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리서치 정유진·동국제약 권병훈·알리코제약 이지혜
해외법인·신사업·공장 운영…실전 무대에 오른 차세대 대표 주자

TREND 1세대 제약 창업주들은 전쟁과 빈곤 등 척박한 환경에서 사업을 일으켜야 했다. 해방과 한국전쟁 직후 경제 전체가 구호물자와 원조에 의존했고 약도 대부분 군납·구호 루트를 통한 수입에 의존했다. 자본·설비·기술이 없어 기본 항생제조차 생산이 어려웠고 병원·의사도 절대적으로 부족해 내수 기반 자체가 취약했다.
그러나 1960대에 접어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1960년대 이후 도시 인구 급증으로 피로회복제·비타민·강장제 등 일반의약품 수요가 폭발했다.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을 견딘 창업주들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맞이했고 공격적인 제품 개발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무궁무진한 기회를 포착해 산업을 일궈냈다.
해방을 기점으로 제약 역사 80년이 흐른 지금, 창업주들이 이끈 자리를 오너 3세~4세들이 채우고 있다. 이들은 약가 인하, 글로벌 규제, 관세 인하 등 창업주가 고군분투해온 상황과 또 다른 현실을 뚫어 나가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국산 신약 개발을 성공하고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개척하며 수출 역군으로 활약 중이다.
최근에는 1990년대생들이 각 분야에서 활약을 이어가면서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매니저, 팀장부터 본부장, 해외법인장을 맡아 선대의 유산을 이어가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경영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끝까지HIT>가 '미래권력, 90년대생이 온다'를 통해 90년대생 임원의 현재를 살펴봤다.

'미국 시장 대표' 파마리서치 정유진
정유진 이사(1991년생, 34세)는 파마리서치 창업주 정상수 회장의 장녀다. 그는 2022년 파마리서치 미국 법인장으로 취임한 이후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정 이사의 법인장 취임 이후 미국 수출 실적 지표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IR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파마리서치 미국 수출실적은 동기 대비 323억원에서 505억원으로 증가했다. 중국, 유럽 등 다른 지역은 감소한 반면 미주 시장은 유일하게 3% 늘어났다. 파마리서치가 정유진 이사를 1년 만에 이사로 승진시킨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 이사는 승진 1년만에 안정적인 경영능력으로 리쥬란 코스메틱 브랜드의 미국 시장 안착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정유진, 리쥬란 성과 차곡차곡 쌓아
정유진 이사는 걸어온 길 자체가 남다르다. 그는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노스이스턴은 연구중심 대학으로 약학·보건계열이 특화된 강한 학교로 평가받는다. 미국 약대 중에서 수준급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그는 학교 졸업 이후 글로벌 빅파마 존슨앤존슨 인턴과 대웅제약 개발부를 거쳤다. 해외 유학과 글로벌 제약사 인턴 경험과 국내 대형 제약사 개발부에서 쌓은 역량을 토대로 미국 법인장에 올라 차곡차곡 성과를 쌓고 있다.
파마리서치가 중국 이후로 두 번째 축으로 미국 시장을 키우기 위한 '글로벌 2막'을 열어젖힌 만큼, 정 이사의 활약을 향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이비리그 출신 권병훈 재무기획실 실장, 화장품 사업 핵심 보직
권병훈 재무기획실 실장(1995년생, 29세)은 동국제약 권기범 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3세다. 그는 2024년 4월 동국제약 경영관리본부 재무기획실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병훈 실장도 정유진 이사처럼 해외 유명 대학 출신이다. 그는 코넬대학교의 정책분석·경영학(Policy Analysis and Management, PAM)을 졸업했다. 코넬대학교는 아이비리그 명문 대학 중 하나로 PAM은 정부 정책의 실증적 영향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권병훈 실장은 최근 동국제약이 인수한 리봄화장품의 상무로 합류했다. 권 실장은 리봄화장품 투자 과정에서 지분 2.2%(3900주)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제약은 2024년 10월 15일 리봄화장품 지분 53.66%를 307억 원에 인수했다. '매출 1조원 달성' 목표를 위한 차세대 먹거리로 화장품 사업을 낙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권 실장은 향후 리봄화장품 경영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얼마나 입증할 수 있는지를 두고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진천공장'은 내게 맡겨, 알리코제약 이지혜 COO
이지혜 알리코제약 COO(Chief Operating Officer)는 창업주 이항구 부회장의 셋째딸이다. 이 상무(1991년생, 34세)는 일찍부터 제약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2018년 원료의약품 전문 기업 하이플에서 근무했다. 그 이후 이지혜 상무는 2019년부터 알리코제약에 정식 입사해 B2B 팀을 거쳐 경영총괄을 맡았으며, 2021년 3월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2024년 2월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COO(Chief Operating Officer)로 전사운영총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이지혜 상무는 2023년 5월 알리코제약 진천공장 생산라인 확장 준공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이후에도 그는 진천공장 각종 행사에 참여하면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알리코제약 측은 진천공장을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알리코제약이 명실상부한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변곡점"으로 지목했다. 이지혜 상무의 진천공장 향후 운영 성과에 초미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배경이다.
아차! 한 살 차이, 최태원 장녀 최윤정 전략본부장
1989년생 중 가장 돋보이는 미래 권력은 최윤정 전략본부장이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은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장녀다. 시카고대 생물학 학사·스탠포드대 생명정보학 석사·서울대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2017년 SK바이오팜 입사 후 전략팀장을 거쳐 2023년 말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 SK바이오팜은 2026년 조직개편을 통해 최윤정 본부장을 전략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 기능을 통합한 곳으로 최 본부장이 SK바이오팜의 핵심 부서의 리더를 맡았는 점에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기환, 윤석민 조용한 경영수업 돌입
이기환 매니저는 이경하 JW홀딩스 회장의 장남(1997년생, 28세)으로 JW그룹 오너 4세다. 그는 2022년 JW홀딩스에 입사해 경영지원본부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력 등의 세부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윤석민 웰다 팀장은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현 CVO)의 장남(1993년생, 32세)으로 대웅제약 오너 3세다. 그는 2022년부터 가족회사 인성TSS·블루넷의 사내이사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대웅제약 계열사 엠서클에서 '웰다(Welda)' 팀장으로 혈당 관리 헬스케어 사업을 총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