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I 심사관' 도입 일정
26년 불순물 심사→ 27년 제조공정 → 28년 완제의약품 순
정지원 부장 "AI 시스템과 의약품 규제 정책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 필요"

[신년기획] 제약바이오 산업에 스며드는 인공지능(AI)의 효력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인공지능(AI)이 뉴 노멀 사회를 주도하고 있다. 청춘이 AI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시대, 히트뉴스가 제약바이오산업 현장의 'AI 감염 실태'를 살펴본다.
① AI 활용, 지금도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② 생성형 AI, 업무 효율성 극대화
③ 불순물부터 CTD 심사까지, AI 항해 돌입한 식약처
④ '도구'에서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AI
글로벌 규제 당국이 AI 기반 의약품 심사를 구축하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AI 심사 체계를 빠르게 적용할수록 신약 허가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최근 'AI 심사관' 도입을 목표로 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발표했다. 품질, 제조공정, 완제의약품 등 심사 전반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포석이다.
식약처의 AI 심사관 도입 의지를 밝힘에 따라 △식약처가 AI 심사관 도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식약처는 AI 심사관을 어떤 분야부터 도입할 예정인지 △AI 시스템 적용 과정에서 느낀 고민은 없었는지 등 질문이 생긴다.
<히트뉴스>는 정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제품연구부장을 통해 이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들어봤다. 또, 정지원 부장의 목소리와 관련 자료를 토대로 식약처 AI 심사관 도입의 현황과 과제를 조명해봤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부터 'AI 활용 의약품의 심사 전략 마련연구'라는 제목의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AI 심사관, 2026년 불순물부터 단계적 도입
정지원 의료제품연구부장은 지난해 12월 4일 "AI 심사관 도입을 목표로 시작한 연구"라며 "AI 심사관은 많은 심사 자료들을 정리하고 요약하기 위한 목적으로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가 끝나면 식약처는 'AI 심사 체계 단계별 로드맵'을 실행할 예정이다. 2026년 불순물 심사를 시작으로 2027년 제조공정, 2028년 완제의약품 순으로 AI 시스템 구축 연구를 통해 한국형 AI 심사관을 도입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올해 불순물 AI 심사 시스템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정지원 부장은 이 시스템에 대해 "의약품 심사 과정에서 AI 모델을 통해 불순물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불순물 심사에서는 히스토리가 중요하다. 업체가 관련 자료를 제출했을 때 해당 불순물이 과거에 있었던 내용인지, 식약처 심사자들이 어떤 판단을 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불순물 사례가 없었다면 심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하고 과거와 동일한 부분이라면 해당 논리가 판단의 참고 자료가 된다"며 "이같은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불순물 히스토리를 파악하는 것으로 불순물 AI 심사관 모델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불순물 평가부터 시작해 GMP 등 제조공정을 거쳐 제네릭 심사까지 활용하기 위해 2029년까지 단계별 로드맵을 설정했다"라고 밝혔다.
AI 심사관 최종 목표, 신약 허가 'CTD 문서' 검토
CTD는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국제공통 기술문서로 의약품 허가 신청 시 제출해야 하는 자료 품질·비임상·임상 등 데이터를 포함한다. CTD는 신약 허가 신청을 위한 국제 표준 문서 형식으로, 5개 모듈로 구성된다.
모듈 1은 지역별 행정 정보(MFDS 기준 신청 내용), 모듈 2는 요약(품질·비임상·임상 개요), 모듈 3은 품질 자료(원료·완제 제조·관리), 모듈 4는 비임상 자료(약리·독성), 모듈 5는 임상 자료(시험 보고서)로 나뉜다.

식약처 AI 심사관의 궁극적 목표는 CTD 문서 검토를 통한 심사 속도 단축이다. 특히 '심사 보고서' 초안 작성을 위한 CTD 검토에서 AI 심사관이 개입해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게 식약처 구상이다.
식약처 의료제품연구부 관계자는 "신약의 CTD 자료는 그야말로 수만 페이지에 달한다"며 "10년 이상 공을 들여 개발한 품질, 비임상 데이터를 전부 모아서 식약처에 제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신 연구 논문 자료와 참고 데이터도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신약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CTD 자료를 임상, 통계, 품질 심사 파트가 나눠서 검토하는데 10만 페이지가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향후 AI 심사관으로 CTD 문서의 키워드별 요약과 분석을 맡길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원 부장도 "CTD 문서에 흩어진 품질 자료만 취합해 분류하거나 심사자들이 원하는 데이터의 위치를 알려줘도 심사자들이 한결 수월하게 심사보고서 초안 작성이 가능하다. AI 심사관이 CTD 문서까지 적용될 경우 신약 허가 기간이 기존보다 30% 이상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AI 심사관'에 '전문 번역'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식약처 의료제품연구부 관계자는 "CTD 자료는 고도의 전문성이 발휘된 집합체"라며 "심사관들이 일일이 CTD문서상의 임상, 과학 분야의 전문 용어를 해석하고 있어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 AI 심사관이 전문 번역을 지원해줄 수 있다면 심사관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AI 심사관 구축 과정에서 식약처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지원 부장은 "AI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의약품 규제 정책의 특성을 이해하는 융합형 인재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향후 융합형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채용해 AI 심사관 구축 속도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AI 심사관이 데이터를 학습하기 위해 민원인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면 변조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에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민원인의 데이터를 변조하지 않고 AI 시스템에 옮기는 작업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책임성 등 향후 이슈는 충분히 보완 가능"
AI 심사관 도입 이후 오류에 따른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변수로 떠오를 수도 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식약처가 AI 심사관을 도입한 이후 심사 오류가 발견될 경우 그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수 있는지에 관한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한 국내 AI 신약 개발 전문가는 "방대한 양의 CTD 문서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비정형 데이터가 잘못 인식될 경우 오류가 생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AI 심사관이 최신 논문 부록에 첨부된 표안의 표, 테이블 안에 테이블을 전부 하나의 표 또는 테이블로 인식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신약 허가 심사 전체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지난 6월 도입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스템 '엘사(Elsa)'가 논쟁적인 이슈들에 직면했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CNN과 인터뷰한 전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관은 "엘사가 회의록 및 요약, 이메일 및 공지 템플릿 생성에 유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는 연구 결과를 지어내거나 연구결과를 왜곡하는 이른바 'AI 환각'을 일으켰다. 중요한 신약 허가 심사 업무에서 인공지능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AI 심사 체계 도입의 윤리적인 이슈를 지적한 보고서가 출판된 바 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FDA AI 전면 도입 계획, 신약 심사 효율성과 관리감독 적절성에 대한 쟁점'이란 보고서를 통해 "AI가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경우,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AI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AI의 판단이 심사자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오류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AI 심사관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향후 관련 문제가 생길 경우 충분히 보완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지원 부장은 "ChatGPT 등 인공지능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당시에도 각종 오류는 존재했다"며 "그러나 문제점을 보완했고 시스템이 개선되면서 누구나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시대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심사관이 낯선 개념일 수 있지만 향후 책임 소재와 윤리적인 문제들은 추후에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보완하면 된다"며 "충분히 해결해나갈 수 있는 이슈 때문에 생성형 AI로 정확도와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