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휴텍스, 부광, 에스에스팜 등 승소 사례 잇따라
환수환급법 이후 '이길 각이 보이는' 소송만 집중한다
공익적·실질적 문제 등 다양한 논리 개발도 승소 요인

제약회사들이 최근 정부를 상대로 한 약가 관련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내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종전 '어차피 질 걸 알지만...' 했던 약가인하 또는 급여삭제 처분 불복 소송이 제약회사 승리로 돌아서며 색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업계는 과거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을 들며 신중해진 소송과 폭넓어진 법리의 변화를 이유로 들고 있다.
한국휴텍스제약은 15일 약가인하 취소소송 2심에서 승소했다. 2020년 6월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을 공고하며 자체 생동성시험 자료와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입증 서류 제출을 요구했는데 2023년 2월 말인 제출기간 중 코로나19로 인해 품목허가 변경이 늦어지면서 생긴 약가인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2년 8개월 유예기간이 충분했다며 정부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 상황과 회사가 실제 DMF 원료의약품을 썼다는 증거에 힘을 실으며 제약사 손을 들었다.
에스에스팜은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약가인하 취소소송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회사는 2023년 상한금액 재평가 과정에서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입증자료 등 서류를 미제출했다는 이유로 9개 품목에 대해 약 27~28%의 약가인하 처분을 받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을 진행했다.
1심 재판부는 원료의약품 등록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추가 입증자료 미제출만을 이유로 약가를 인하하는 것은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며 에스에스팜 손을 들어줬고 2심과 대법원까지 연이어 회사에게 승소 판결을 내렸다.
부광약품의 실리마린 제제인 레가론의 급여삭제 취소소송도 승리 사례다.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2021년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여 삭제 대상이 됐다. 1심에서는 정부가 승소했다. 그러나 부광약품이 항소심에서 SCIE급 학술논문 등 추가 자료를 제출하며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결국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12월 부광약품 승소 판결을 내렸고 복지부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 법원이 제약사가 제출한 임상적 유용성 자료를 정면으로 인정한 사실상 첫 사례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 하다.
이보다 다소 앞서지만 빌베리건조엑스 급여삭제 취소소송 역시 대표적인 승리 사례로 꼽힌다. 국제약품 외 3개사가 2023년 11월 1심에서 승소했다. 당시 법원은 정부의 재량권 남용을 지적하며 대체약제가 없다는 점과 사회적 필요도를 근거로 제약사 손을 들어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도베실산 등 대체 약제가 정확히 빌베리의 역할을 대신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들며 저렴한 의약품을 100% 대체가 안되는 비싼 의약품으로 바꾸는 것은 공익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함께 지적해 승리했다.
비록 2024년 12월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지만 1심에서 '사회적 필요도'라는 새로운 논리가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업계 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약가소송은 아니지만 지난 16일 건일제약 등 22개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승리는 따로 볼 만 하다. 정부가 라니티딘·니자티딘·메트포르민 등 불순물 검출 약제에 정부가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공단 예산에서 우선 지급하고 이후 제약사들에 구상권을 청구하면서 시작된 이번 소송에서는 공단이 주장하는 시점보다 늦은 2019년 10월 이후에서야 NDMA 검출이 확인된 만큼 이전 시점에 제약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내용인 만큼 최근 승리한 약가소송과 궤를 함께 한다.
이같은 추이를 두고 제약업계 분야 소송을 맡고 있는 모 변호사는 이러한 현상에 "경향이라고 보기는 조금 무리가 있다"면서도 변화의 조짐은 인정했다. 그는 "과거에는 약가인하 취소 소송이 집행정지를 노리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집행정지 결정만 받아내면 본안에서 패소하더라도 그 사이 수익은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재판부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고 오히려 본안에서 패소하는 빌미가 됐던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023년 11월 20일 시행된 환수환급법 시행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소송에서 졌을 경우 집행정지 과정에서 나온 수익을 환수하는 내용을 담은 만큼 묻지마식의 실익 확보용 집행정지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업계도 소송 제기 자체를 무작정하지 않고 논리를 깰 수 있는 각을 본다는 뜻이다.
자연히 실제 절차적 문제나 행정상 하자를 지적하는 경우가 늘었고 진짜 다툴 만한 사안이 법원에 들어오면서 그만큼 승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모 변호사는 "변호인들의 논리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틀에 박힌 논리가 아니다. 약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실제 처방 패턴이나 사회적 필요도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이로 인해 공익성이 얼마나 훼손되는지까지 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