 넘기며 벌어질 수 있는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 역시 줄일 수 있다.

환인제약 사옥
환인제약 사옥

2006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모았지만 이제는 향후 사업을 위해 활용할 시점이 된 것이다. 업계를 잘알고 이해하는 창업주 2세들과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협력도 가능한 구조를 공공히 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건기식 판매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는 동국제약과 '애즈유'와 '비피도'를 키우고 있는 환인제약의 만남과 협력도 가능한 상상이다. 생산 파이를 키우는 경동제약과 위수탁에서 강점을 보이는 진양제약도 협력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공시에서 언급한 '포트폴리오 확장의 기반'은 이같은 이유로 추정된다.

이익 감소와 매출총이익 약화, 향후 약가 인하와 원가 상승, 개발 등으로 생길 수 있는 현금 유출 등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에 대비한 자사주 활용은 신선하게 비친다.

나머지 세 회사에게도 이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최근 기업이 자사주를 너무 많이 보유한 상황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동국제약, 경동제약, 진양제약의 자사주 교환은 자본 시장에서 호재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를 풀어 필수 생존역량인 유동성과 우군을 구축하는 이원범 대표의 전략은 이래서 흥미롭다. '내 지분'으로 묶어두기보다 바깥으로 펼쳐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제약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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