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핵심기술 지정 해제" 요구....전문가들 "바이오산업 성장" 공감대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약 25조원 규모로 연평균 8~10% 고공성장이 기대되지만 국내 기업들은 '국가핵심기술' 규제에 따른 수출 지연으로 연 900~1000억원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 성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와 기술 유출 및 생화학무기 전용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전문가들이 '국가핵심기술' 지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해제 논의에 힘을 실었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은 29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K-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핵심기술 보호제도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균주 포함)의 국가핵심기술 규제 개선방안을 다뤘다.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이승현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사례를 중심으로 국가핵심기술 제도의 타당성을 짚었다. 이 교수는 "보툴리눔 톡신 균주는 이미 세계 15개국 30개 이상 기업과 기관이 보유할 정도로 범용화됐지만, 한국만 국가핵심기술로 묶어 규제하고 있다"며 "수출에 따른 정부 승인과 사전 검토 의무화 등으로 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툴리눔 톡신은 극미량만으로도 신경 신호를 차단해 근육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독소 중 하나로, 신경근육질환 등 치료에 쓰이지만 최근에는 주름 개선, 안면 윤곽 교정 등 미용 목적으로 널리 활용된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보툴리눔 톡신제제 개발 기술(균주 포함)을 해외 유출 시 국가안보·경제·공중보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시장은 25조원 규모로 매년 8~10% 성장이 기대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경쟁에 가세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서 보툴리눔 제제를 생산하는 기업은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등 선발기업에 이어 종근당바이오, 에이티지씨 등 18개에 달한다. 하지만 수출 승인에만 평균 74일, 최대 12개월 이상 소요돼 지연 손실이 연간 900~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수는 "기술 유출과 테러 위험 등을 근거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유지하는 것은 현재 산업 현황과 맞지 않는 국가핵심기술 기정을 해제해 기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수 한국시민교육연합 상임대표도 "지난 2010년과 2016년 지정된 보툴리눔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위해 제약바이오 산업계와 학계가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와 관련해 산업계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시민교육연합과 K-전문가 자문위원회가 2025년 9월 12일부터 24일까지 보툴리눔톡신을 생산·판매하는 국내 18개 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17개 중 14개(82.4%)가 보툴리눔 생산기술(균주)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발기업 3곳은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선발기업과 후발기업 간 인식차를 보였다.
보툴리눔 톡신이 국가핵심기술 지정 고시 외에 생화학무기법, 대외무역법, 산업기술보호법, 테러방지법, 약사법, 감염병예방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6개 부처 7개 법령의 중첩 규제를 받고 있는 점도 개선과제로 지목됐다.

산업계, 학계, 정치권은 이번 기회에 보툴리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토론자로 나선 정세영 전북대병원 석좌교수는 "6개 부처 7개 법령에 따른 현행 보툴리눔 톡신 규제는 기업의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과잉 규제"라며 "국내 대다수 기업과 제약바이오협회가 일관되게 지정해제 필요성을 제기하고 약계 전문가들도 동의하는 만큼, 산업계 전반의 의견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재국 부회장도 "보툴리눔 독소제제 생산기술은 이미 범용화된 기술로, 국가핵심기술 지정 당시와 산업환경이 크게 변화했다"며 "보툴리눔 제제의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해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한범 한국투명성기구 공동대표도 "특정 기업의 기술과 같은 지식재산은 특허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통해 보호받아야지 국가핵심기술이라는 과도한 공적 규제를 동원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규제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면에서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개정 과정에 바이오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고 짚었다.
한편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최광준 과장은 "매년 국가핵심기술 전 분야를 현행화하는 과정에서 산업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듣고 있다"며 "생산업체 및 관련 전문가 의견을 균형적으로 청취해 산업기술보호법 절차와 기준에 따라 국가핵심기술 지정 및 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